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삵이 살고 있는 곳에 자연훼손 탐방로를?
멸종위기종 삵이 살고 있는 곳에 자연훼손 탐방로를?
  • 정수근
  • 승인 2018.03.12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화원동산 하식애 앞으로 바지선을 띄운 채 강철파일을 박아 탐방로를 가설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이 낙동강 화원동산 하식애 앞에서 벌이고 있는 탐방로 사업에 대한 대구시민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대구경실련,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15개 대구시민사회단체는 '낙동강과 화원동산 막개발을 반대하는 대구시민사회단체' 일동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화원동산 하식애 경관과 생태계 망치는 탐방로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달성군이 4대강사업 후 낙동강을 이용해 벌이고 있는 유람선 사업과 레포츠벨리 사업 그리고 이번 탐방로 사업을 달성군이 낙동강을 사유화하려는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식수원 낙동강'을 사유화하려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달성군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달성군수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듯, 달성의 모든 자연자산을 아끼라"고 촉구했다.

또 달성군이 4대강사업을 적극 옹호하고, 막힌 보로 인해 호수로 변한 낙동강을 적극 활용하는 행태를 비판하며 김문오 달성군수를 'MB의 아바타'라 규정하며 “김문오 군수는 4대강 사업식 하천개발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4대강사업 공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2010년의 화원동산 하식애의 아름다운 모습. 자갈돌 깔린 강바닥과 화원동산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아름답다. 이것이 화원동산의 경관인 것이다.

대구 천연기념물 1호된 화원동산 하식애

이처럼 달성군의 탐방로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화원동산 하식애는 2000만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이자, 낙동강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미를 자랑하는 대구의 귀한 자산이다. 또 화원동산은 달성습지와 연결된 생태계로 이 일대 조류나 야생동물 등을 비롯한 무수한 야생 생물들에게는 귀중한 서식처로 기능을 하는 생태 거점이다."

대구의 귀한 자산으로서 개발이 아니라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물사회학자 계명대 생명과학과 김종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화원동산 하식애의 생태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 화원동산의 모감주나무군락. 화원동산 하식애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대구 천연기념물 1호의 자연 식생 그대로의 군락지의 모습이다. 산림청은 모감주나무를 희귀 수목의 취약종으로 분류, 지정보호 대상으로 보호하고 있다.

 

"국가 천연기념물 1호가 도동 북벽의 측백수림인 것처럼 화원동산 북벽의 모감주나무군락은 대구의 천연기념물 1호로서 학술적 가치가 지대하다."

이러한 중요한 생태 거점에 수많은 관광객들과 자전거의 통행이 예상되는 탐방로를 내는 것은 달성습지와 화원동산의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일이자, 천혜의 생태 거점을 무참히 파괴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 화원동산 하식애의 모감주나무에 열매가 그대로 달려 있다. 이것은 다양한 산새들의 먹이가 된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달성군이 행하고 있는 것은 낙동강의 귀한 자산을 관광사업화 하겠다는 것으로, 달성군의 이익창출을 위해서 천혜의 자연자원을 훼손하는 행위다. 이는 미래세대의 귀한 자연자원을 빼앗아가는 행위와도 같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달성군의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우리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하식애를 보호하기 위해서 하식애로부터 10여 미터 거리를 띄우고 하천에 탐방로를 조성하고 있다. 오히려 이 탐방로를 통해 사람들이 하식애를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유람선 선착장과 생태학습관을 잇는 탐방로 사업을 진행 중인 대구 달성군. 이 사업은 관광수익의 극대화를 노린 관광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식애 아래서 멸종위기종 삵 배설물 발견

이와 같은 달성군의 해명은 생태적 무지에서 오는 인식으로 탐방로 자체가 생태계를 단절시킨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실제 하식애 바로 아래 강변에서 삵의 배설물이 발견됐다. 그것도 세 군데서나. 기자는 직접 그 현장을 목격했다.

삵(살쾡이)은 멸종위기종으로 그 개체수가 극히 제한적이라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이다. 이곳에서 삵의 배설물이 발견된다는 것은 삵이 화원동산과 달성습지를 오가며 살고 있다는 증표다.

