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우린 매일 ‘암덩이’를 먹고 사는 것”
“초미세먼지, 우린 매일 ‘암덩이’를 먹고 사는 것”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3.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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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1회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온통 누런 세상이다. 그 청명하고 푸르렀던 하늘은, 언제부터인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1년 중 ‘맑은 하늘’은 40~50일로 두 달도 안 된다. 사람들은 늘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길을 나선다. 급기야 서울시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는 정책까지 시행했지만 예산 낭비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서야 했다. 미세먼지는 석유화학공장과 석탄화력 발전소, 경유차 등에서 나온 폐기물질들이 각종 유독물질과 결합해 변성(變性)된 물질이다. ‘암덩이’다. 우리는 이런 독성물질을 거의 매일 먹고 사는 처지다.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과거에는 건강, 교육, 결혼이 국민 관심도 1순위였다. 지금은 미세먼지가 톱이다. 후쿠시마 방사능보다 관심이 더 높다.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고,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그런데도 당국의 환경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고 단순목표 달성에만 급급할 뿐이다. 사고가 나면 당장에 대책마련을 할 것처럼 외치지만, 경제논리와 산업논리, 지역논리에 떠밀려 환경오염은 이미 예고된 시한폭탄이었다.”

30년 전 88서울올림픽 당시 대기오염이 너무 심각하다며 참가 보이코트를 선언하는 선수들이 늘어나자 이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수도권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하고 공장들의 가동을 긴급히 중단시켰을 정도로 우리는 환경에 대해 무지했다. 이후 연탄과 벙커C유 사용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한 초미세먼지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며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정부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줄이고 중장비 차량과 노후 경유차 교체, 재생타이어 마모기준 설정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기침과 후두염, 우울증은 22배 이상 늘었고 자살률도 증가했다.

동종인 교수는 “미세먼지는 한마디로 암덩이다. 이것을 매일 먹고 사는 시대가 됐다. 미세먼지가 우리사회의 최대 관심사가 됐지만 이를 해결할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를 보기 어렵고 환경당국도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미세먼지전문가 동종인 교수를 대학연구실에서 만났다. 한국에너지기후환경협의회 회장을 맡아 동북아환경운동에도 열정을 쏟고 있는 동 교수로부터 한반도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 북미지역 미국과 캐나다에 가보면 하늘이 너무 맑고 푸르다. 자연을 소중히 관리하는 이들 나라가 부럽다. 이에 비해 우리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다. 과거에는 청정했다. 지금은 그런 청정한 하늘이 연중 40~50일 정도 밖에 안 된다. 맑은 날을 보기 힘들다. 미세먼지 문제가 최근 부각됐지만 원래부터 미세먼지는 있어왔다. 겨울철이면 더 심해지는 초미세먼지에 함유된 유독성분은 정말 건강에 해롭다. 초미세먼지가 발암물질로 밝혀지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먼지의 크기와 상관없이 단순한 먼지입자로 봤다. 인체에는 해를 주지 않는 물질로만 여겼다. 하지만 대기오염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악성물질로 변질되었다. 그것이 초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는 자연적 상태에서 발생한 먼지보다 대도시와 산업시설 등에서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것들이 더 위험하다. 인체에 끼치는 해악도 훨씬 광범위하고 크다. 하나의 ‘암덩어리’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일반 먼지가 유독성 먼지로 바뀌는 과정은.

▲ 보통 미세먼지를 PM10(직경 10μm이하 먼지입자)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PM2.5(직경 2.5μm 이하 먼지입자)와 같이 작은 초미세먼지에는 황산염(SO-4)과 질산염(NO-3)과 같은 가스물질이나 원소탄소, 유기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 암모니아에 기인한 암모늄염, 응축입자, 금속입자, 미네랄입자 등 10여 가지가 섞여 있다. 크기도 너무 작기 때문에 사람의 호흡기를 타고 들어오면 폐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거나 손상을 준다. 문제는 폐염증이 일어나면서 생성된 사이토킨(Cytokine)이라는 악성물질이 폐 이외의 다른 신체부위로 옮겨가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혈관장애와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심박동 이상 그리고 급사하는 사태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인 최대 사망원인인 폐암발생의 주요원인도 초미세먼지로 보고 있다.

