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오가와 요코, 장석주, 최승자, 김동영, 김애란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작가들의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데뷔작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이 출간됐다. 

꾸준히 브라우티건의 소설을 소개해온 비채에서 《미국의 송어낚시》《워터 멜론 슈가에서》《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임신중절 _어떤 역사 로맨스》에 이어 출간하는 다섯 번째 소설이다. 이 소설로 브라우티건은 성공적인 데뷔를 이루었고, 먼저 써놓은 소설 《미국의 송어낚시》도 발표할 수 있었다. 이후 그를 눈여겨본 커트 보네거트가 자신의 출판사에 그를 소개하면서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다.

‘만일 남북전쟁에서 남부연합군이 승리했다면, 미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의 역사학자들은 종종 이 질문을 던지며 일종의 평행우주 혹은 가상현실 속 미국의 모습을 그려본다고 한다. 그 상상 속 미국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가치가 담겨 있지는 않을까? 여기 자신이 용맹한 남부 장군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괴짜 남자 ‘리’가 있다.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황량한 해변 마을 ‘빅서’로 이주한 리는 친구 ‘제시’를 불러 함께 허송세월한다. 전기도 전화도 가스관도 없는 빅서에는 쉴 새 없이 울어대는 7452마리의 개구리와 곧 만나게 될 정신병자와 두 마리의 악어,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1957년에 브라우티건은 부인 버지니아와 함께 빅서에 가서 약 한 달 동안 친구 프라이스 던과 지냈다. 개구리가 울어대는 연못과 태평양의 풍경, 빅서에서 만난 돈 많은 정신병자 등 그가 보고 듣고 겪은 모든 것이 이 책의 배경과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태평한 빅서의 풍경과 엉뚱한 인물들을 더욱 낭만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전쟁이다. 장군의 후손 리 멜론을 과거의 영광과 이어주는 것 역시 전쟁이다. 챕터 말미에는 잔혹하고 인간성이 말살된 남북전쟁 당시의 기록들이 담겨 있다. 전쟁의 참상과 빅서의 이야기를 번갈아 읽으며 독자는 소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은유임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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