 

▲ 하식애 아래 낙동강변에서 발견된 삵의 배설물. 멸종위기종 삵이 이곳에 출몰한다. 탐방로가 완공이 돼 관광객들이 드나들면 삵은 더 이상 이 일대에 머물 수가 없다.

 

달성군의 계획대로 탐방로가 완공이 되어 관광객들과 자전거가 이곳을 드나들게 되면 삵이라는 이 예민한 동물은 더 이상 이곳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삵의 서식처로서의 하원동산의 기능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또한 달성군이 하식애에 조경수를 식재한 행위에 대해서도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생태적 문제를 떠나서 하식애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는 것이 전문가를 통해 입증이 되었다. 지질학 박사이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이사인 이진국 박사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 화원동산 하식애는 이처럼 군데군데 균열이 가 있어 인위적인 힘을 가하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화원동산은 중생대 퇴적암으로 구성돼있다. 따라서 퇴적암의 특성상 물리적 풍화에 매우 취약한 특징이 있다. 이런 까닭에 하식애의 표면이 쉽게 붕괴된다. 이러한 특징이 있는 하식애를 인위적으로 절취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하식애의 풍화침식을 촉진하고 심하면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발생한 큰 규모의 규모의 지진 또한 하식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달성군이 하식애 조경수를 심은 행위 자체가 하식애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화원동산과 어우러진 낙동강 전경. 하식애 앞으로 강철파일이 박혀 있다. 사문진나루터의 주막촌과 유람선 그리고 탐방로가 연결된 구조가 훤히 보이는 모습이다.

달성군수는 MB의 아바타?

달성군의 낙동강을 이용한 관광사업화는 이미 '뱃놀이사업'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 있다.

"낙동강이라는 거대한 식수원을 잘 지키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그곳에 초대형 유람선을 띄워서 관광사업이나 벌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냐"는 것이 대구시민사회단체의 우려다.

또한 이들은 "유람선사업과 사문진주막촌 사업 등을 연계한 관광극대화를 위한 수익창출 모델로 달성군이 그간 보인 행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도를 보면 탐방로가 얼마나 위험한 구간에 설치돼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 다음지도 캡처

 

"달성군은 MB의 수익창출 모델로밖에 볼 수 없는 탐욕의 4대강사업을 적극 옹호해왔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갇힌 강'이라는 왜곡된 구조를 십분 활용한 뱃놀이사업을 벌이고 있고, 이번 탐방로 사업은 지난 과오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MB의 똥통'으로 전락한 4대강사업을 계속해서 옹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4대강 심판'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도 반하는 행위일 뿐이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정녕 MB의 아바타란 말인가?"

대구시민사회는 낙동강을 이용한 일련의 기획이 김문오 군수의 의지의 반영이라 규정하고 그를 MB에 빗대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문제의 탐방로는 홍수 시 강한 물살이 들이치는 수충부에 들어서는 구조물로서 그 안전성마저 담보할 길이 없다는 것이 토목학자들의 얘기다. 토목학자들은 이 엉터리사업에 대해서 하나같이 혀를 차고 있다.

 

▲ 달성습지와 어우러진 화원동산 하식애의 아름다운 모습. 지난 2010년의 모습이다. 우리가 되찾아야 할 오래된 미래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하천의 물리적 특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사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렇듯 반 생태적이고도 위험천만한 사업을 위해서 국민혈세를 100억원이나 투입하고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무리 재정자립도가 타 지자체에 비해서 월등히 높기로서니 군민의 혈세를 이렇게 함부로 탕진해도 된다는 말인가?"

대구시민사회의 우려다.

"우리는 달성군이 또다시 벌이는 탐욕의 개발 사업을 결코 두고 볼 수가 없다. 달성군은 낙동강을 사유화하려는 기도를 즉각 멈추어야 한다. 식수원 낙동강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무책임하고도 못된 행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달성군은 탐욕의 탐방로 사업을 지금 즉시 중단하고,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낙동강변 천혜의 자연자원인 화원동산 하식애를 사랑하는 대구시민과 달성군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달성군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구시민사회는 “우리는 공사 중지 가처분, 감사원 감사, 청와대 청원 등등 이 탐욕의 사업을 막아내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임을 강력히 천명한다”며 “달성군과 달성군수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