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호수 지나면 나오는 오지마을,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
봄빛 호수 지나면 나오는 오지마을,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8.03.1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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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스케치> 봄빛 머금은 괴산의 산 · 호수 · 계곡

봄의 초입을 지나고 있는 이즈음은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시기이다. 속리산 북쪽에 자리한 풍치 좋은 두메산골, 괴산에도 봄이 찾아왔다.

괴산으로 가는 길, 질마재를 넘는다. 이 고갯길은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아기자기함까지 맛볼 수 있어 한번쯤 넘어볼 만한 길이다. 질마재를 넘어 처음 만나게 되는 화양구곡은 발길 닿는 곳이 다 절경이다. 물을 가득 담은 소와 담은 옥빛처럼 맑다. 경천벽을 비롯해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담, 학소대, 파천 따위의 9곡이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아담한 계곡길은 자연스러움은 덜 하지만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트래킹 코스로도 적당하다. 곳곳에 넓은 너럭바위들이 많고 물에 발을 담그면 서늘함이 온몸으로 흐른다.

 

▲ 화양동계곡의 초봄

 

선비들이 걷던 화양동 옛길

매표소를 지나 만나게 되는 경천벽은 화양구곡의 제1경이다. 주차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수중보 다리가 나오고 이 다리를 건너면서 화양구곡이 시작된다. 물이 하도 맑아 구름 그림자가 비춘다는 운영담을 지나면 길 양쪽에 긴 사각 돌기둥이 서 있는데 이름 하여 하마소이다.

 

▲ 운영담(화양동계곡)

 

화양구곡이란 이름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 따 지은 것이라 한다. 화양구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제4곡인 금사담으로 이름처럼 반짝이는 금빛모래가 깔려 있고, 넓은 암반 위에는 우암 선생이 서재로 썼던 정자인 암서재가 놓여 있다. 우암 선생은 조선 19대 숙종 때의 유학자로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냈던 분이다. 금사담과 암서재를 지나면 제5곡인 첨성대와 6곡인 능운대, 7곡인 와룡암이 이어지고, 조금 더 가면 도명산으로 가는 다리가 나온다.

 

▲ 읍궁암(화양동계곡)
▲ 암서재(화양동계곡)

 

이 다리에 올라서면 학이 머물며 노닐던 자리라는 학소대(제8곡)를 볼 수 있고, 보도블록이 깔린 비탈진 길을 따라 10분 정도 더 가면 제9곡인 파천이 나온다. 화양구곡길은 여기서 끝나는데, 주차장에서 왕복 7km의 거리로 2-3시간 정도 걸린다.

 

▲ 선유동계곡

발 딛는 곳마다 절경

화양구곡에서 봄기운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선유동계곡으로 가보자. 퇴계 이황이 이곳에 찾아왔다가 주변 경치가 하도 좋아 제1곡부터 제9곡까지 이름을 붙였는데 선유구곡은 여기서 말미암은 것이다.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는 선유동문을 위시해 경천벽, 학소대, 연단로, 와룡폭포,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 같은 절경은 그 이름만으로도 별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구곡이 다 아름답지만 제5곡인 와룡폭포에 이르면 용이 물을 내뿜는 듯이 쏟아내는 물소리가 귀를 쩡쩡 울리고 흩어지는 물은 한순간에 안개로 변해 장관을 연출한다.

 

▲ 연풍성지길에서 만난 수옥정폭포

 

선유동계곡 반대편에도 조용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계곡이 숨어 있는데, 쌍곡구곡이다.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절경이 뛰어나고 앞뒤로 군자산, 칠보산, 보배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우리 산수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괴산8경의 하나에 드는 깊은 계곡으로 괴산에서 연풍 쪽 10km 거리인 괴산군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는 10여 km의 구간을 말한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소박한 인심이 어우러져 산골 특유의 정감을 풍긴다. 모래 한 알까지 보일 만큼 맑은 계곡물은 냇물(쌍천)을 이뤄 내곡천과 외곡천으로 흘러간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이름난 많은 학자와 문인들이 이곳에서 산수 경치를 즐기며 머물렀다고 한다. 계곡에 들면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기암절벽, 그 위에 버티고 선 노송의 조화가 절묘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서 구곡은 호롱소, 소금강, 병암(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마당바위(장암)를 말한다. 구곡 중 처음 만나는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로 꺾어져 소를 이루었는데, 부근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소금강(제2곡)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데,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해서 소금강으로 불리고 있다.

쌍곡계곡에서 연풍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수옥폭포를 만날 수 있다. 수옥폭포는 700년 전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남하하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경치에 반해 폭포 아래에 정자를 짓고 잠시 쉬어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3단으로 이루어진 폭포는 그 밑에 깊은 소를 만들어놓았는데, 숙종 37년 연풍현감으로 있던 조유수가 사람을 시켜 물을 모아 떨어지게 하려고 파놓은 것이라 한다. 폭포 위로는 조령산이 우뚝하고 그 자락에 들어선 자연휴양림도 깊은 멋을 풍긴다.

 

▲ 괴산호를 달려가는 유람선

때 묻지 않은 오지마을

칠성면의 갈은구곡도 멋있는 비경을 보여준다. 우리 기술로 지은 괴산수력발전소를 지나면 물빛 청아한 괴산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를 끼고 굽이굽이 좁은 아스팔트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호수는 나무숲에 가려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고 새소리 바람소리가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자동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외길은 갈론마을 안까지 이어진다. 20여 가구에 4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갈론마을은 노선버스 하나 없는 산간 오지마을이다.

