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지음/ 김영사

‘석복(惜福)’은 복을 아낀다는 뜻이다. 현재 누리고 있는 복을 소중히 여겨 더욱 낮추고,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오래 누리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들은 이 말을 사랑했다. 아껴둔 복은 저축해두었다가 함께 나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멈춤과 절제를 모른 채 끝없이 야망을 향해 질주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르고 욕망의 화신이 되어 살아간다. 겸손하지 못하고 자만이 하늘을 찌른다.

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올리는 인문학자 정민 교수가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깊은 사유와 성찰을 네 글자의 행간에 담았다. 100편의 글을 마음 간수, 공부의 요령, 발밑의 행복, 바로 보고 멀리 보자, 네 갈래로 나누었다. 풍부한 식견과 정치한 언어로 풀어낸, 오랜 시간 숙고해온 세상과 마음에 대한 간명한 통찰의 완결판이다. 한 자 한 자 곱씹다 보면 어느새 묵직한 이야기들이 마음의 중심을 세우고 생각의 파편들을 정리하게 한다. 이 책이 작금의 시대를 꿰뚫는 혜안이 될 것이다.

위선과 독선이 판을 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 채 이리저리 휩쓸린다. 섣부른 판단으로 잘나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오랫동안 공들여 쌓았던 탑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요즈음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모습들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러한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

사물은 성대하면 반드시 쇠하게 된다. 무엇이든 끝까지 누리면 쇠할 때 그만큼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많이 가졌던 만큼, 한없는 기쁨과 쾌락을 누렸던 만큼, 상실의 폭 또한 깊고 크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할수록, 여유로울수록, 잘나갈수록, 더욱 근심하고 몸을 낮춰야 한다. 석복은 한마디로 ‘멈춤의 미학’, ‘절제의 미학’이다. 절제를 모르고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에서 멈추고 덜어내는 석복의 뜻이 깊다. 이 책이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중요한 혜훈(惠訓)이 되어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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