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희 지음/ 김영사

재료가 가진 본래의 생명력을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훌륭한 요리라는 철학으로 다양한 자연식을 소개해온 문성희의 첫 에세이 《문성희의 밥과 숨》이 출간되었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요리 철학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밝힌다. 

운명적으로 요리사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 권위 있는 요리학원 원장이자 각종 매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인의 삶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간 이유,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방황과 탐구, 세계적인 명상학교 브라마쿠마리스에서의 수행과 생명의 법칙을 깨닫게 된 과정. 쉽지만은 않았던 그 시간들을 치열하게 통과하며 지금에 이른 저자는 존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오직 두 가지라고 말한다. 밥 먹는 것과 숨 쉬는 것. 그것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때 삶은 고해(苦海)가 아니라 선물임을 알 수 있으며, 바로 그때 생(生)의 희열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탐구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을 찾기 위한 과정과 다르지 않다. 고희를 몇 년 앞둔 저자는 지금도 매일매일 밥상을 차리며 먹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한다. 그 단순한 행위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생명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을 비롯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관계망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저자의 인생 이야기이며, 2부는 저자의 요리 철학이 응축된 음식 이야기이다. 음식은 총20가지가 담겼고, 저자와 저자의 딸이 각기 10가지씩 소개한다. 저자는 몸과 마음의 정화와 보양을 돕는 죽을, 딸 김솔은 오감을 깨우고 영양도 풍부한 혼밥요리를 택했다. 김솔은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것이 요리이지만 업으로 삼을 마음은 조금도 없었는데 홀로 오랜 자취 생활을 하면서 몸의 균형이 깨졌고, 엄마의 도움으로 올바른 섭생을 하면서 건강이 회복되는 과정을 겪은 뒤 본격적으로 엄마에게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요리라는 것이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하늘의 은총과 땅의 자비와 사람의 정성이 필요한 일임을, 그리고 그러한 메커니즘을 통해서야 한 그릇의 밥이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밥이 자신의 몸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가치를 이야기해왔고, 또 많은 이들이 그러한 삶을 동경하곤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살 수 있는지,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 풍요로울 수 있는지 막연한 것이 사실이다. 《문성희의 밥과 숨》은 그것이 특별한 사람들만 선택할 수 있는 머나먼 꿈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자가 이미 그렇듯이 몸과 마음에 대한 충일한 관심만 있다면 대도시 한복판에 살면서도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안겨주는 풍요를 맛볼 수 있다. 더 많은 것들을 갖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는 삶, 살아 있음 그 자체가 가슴 설레는 삶, 자기와 타인이 귀한 생명임을 느끼고 그 존엄을 서로 나누는 삶. 숨 잘 쉬고 밥 잘 먹기만으로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자신의 생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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