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황대권 생명평화마을 대표-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황대권 생명평화마을 대표

 

-원전 인근 주민들이 갑상선암에 걸리는 사례가 많다는데.

▲ 정부는 늘 ‘안전하다’ ‘방사능이 없다’고 말한다. 화장실에서 똥을 쌌는데 똥냄새는 안 난다는 말과 같다. 핵 발전 오염수가 인근 바다로 흘러가고 있지만 기준치 이하라고 말할 뿐이다. 역학조사를 해보면 영광지역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타 지역보다 높다. 그렇잖아도 지금 갑상선암과 관련 소송을 하고 있다. 전국 5개 지역 핵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 300여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갑상선암이 방사능 때문인지 건강관리를 잘못해서 그런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식으로 무작정 버티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합리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

 

-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떠나고 있다는데.

▲ 핵발전소는 가장 위험한 물질로 가동하는 공장이다. 과연 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곳에 집짓고 살겠나. 원전지역 주변을 가보면 거의 유령도시다. 사람들이 떠나면 학교도 폐쇄되고 시장이나 농촌도 사라진다. 이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돈을 퍼붓는다. 원전지역 보상금을 지자체에 준다. 합하면 300억 원 가량 된다. 시골에서는 큰돈이다. 정부는 처음 30~40년 전에는 원전이 들어서면 엄청난 발전이 될 것처럼 홍보를 했지만, 도시는 유령화 됐고 남은 주민들도 정부가 공짜로 주는 돈 맛에 젖어버렸다. 돈 때문에 주민 간 인심도 사나워졌다. 그렇다고 지역경제가 뚜렷하게 발전한 것도 없다. 영광을 중심으로 위쪽부터 고창과 장성, 담양, 함평, 화순 지역을 돌아다녀보면 영광이 제일 낙후됐다. 정부지원을 제일 많이 받는데도 열악하다. 돈을 엉뚱한 데에 낭비하고 있다. 쓸데없는 체육시설 등을 짓는데 쓴다. 모두 원전보상금이다. 돈은 도는데 지역발전이 안 되는 구조다. 그러면서 인심은 갈수록 나빠지고 환영받지 못할 시설물만 늘고 있다.

 

- 영광농협이 탈핵단체에 가입했다는데.

▲ 내가 영광원전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 154개 단체대표를 맡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여러 우익단체들이 핵발전소 반대운동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특히 농협이 꺼려했다. 농협은 어떤 면에서 준 국가기관 또는 준 공무원급 단체다. NGO(비정부기구)도 아니고 국가 정책 노선을 따르는 단체다. 반핵단체와 같이 손잡고 원전반대운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2년 전 범대위를 만들 때 영광농협이 가입했다. 농협은 농산물을 팔아야 운영되는데 핵발전소 때문에 영광군의 농산물 브랜드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원전사고 언론보도를 기억하고 있다가 원전지역의 농산물을 보면 외면한다. 광주지역 학교급식만 해도 영광산 쌀과 작물들은 쓰지 않는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도시소비자들이 그렇게 민감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부터 예민해졌다. 핵발전소 지역의 농산물은 사지 않는다. 영광농협이 원전 때문에 농산물의 판로가 막힌다는 것을 알았다. 위기를 느낀 농협이 친 정부고 뭐고 다 떠나서 우리와 손잡게 된 것이다.

 

- 잇따른 지진으로 인해 원전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원전이 몰려있는 동남해안 지역에 연속해서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데.

