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연탄가스’ 자욱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장 본격적인 선거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인데 오히려 적전분열 양상까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은 안팎으로 생채기가 나면서 수습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정치권 1번지인 서울시장 후보마저 거론되는 인사들마다 출마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탈당하는 행렬도 늘어가고 있다. 6월 비상 경보음이 켜지고 있는 한국당 내 상황을 들여다봤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좌충우돌’식 리더십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친홍계와 반홍계의 갈등도 곳곳에서 감지되며 6월 지방선거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분위기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기회를 맞기도 했지만 이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오히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이후 불어온 한반도 온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당은 또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그 중심엔 당의 중심이 돼야 할 홍 대표가 있다. 홍 대표와 반홍계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러다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 내 갈등은 서울시장 후보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면서 증폭되는 분위기다. 홍 대표가 회심의 카드로 언급했던 홍정욱 전 의원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불출마’을 선언하면서 책임은 홍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와 관련 최근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계속 밝혀 왔고 재보궐선거에도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다”고 불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또 다른 대안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선거 출마에 부정적이어서 한국당의 선거 전략엔 비상등이 켜진지 오래다.
당 내 일각에선 ‘책임론’을 거론하며 홍 대표의 직접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이들을 ‘연탄가스’에 비유하며 강하게 반박했고 반홍계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고 전면전을 선포하다시피 했다.
“한 줌도 안 되는 그들”
재선인 김진태 의원은 홍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내 일각에선 공천 과정을 놓고 탈당 행렬도 시작됐다. 부산시장 공천에서 낙천해 탈당한 이종혁 전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등 잡음이 커지고 있다.
갈등을 잡아야 할 홍 대표가 내홍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홍 대표는 자신에 대한 서울시장 출마 요구에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키면 당이 공백이 되고 그러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 중진 의원들을 2020년 차기 총선에서 서울 강북 등 험지에 차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어떤 식으로든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홍계 인사들은 “인재영입을 시도했는데 후보를 못 구했다”며 “인재영입위원장인 당 대표가 책임져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온도 차이는 있지만 심재철 이주영 정갑윤, 나경원, 유기준, 정우택, 홍문종 의원 등 중진들이 홍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홍 대표는 광역단체장 6석을 당선시키지 못할 경우 당 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미 누차 밝혀왔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PK) 등 PK 지역 민심이 예전같지 않으면서 이러다 대구, 경북 등 텃밭만 겨우 지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이와 관련 ”당은 대표의 놀이터가 아니다“며 사실상 2선 후퇴를 요구하기도 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탈 행렬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충북도의회 이언구 임회무 의원이 잇따라 탈당하며 중원 싸움의 변화를 알렸다.
이들은 당내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무소속으로 충주시장과 괴산군수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제3당인 바른미래당행을 점치기도 한다. 충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이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으로 배를 갈아탄 것도 심상치 않다.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홍 대표는 ‘마이웨이’식 행보를 이어갔다. 홍 대표는 자신에게 반발하는 중진 의원들을 겨냥하며 “한 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의원은 “당에 대한 충정을 음해로 받아들이는 홍 대표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반박했다.
6월 지방선거는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침체된 한국당이 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반면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보수정치권은 뿌리에서부터 요동칠 수 밖에 없다. 다가오는 대회전을 앞두고 홍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