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생명은 제쳐놓고 지나치게 자본에 함몰, 죽은 사회 돼버려”
“우리 사회, 생명은 제쳐놓고 지나치게 자본에 함몰, 죽은 사회 돼버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3.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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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황대권 생명평화마을 대표-1회

자본가들은 자연과 인간을 이윤추구의 도구로 본다. ‘자본 중심’은 생명을 앗아가고 평화를 파괴한다. 물론 세상을 변화시켰고 발전시킨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극단적인 이윤추구가 낳은 신자유주의 물결이 온 세상을 뒤덮었고, 그로인한 병폐가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들에게 자연과 인간은 없다. 생명존중은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GMO(유전자변형식품), 그리고 핵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10:90의 양극화 사회도 문제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생태계를 죽이는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시대다. 평화로운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황대권 생명평화마을 대표

 

“우리 인간만이 생존 경쟁을 넘어서서 남을 무시하고 제 잘난 맛에 빠져 자연의 향기를 잃고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고 뻐기는 인간들은 크건 작건 못생겼건 잘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 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생명평화마을 황대권 대표의 얘기다. 황 대표는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 중이던 1980년대 중반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2001년에서야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던 것으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지만, 그때는 이미 그가 서른이었던 1985년부터 1998년 마흔네 살이 될 때까지, 13년 2개월 동안의 황금 같은 청춘을 감옥에서 보낸 후였다.

그는 감옥에 있는 동안 야생초 화단을 만들어 100여 종에 가까운 풀들을 심어 가꾸었다. 감옥을 투쟁의 장소가 아니라 존재를 실현하는 곳으로 바꾼 것이다. 그는 그 경험을 책으로 출간했다. 바로 ‘야생초 편지’다.

“뿌리가 깊은 할미꽃, 얼마나 깊은지 파내는데 엄청 고생을 했다. 할미꽃이라고 비실비실한 할미를 연상했다가 큰코 다치고 만다.”

출소 후 그는 전남 영광으로 내려가 생명평화마을을 만들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아울러 영광원자력발전소와 관련 탈핵 운동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가 가장 살기 좋았던 때가 조선시대 영조 때다. 그때가 조선의 르네상스였다. 그때의 기술수준과 인구수준, 농업수준, 국력수준 등을 종합해보면 당시 민초들의 삶이 가장 좋았다.”

조선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 IT(정보통신) 기술을 넘어 4차 산업혁명시대로 진입하고 있지만, 노동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까지 시달린다.

“첨단기술은 인간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생활을 위해 기술도입을 했지만 현실은 반대다. 첨단기계가 도입되면서 그만큼 더 바빠졌다.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행복해진다는 것은 완전히 거짓말이다. 어느 정도의 적정한 기술을 가졌을 때 가장 행복하다. 그것이 ‘적정기술운동’이다.”

황대권 대표를 종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훤칠한 키에 길게 기른 턱수염,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에서 고난의 흔적보다 평화로움이 읽힌다. 황 대표로부터 마을공동체운동과 적정기술, 탈핵, 생명과 생태환경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20여 년간 마을공동체운동을 해왔다.

▲ 오래전부터 생명평화운동과 함께 제시했던 게 공동체운동과 적정기술이다. 1980년대 당시부터 운동권 사람들에게 ‘공동체’를 말하면 너무 생소해했고 이해를 못했다. 전혀 받아들여질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적으로 가야 할 나의 삶이었고, 향후 한국사회를 위한 밑그림이었다. 지금도 변한 건 없다. 소외됐던 농촌공동체와 생태마을, 적정기술운동, 지역분권운동 등이 요즘에는 대세다. 내가 너무 앞섰던 것인지 20년이 지나서야 보편화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마을공동체만들기운동’을 시정브랜드로 내걸 정도다. 어떤 면에선 내가 너무 일찍부터 반체제운동을 과도하게 했고, 당시에 주창한 마을공동체운동도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한 면도 있다. 내 사주를 ‘고독한 팔자’로 본 점쟁이의 말처럼, 초기인생이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고생을 사서 한 팔자인 것 같다.(웃음)

 

- 적정기술이라 함은.

