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사정 칼날, 다음 타깃은 어디?
‘채용비리’ 사정 칼날, 다음 타깃은 어디?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8.03.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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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감원장 전격 사퇴 ‘후폭풍’

또 다시 ‘금수저’ 논란이다. 게다가 이번 의혹의 주인공은 금융당국의 수장이어서 파장이 더 컸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다. 금융권 내 채용비리의혹은 일파만파 확산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금융기관 뿐 아니라 관련 업계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용 비리 연루 의혹을 받던 최 원장은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친구 아들의 인사를 추천했다고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주었을지를 놓고는 논란이 일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최 원장의 사퇴로 커지고 있는 채용 비리 의혹을 살펴봤다. 청년실업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는 만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하나은행의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 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

최흥식 금감원장 사퇴의 변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인사 중 채용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첫 사례가 됐다. 금융감독의 수장이 의혹에 휩싸인 만큼 더 이상의 자리 지키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이 물러남으로써 민간 출신 첫 금감원장은 1999년 금융감독원 출범 이후 가장 짧은 임기를 보냈다. 금감원장 임기는 3년이다.

의혹의 핵심은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대학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것에 대한 여부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5년 전 대학 동기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은 뒤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이름을 건넸다. 이 과정에서 부정한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는 게 최 원장의 입장이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엔 힘들었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해 “채용과 관련한 연락을 단순히 전달한 것일 뿐 채용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원장이 친구 아들의 이름을 전달한 점과 해당 지원자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서류 전형을 무사통과한 것만으로도 도덕적 책임론이 제기됐다.

취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층과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사회에 또 한 번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비판과 질타의 화살을 퍼부었다.
 

“5년 전 당시의 관행”

당초 최 원장은 정면 돌파 의지를 나타냈다. ‘금감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이메일을 통해 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을 규명할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 조작이나 채용 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나은행에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 원장이 추천한 직원이 1차 서류전형을 통과했지만 2차 필기와 면접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이나 점수 조작과 같은 비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임원이 추천하면 1차 서류 전형에서 통과하는 것은 관행이었다면서 외부 용역으로 진행된 필기와 면접 점수에서 해당 직원이 합격 점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의 국민 눈높이가 지금과 달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하나은행의 해명이 진실 공방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확산됐다. 정치권은 최 원장이 연루된 채용 비리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감원장을 경질하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시간이 갈수록 비판의 수위는 높아졌다. 결국 최 원장은 결단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다음 타깃은 어디?

최 원장의 낙마는 문재인 정부와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과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또 하나의 상처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 원장의 사퇴엔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이 깊게 깔려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한 최 원장이 계속 자리를 지킬 경우 그 동안 채용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해 온 금감원의 명예와 권위도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11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벌였다. 부정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9건과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6건 등 채용비리 정황 22건을 적발해 검찰에 넘기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보험과 증권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채용비리 현장 점검도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적지 않았다.

금감원은 최 원장 사임을 계기로 금융권을 향해 고강도 채용비리 점검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검사단을 통해 최 원장 채용비리 관련 조사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첫 타깃은 하나금융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 원장이 채용 추천을 했을 당시 하나금융 회장이 김정태 현 회장인데다, 내부적으로 ‘임원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에게 들이댄 내용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특정인을 추천한 다른 하나금융 고위 임원들도 안전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사이엔 지난해 말부터 악연을 이어지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과 채용 비리, 사내외 이사 교체 등 문제 등을 두고 충돌해온 것이다.

아울러 하나금융과 비슷한 추천제도를 운영해온 다른 금융사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원장으로 사의표명으로 본격화된 금융권의 ‘채용비리 의혹’ 칼날이 다음은 어디를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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