 

- 수도권은 이미 오염 ‘레드 존’(Red Zone)이다.

▲ 서울과 인천 등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지방의 외곽지역에 있는 석탄화력 발전소, 대규모 산업시설, 도심지 디젤자동차, 유기용제 공장시설, 고기구이집, 주유소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질들이 수도권을 뒤덮고 있다. 유독성 오염물질을 오랫동안 흡입하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 1년 동안 조사한 바를 토대로 본래 인간이 가진 기대수명보다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연 700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3년 WHO 산하기구 국제암연구소(IARC)도 초미세먼지를 암 유발 물질로 분류하고 1군(Group1)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이는 디젤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을 발암물질로 간주한 것과 동일하다.

 

- 외부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 문제도 심각하다.

▲ 지방에서 바람을 타고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충남 당진화력발전소와 제철소, 석유화학단지에서 배출되는 유독물질과 함께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월경(越境) 성 오염물질도 문제가 된다. 대기오염물질은 국경이 없다. 바람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다. 입자 상태인 이런 물질은 가스화 상태로 공기를 타고 이동하다가 대기오염물질과 섞이면서 화학적 변이작용을 일으킨다. 전혀 다른 유독성물질로 탈바꿈한다. 이것이 바람을 타고 수도권과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 문제는 풍향이다. 고도가 높은 상층기류를 타고 지나갈 수도 있고, 정체기류로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기상상황이 최대 변수다.

 

- 국가 간 환경 분쟁도 늘었다.

▲ 대기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과 캐나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오대호 주변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산성대기오염물질이 국가 간 문제로 비화됐다. 미국에서 캐나다 호수지역으로 날아오는 오염물질로 생태계가 파괴된 사례가 있었다. 캐나다가 이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함에 따라 미국은 1990년 경 산성대기오염물질을 총량 저감하는 산성비프로그램(Acid Rain Program)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 후부터 미국 주(州) 간의 오염물질이동을 줄이기 위한 주간 규정(Interstate Rule)을 시행해오고 있다. 북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대기오염물질의 국가 간 지역이동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현재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온실가스 과다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문제와 황사문제 등도 지역적 대기오염 요인이 국제적 환경문제로 비화된 사례다.

 

- 이웃 중국의 상황은 어떤가.

▲ 중국의 대기오염문제는 자국을 넘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한 지 오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석탄, 석유 사용이 계속돼 왔다. 일부 지역은 개선되고 있지만 지금도 화석연료 사용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산업시설 현대화 등 공정(工程) 확대 정책으로 엄청난 대기오염물질이 한반도에 환경재난을 주고 있다. 심각한 대기오염문제는 이제 중국 당국이 풀어야 할 ‘발등의 불’이 됐다. 중국당국도 점차 환경오염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 어느 기간에 어느 정도 수준까지 획기적 개선이 가능할지에 대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중앙정부가 대대적으로 환경개선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고, 재정이 풍부해진 지방정부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시책을 보면 놀랍다. 메가톤급 환경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국가라는 특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수준으로 환경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주요도시들은 청정연료 보급과 방지시설 구축, 자동차연료 전환, 친환경자동차 보급 등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일부는 우리보다 앞선 것도 있다. 중국의 대변화는 우리에게 기회다. 중국은 지난 10년 이상 대기오염 개선경험을 축적했고 대기질 개선을 위한 환경기술 개발을 해온 우리에게 큰 시장이 될 수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미국 뉴저지공대 화공 및 환경과학과 박사
한국에너지기후환경협의회 회장 
(사) 환경정의 공동대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연구부-폐기물연구부 연구관
지구환경연구소 소장
서울시 맑은하늘만들기 시민운동본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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