▲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면 그 사회가 그에 맞는 적정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주제다. 이 논리의 배경은 자본이 아니라 ‘생명중시’다. 한 생명 개체가 만족스럽고 평화롭게 살려면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가. 또 어떤 기술을 가지며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놓고 보면 결국 생명중시로 귀결된다. 탈핵운동도 그런 차원이다. 방사능도 죽음의 물질 아닌가. 생명을 파괴하고 행복한 삶을 앗아간다. 생명평화운동가로서 당연히 핵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적정기술운동과 농촌운동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점이 평화롭고 만족스럽게 살기 위한 기준점이 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지나치게 자본에 함몰돼 생명은 제쳐놓았다. 죽은 사회가 됐다. 모든 문제들을 ‘자본중심’으로 보면서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됐다. 뉴스를 보면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무참하게 죽이는가 하면, 어린학생들이 집단으로 동급생을 폭행해 피를 보고야 마는 등의 생명경시 세태가 심각하다.

 

- 생명평화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미국 유학 당시 5.18 광주항쟁 비디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이 비디오를 유학생들과 같이 보며 시국토론회를 가졌다. 그런데 유학생 중에 기무사가 심어 놓은 첩자가 있었고 이미 그 당시 3년 전부터 기획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실을 몰랐다. 중간에 귀국했다가 체포됐고 13년 2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후일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법적으로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니다. 현재 재심신청 중이지만 심의에만 3년이 걸린다. 출소 후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으로 전남 영광에 내려갔다. 부친이 생전에 사두었던 땅을 찾아들어갔다. 부친의 반대가 심했지만 컨테이너 1개를 사서 숲속에 설치해 놓고 홀로 기숙하면서 땅을 개간했다. 생명평화운동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동안 영광원전과 관련 탈핵운동에만 집중하다보니 생명평화마을 운용은 소홀했다. 자급자족실험도 중단된 상태다. 토양이 척박해 생산한 농산물을 내놔도 가격을 맞추기가 어렵다. 올해부터 건물도 증축하고 새 출발을 한다. 향후 귀농교육을 강화하고 자급자족의 꿈을 이어갈 것이다.

 

- 내려간 이후의 변화는.

▲ 서울이 고향이지만 사실 먹고살기 위해 영광으로 내려간 것이다. 영광에 땅이 조금 있어서 내려갔을 뿐 아무 연고도 없다. 단지 도시에 싫증난 사람들과 함께 철학사상적으로 자연에 근거한 삶을 찾는 마을조성이 목표였다. 그때는 영광에 핵발전소가 있는지도 모르고 갔다. 핵발전소가 6기 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있는 곳이 방사능 비상방제구역 30km 이내 지역으로 발전소에서 24km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이미 들어왔으니 다시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머물게 됐다. 그런데다 사회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지역문제를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영광은 원전지역인데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이후부터 지역탈핵운동이 본격화 됐다. 영광지역 154개 단체가 연대한 탈핵단체의 대표를 맡으면서 정신없이 탈핵운동을 해왔고 지금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소 건립반대 운동을 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 원전이 있는 영광 법성포 주변 해역 상황은 어떤가.

▲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어느 나라든 핵발전소를 큰 강가나 바닷가에 배치하는 이유가 원자로가 내는 엄청난 열을 냉각수로 식혀야 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도 냉각수 공급이 차단돼서 폭발했다. 식혀진 냉각수는 바다로 가는데 미량의 방사능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사실 방사능보다 더 큰 문제는 온배수다. 원자로 열로 데워진 물이 24시간 밤낮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바닷물 온도가 1~2도 올라간다. 바다가 더워지면서 아열대 고기들이 잡힌다. 기존에 잡히던 어종들은 사라졌다. 그렇다고 새로운 어종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수온변화로 어업도 안 되고 생계가 막막해진 어민들에 대한 정부의 보상사업은 지속됐지만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다. 방사능은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를 잡기가 아주 어렵다. 사고 때마다 방사능 유출로 난리를 치지만 정부는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고 여론을 호도한다. 하지만 경주지역 주민들에게서 방사능의 일종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어린아이에게서도 나왔다. 이 지역이 방사능에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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