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 등 ‘보복 관세’ 검토

트럼프발 ‘지구촌 무역전쟁’이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결정에 대해 공화당을 비롯한 각계의 반대 목소리에도 자신의 의사를 굽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철강 관세 철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친구든, 적이든 간에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의해 속아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만 한다“가 강조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시작된 ‘무역전쟁’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좌충우돌식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가 다시 시작됐다.

그는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 문제를 겨냥한 관세부과 조치를 동맹국과 우방에까지로 확대해선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를 단번에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유럽연합을 겨냥 “우리는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가 없다”며 “그들은 관세보다 심한 무역장벽, 그리고 관세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경우 자동차에 세금을 매길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약 미국 노동자와 국민에게 공정한 거래를 성사한다면 두 나라에 대한 철강 관세는 협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위터 계정에도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새롭고 공정한 나프타가 체결될 때에만 철회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7차 나프타 재협상을 정조준했다.
 

‘좌충우돌식’ 몰아붙이기

이런 일방통행식 움직임에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CNBC 방송은 “나프타 재협상 결과에 따라 적어도 멕시코, 캐나다 두 나라에 대해선 새로운 관세 조치를 백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한 관세부과 방침은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무역 전쟁의 결과를 극도로 걱정하고 있고, 백악관에 이 계획을 추진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며 관세부과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작년 말 감세법안 처리로 공화당이 챙긴 민심을 날려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도 ‘관세 반대’ 연판장을 돌리며 “관세는 불공정하게 수입된 물품에 대해서만 매겨야 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으며, 조만간 세부 이행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어서 반발은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발 글로벌 무역전쟁 가능성은 당장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뜩이나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내수 기반이 빈약한 한국은 수출에 기대야 할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다. 무역전쟁 후보국인 미국, 중국, EU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더욱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1421억달러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8%로 여러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은 이어 미국과 EU에 각각 686억달러(12.0%), 540억달러(9.4%)를 수출해 세 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46.2%로 절반에 육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일괄적으로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고 한 뒤 시작된 무역전쟁 전운은 이 같은 상황에서 시한폭탄으로 받아들여진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드슨, 위스키 생산업체 버번,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에 보복관세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도 대두·수수 같은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EU산 자동차에 세금을 물리겠다고 맞대응하는 등 무역전쟁의 신호탄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미 내부에서도 ‘국론분열’

고래 싸움에 바짝 긴장하는 것은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무역의존도는 68.8%에 달했다.

더욱이 오랜 수출 부진을 딛고 지난해 가까스로 재도약에 성공한 상태라 이 같은 글로벌 무역 동향은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5737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올린 기세도 1년 만에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됐다.

미국, 중국, EU 간의 무역분쟁은 완제품 수출 감소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론 중간재 수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미-중, 미-EU 간 교역 규모가 축소되면 자연스레 중간재에 대한 현지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78.9%에 달했다. 독일(58.8%), 프랑스(54.1%), 미국(49.4%) 수출에서도 중간재는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차지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66.2%로 일본, 중국, 독일, 미국 등 주요국 대비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주요 수출시장 간에 무역분쟁이 발생하면 중간재 수출 위주로 한국 경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만의 일방 통행은 미국 내부에서도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총기 규제에 대한 압박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내부에서도 의문이 적지 않다. 당장 백악관과 행정부는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다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트럼프의 미국을 ‘분열된 국가’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백악관 내부의 의견 충돌이 심각하다. ‘트럼프노믹스’의 한 축을 이끌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조치에 반발해 사임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지난 1년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백악관을 떠난 참모만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콘 위원장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가 왜곡돼 있다고 비판했다. 철강·알루미늄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가격이 상승하고, 이 때문에 오히려 관련 산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화당 인사들도 하나 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조시 W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난 조슈아 볼턴은 “관세로는 중국산 철강 과잉공급과 같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으며, 중국 관행을 고치려고 한다면 우리 친구, 동맹과 뭉쳐서 중국을 함께 압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막무가내다. 그는 “우리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은 죽었다”며 “미안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썼다. 지구촌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어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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