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고 있는 충청권 판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여권으로선 생각지도 못했던 돌발 악재다. 한 때 대선주자로까지 나섰고 차기 대망을 꿈꿨던 그였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충청권 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당장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비롯 향후 유권자들의 선택이 누구에게 향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요한 선거마다 캐스팅보트를 좌우했던 중원의 바람이 이번엔 어느쪽을 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들썩이고 있는 충청권 판도를 들여다봤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고개를 숙인 건 그 뿐만이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적지 않은 기대를 걸었던 더불어민주당도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한 때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불렸던 안 전 지사는 ‘미투 바람’에 직격탄을 맞았다. 법적 처벌과는 별도로 이미 그의 도덕적인 상처는 정치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386세대를 비롯 진보 정치권이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머리와 입으로는 청렴과 도덕성을 얘기했지만 그 뒤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치열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안 전 지사의 퇴진으로 중원의 정치 지형 또한 크게 요동치는 형국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과거 보수 인사들이 앞다퉈 정치 재개를 꿈꾸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은 여권 전체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그 동안 수세에 몰렸던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선 일제히 충청권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일단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돌아가는 여론을 살피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안희정 태풍이 최소한의 피해만 입히고 물러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판이 뒤집혔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충북 판세도 ‘이상 징후’

민주당은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전 아산시장 간 2파전으로 확정됐지만 상처가 적지 않다. 안 전 지사 뿐 아니라 ‘안희정의 친구’를 내세웠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마저 불륜설에 휩싸이며 예비 후보직을 사퇴하는 등 쑥대밭이 됐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충청출신 여권 인사 중 차기 대권주자로 나설만한 인물은 현재로서 없는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기세가 오른건 자유한국당이다. 충청 보수권 좌장을 자임하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당장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는 최근 충남 홍성의 이광윤 선생 사당을 참배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아직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지방선거에서 일정 역할을 한 뒤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필 태세다.

이 전 총리는 이와 관련 “충청대망론은 꺾이지 않았다”며 “역할을 할 기회가 있으면 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활동 의지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에선 이 전 총리의 충남지사 출마설도 확산되고 있다. 천안갑 재선거 출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전 총리가 ‘정치권에서 3개월은 긴 시간’이라고 말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6선의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성일종 도당위원장이 등판을 요청한 뒤 이 전 위원의 입장 발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지역에서 행정 경험을 굵직하게 쌓아온 이명수 의원도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폭탄 맞은 상황이라면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선거는 이제 막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형국이다.

최근들어 충남지사 선거는 ‘충청 대망론’과 연결되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중도 사퇴했고, 안 전 지사마저 중도 사퇴하면서 충청대망론 역시 위기를 맞게 됐다.

충남 판세가 복잡해지면서 충북지사 선거도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압승을 자신했던 민주당의 목표도 수정에 들어갔다.

민주당에선 이시종 지사에 오제세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당에선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차관이 출마할 예정이고 바른미래당은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이 바람몰이를 준비 중이다.

안 전 지사의 사퇴 이후 새롭게 치러지는 6월 혈전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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