갈은구곡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갈론계곡 위쪽에 있다. 제1경인 갈은동문을 지나면 갈천정, 강선대가 나타나는데, 갈은구곡은 이곳 강선대에서 동남쪽과 동북쪽으로 갈라진다. 신선이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9곡 선국암(仙局岩)을 비롯해 옥류벽, 마당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개구리바위 따위의 기암들과 계곡의 푸른 물은 세상사를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선국암 3평 넓이 너럭바위에 새겨진 사노동경(四老同庚)이란 글씨도 눈길을 끈다. 네 분의 동갑나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이다. 갈은구곡을 둘러싼 군자산과 옥녀봉의 육중하고 넉넉한 모습도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갈론마을에서 옥녀봉까지는 길이 험하지 않아 작심하고 올라가 볼 만하다. 갈론마을-배티골-사기막재-정상-동릉-사거리 안부-큰골 선국암-칠학동천-고송류수재-구암-금병-옥류벽-다래골 합수점(강선대)-갈론 마을로 원점 회귀하면 되는데, 총 8km 거리에 4시간 안팎이 걸린다.

 

▲ 산막이옛길에 핀 진달래

천천히 걷는 옛길

갈론마을과는 별도로 호수 건너편에도 대여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괴산호가 생기면서 외톨이가 돼 버린 산막이마을이다. 산막이는 괴산호를 사이에 두고 사오랑, 동막, 갈론, 굴바위 마을과 함께 칠성면 사은리에 속해 있는 자연부락이다. ‘산의 마지막’ 또는 ‘산으로 가로막혔다’는 뜻의 산막이는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던 피란민들이 산에 막혀 더는 가지 못하고 머물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괴산호 옆에 들어선 산막이마을
▲ 노루샘(산막이옛길)
▲ 정사목(산막이 옛길)

 

몇 년 전부터 이 마을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호수 옆으로 난 옛길 때문이다. 산막이 옛길은 괴산수력발전소 앞에서 시작해 괴산호(칠성호)를 끼고 이어진다. 길이 2.7㎞, 왕복하면 5.4㎞이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난간(데크)을 쳐 놓아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주말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혼잡을 빗기도 한다. 수력발전소 댐 밑 선착장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걷는 길이다. 산막이 옛길에는 눈길을 끄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 산막이옛길은 데크와 난간을 쳐놓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 산막이옛길을 걷는 사람들
▲ 연화담(산막이옛길)
▲ 호랑이굴(산막이옛길)

 

연리지(連理枝), 정사목, 호랑이굴, 미녀엉덩이 참나무, 앉은뱅이 약수, 고공전망대, 수월정, 가재연못, 노루샘, 망세루 등등 이름만 들어도 뭔가 신비한 기운이 느껴진다. 특히 느티나무 고목 위에 설치한 오두막 모양의 전망대와 데크 바닥을 투명유리로 댄 고공 전망대는 산막이 옛길의 하이라이트. 이 전망대에 서면 호수 위에 둥실 떠 있는 듯한 짜릿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 최근에는 호수 가운데에 작은 인공섬 두 개를 만들었는데 울릉도와 독도라고 명명했다. 산막이 옛길 옆 선착장에서 유람선도 타볼 수 있다. 호수를 돌아보는 16t급 45인승 유람선과 12인승 황포돛배는 손님이 모이면 출발한다. 16t급 45인승 유람선과 12인승 황포돛배 요금 1만원.

 

▲ 올갱이가 사는 괴강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가는 길=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증평읍-증천교-592번 도로-질마재-부흥사거리 직진-금평 삼거리에서 592번 도로 좌회전-화양구곡.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청안방면 592번국도-도원교-화양1교-충북자연학습원 앞 삼거리-송면삼거리(좌회전)-선유동주차장. 증평읍-34번국도-괴산-연풍면-칠성면 922번 지방도-쌍곡계곡(이정표 있음).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 나들목-34번국도-쌍곡 삼거리-517번 지방도로-쌍곡계곡.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도안 삼거리-괴산-칠성 도정 삼거리-외사(수전리)-괴산호(산막이마을 입구)-갈론마을, 50분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괴산행 버스 이용. 1시간 간격(1시간 50분소요).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괴산행 버스 매일 8회 운행.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분소(832-4347)

☛숙박=산막이 옛길 주변의 펜션을 권한다. 옛길펜션(834-2277), 별빛산막이펜션(832-3614), 산막이가는길펜션(832-3200) 등. 화양동, 선유동, 쌍곡계곡에도 쉴만한 펜션이 많다.

☛맛집=강, 계곡, 호수가 많은 괴산은 예부터 민물고기 요리(매운탕)가 발달했다. 괴산읍내에 있는 괴강매운탕(832-2974), 괴산산막이매운탕(834-9116), 우리매운탕(834-0005)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질마재 넘는 길에 있는 호산죽염된장(832-1388, www.ihosan.com, 펜션 겸용)은 괴산에서 제법 알려진 맛집이다. 돼지된장양념 숯불구이 정식과 감자전 맛이 일품이다.

 

<여행작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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