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하던 시절에 다산의 친구 아들이 이웃 고을인 영암군수로 부임해 왔습니다. 군수의 아버지가 다산초당으로 찾아와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다산은 젊은 군수가 어떻게 해야 훌륭한 목민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글로 써서 그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공직자들의 바이블이라는 『목민심서』의 압축판 같은 참으로 의미 깊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글입니다. 「위영암군수이종영증언(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이라는 제목으로 『여유당전서』에 실려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산은 본디 공직자의 기본 윤리는 공(公)과 염(廉)이라고 주장하여 그 두 글자의 내용에 충실하다면, 세상은 좋아지고 나라는 평안하게 발전해 갈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염(廉)이라는 청렴의 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
“청렴이란 목민관의 본무(本務)이다. 만 가지 착함의 원천이고 모든 덕(德)의 뿌리이다(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라고 말하여 청렴이 아니고는 공직자는 설 자리가 없다고 명확하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영암군수에게 내려준 글에서도 청렴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군수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여 선정(善政)을 베풀 수 있으려면 여섯 글자의 염(廉)을 실천에 옮기라고 했습니다. 최소한 세 글자의 염을 제대로 지키면 훌륭한 목민관이 보장된다는 뜻이었습니다.
“한 글자의 염은 재물에, 또 한 글자의 염은 색(色)에, 또 한 글자의 염은 직위에 사용하라(其一施於財 以其一施於色 又以其一施於職位)”고 말하여 재물에 청렴하고 여색(女色)에 청렴하고 직위에 청렴하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세상은 이른바 ‘미투(Me Too)’운동이라는 바람이 불면서 야단법석입니다. 제왕의 지위를 누리던 예술계의 대가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대가일수록 비난이 높아지면서 색에 청렴하지 못했던 제왕들이 민낯을 보이면서 추한 모습을 만천하에 보이고 말았습니다. ‘일시어색(一施於色)’, 참으로 간단한 한 구절을 실천하지 못하다가 당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재물과 색과 직위에 청렴하다면 고위 공직자로서 비난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오늘날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높은 지위에서 부귀호강을 누리다가 넘어지는 사람들에게서 이유를 찾으면 반드시 세 가지 중의 하나에 청렴을 실천하지 않았던 이유가 나타납니다. 뇌물죄, 성추행죄, 직권남용죄의 세 가지 죄악이 아니고 고관대작이 추락할 어떤 이유가 있는가요.

목민관의 세 가지 의무로 ‘염’을 들고 ‘염’ 해야만 투명한 행정(廉生明), 위엄을 지닌 목민관(廉生威), 강직한 목민관(廉則剛) 노릇을 할 수 있다고 말하여 도합 여섯 개의 ‘염’을 요구했으니, 바로 ‘육자비결(六字秘訣)’의 지혜였습니다. 여섯 개의 ‘염’을 실천하고 목민관으로 대접받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방관, 즉 목민관의 선거가 가까워옵니다. 모두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색’에 청렴한 사람을 목민관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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