▲ 과거에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산업지형을 보면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추진됐다. 경부선을 축으로 산업지도가 형성되었는데 수도권에는 구로공단과 안산공단, 기흥공단 등이 세워졌고 영남지역은 부산과 울산, 구미공단을 축으로 국가산업벨트가 이뤄졌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도 수도권과 영남지역 산업벨트축이다. 발전소를 만드는데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은 어렵기 때문에 주로 동남해안 지역에 핵발전소를 밀집시켜 놓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단층대인 양산단층대 지역이다. 경북 영일만에서 경남 부산과 김해로 빠지는 단층이 가장 위험하다. 단층지대였지만 안전하다 생각해서 무분별하게 지었다. 그런데 2016년부터 지진활동이 시작됐다. 얼마 전 포항에 진도 4.6의 여진이 왔다. 원래는 본진이 오고나면 점점 약화돼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진이 본진보다 더 크게 온 것은 처음이다.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같은 지진이라도 땅속 깊은 심층지대 지진과 땅 표면에 바로 전달되는 지진의 강도는 다르다. 표면층 지진의 피해가 더 크다. 이번 지진의 경우 표면층을 강타했기 때문에 4.6이지만 상당히 피해가 컸다.

 

- 해결 방법이 있을까.

▲ 우리 정부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25개 원전 중 대부분이 동남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계속 방치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인구 320만이 넘는 도시를 통째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하루빨리 원전의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57개 원전이 있는 일본만 해도 후쿠시마 사고 후 원전가동을 대부분 중단시켰다.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경제가 망했나. 7년째 일본경제는 그대로다. 그사이에 재가동한 원전은 겨우 5기 뿐이다. 그것도 일본 원전산업계의 강력한 요구로 가동된 것이다. 나머지는 닫혀있다. 그럼에도 일본경제는 끄떡없다. 핵발전소가 없어도 경제유지가 어렵지 않다는 반증이다. 물론 일본과 한국은 전력수요방식이 조금 다르다. 일본은 지방자치가 발달해 있어서 단위별 자가발전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를 많이 가동하지만, 반면에 한국은 지나치게 중앙중심의 에너지공급 시스템이다 보니 취약점이 있다.

 

- 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

▲ 동남부 지역은 한국 최대의 수출산업단지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사고가 나면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원자력업계가 핵발전소를 고집해 왔지만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경제활동은 불가능해진다. 공장가동과 농수산물 판매가 어려워진다. 지금이라도 지역별로 에너지공급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발 빠르게 옮겨가야 하는데 ‘핵 마피아’들이 꽉 잡고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핵 마피아들의 손아귀를 뿌리치고 얼마만큼 관철해내느냐에 달렸다. 대통령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참모들도 잘 받쳐줘야 가능하다. 그러지 않고는 지진문제도 풀지 못한다. 지진으로 핵발전소가 하나라도 깨지면 동남해안 일대는 그야말로 대재앙이 일어난다. 주변에 32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좁은 땅덩어리에서 피신도 어렵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사능오염 지도를 보면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마을에서 검출된 방사능 농도가 후쿠시마와 동일하게 나왔다. 사고가 난 그날 바람이 북쪽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오염은 바람의 방향에 달렸다. 우리나라도 중부 이남까지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 지금 원전을 폐쇄해도 전력이 남아돈다.

 

- 농업이 위기다. 특히 미국의 다국적기업에 의한 GMO(유전자변형식품) 문제가 심각한데.

▲ 인류멸망의 시나리오가 여러 가지 있다. 인류가 멸망할 수밖에 없는 궁극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방사능과 GMO다. 농약에 의한 환경호르몬도 문제다. 일반농약은 정부규제가 많지 않아 농민에게 선택권이 있다.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 순수유기농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GMO는 다르다. GMO는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인데다 번식력도 아주 강하다. 스스로 번식을 잘한다. GM 밀의 경우,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인근지역에 GMO 종자를 퍼트려 번식한다. 막을 방도가 없다. 심각한 것은 GMO 종자 자체가 1대로 끝나는 ‘터미네이터’ 조작기술이라는 것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종자들이 한번 농사 지으면 끝나는 작물들이다. 종자 씨를 맺지 못하게 조작했다. 미국 몬산토나 카길 등 다국적 식량회사들이 세계의 모든 종자들을 이런 식으로 독점했다. 농민은 있지만 씨앗이 없다. 농사를 지으려면 종자회사에서 씨를 사야 한다. 그것도 1년생 종자다. 매년 구입해야 하니 비용부담도 크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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