평범한 당신이 하루아침에 공주가 된다면?
평범한 당신이 하루아침에 공주가 된다면?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3.02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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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년 개봉)
▲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포스터

평범한 여자가 하루아침에 공주가 된다? 여자라면 한번쯤 꿈꿨을 법하다. 흔히 아는 동화 속 이야기가 그렇고, 인기 있는 드라마 내용들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다. ‘공주’ ‘백마 탄 왕자’ 등 여자들의 환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런 환상 속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소개해볼까 한다. OST인 ‘Stupid cupid’로 유명한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년 개봉)’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미아(앤 해서웨이). 그녀는 영리하지만 수줍음이 많다. 미술가인 엄마 헬렌과 단 둘이 산다. 남들처럼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지만 부스스한 외모와 수줍음 많은 성격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항상 따돌림을 당한다. 그런 그에게 뜻밖의 소식이 날아든다. 평생 연락을 끊고 살줄 알았던 할머니(줄리 앤드류스)가 오신다는 것이다. 게다가 할머니는 ‘제노비아’라는 나라의 여왕이라고 한다.

하루아침에 제노비아의 왕위를 이어갈 공주가 돼야 된다는 소식을 들은 미아. 제노비아의 왕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오래 전 어머니와 이혼했고, 엄마와 할머니는 미아의 장래를 위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신분을 알려주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미아는 갈등에 빠진다. 금붕어 한 마리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자신이 나라를 통치해야 된다는 것이다.

엄마(캐롤라인 구덜)의 설득으로 제노비아의 독립기념일 무도회 직전까지 공주 레슨을 받기로 한다. 공주가 되느냐 마느냐는 그 후 결정하기로 했다. 레슨을 받으며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빛나는 보석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워지고, 학교에서도 모든 남학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입이 가벼운 미용사 때문에 미아의 신분이 공개되며 언론의 집중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러면서 가장 가까웠던 단짝 친구 릴리(헤더 마타라조)와 차츰 사이가 멀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변에서 있었던 미아의 로맨스 장면이 대서특필 되는 사건까지. 공주가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고, 무도회날은 다가온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힘들게 자랐지만 백마 탄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류의 뻔한 로맨스 코미디 하이틴 영화다. 그 정석이지 않을까 싶다. 유치한데다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지만 기본이 탄탄하다.

감독인 게르 마샬은 ‘귀여운 여인’ ‘사랑하고 싶은 그녀’ ‘발렌타인 데이’ 등 로맨스 코미디의 거장이다. 1934년에 태어난 할아버지가 이렇게 여자 감성이 넘치는 영화들을 만든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그는 남자에게 없는 여자의 고운 선을 세심하고 부드럽게 표현해낸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 여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마치 꿰고 있는 듯하다.

 

▲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스틸컷

 

미아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는 곱슬곱슬한 머리의 여고생으로 변신해 코믹한 연기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거리낌 없이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인다. 찌질이 여고생도, 고급스러운 공주도 전혀 거북하지 않다. 최고의 여배우라 극찬 받는 이유가 있다. 2001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촌스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외모에 연기까지. 그녀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는 풍부한 표정 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아의 할머니이자 클라리스 리날디 여왕 역을 맡은 줄리 앤드류스도 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 역을 맡았던 그. 이번엔 냉철하고 품위 있는 여왕을 연기했다. 하지만 손녀인 미아 앞에선 한없이 애정 많은 할머니 그 자체다. 마치 강단에 서있는 교장선생님 같다. 학생들 앞에선 한 없이 품위 있고 무섭게도 느껴지지만 학생 한명 한명에겐 따뜻하게 다가와주는….

미아도 미아의 할머니도 인상 깊었지만 미아의 엄마는 특히 더 그렇다. 가족이자, 부모이고, 친구, 든든한 인생 선생님도 되어주는 엄마. 미아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이해해준다. 학교에서 무시당하는 미아가 그래도 밝고 사랑스럽게 클 수 있던 건 엄마 때문이지 않았을까. 미래에 내 딸을 낳는다면 나도 저런 엄마가 돼줄 수 있을까 싶었다.

미아 주변의 어른들은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엄마도 할머니도 그의 기사까지. 몰아 부치지 않는다. 미아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한발자국 물러나 조언하고 지켜본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볼만하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영화다.

2편(2004년)까지 나왔지만 17여년이 지나고 나서야 1편을 봤다. 그 세월만큼 촌스러움이 묻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본이 탄탄하다.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볼만한 영화로 추천한다. 유쾌하고 감동적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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