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복지’란 무엇일까 / 구혜리

주거복지, 청년복지, 장애인복지, 요즘은 길가에 핀 꽃만큼이나 우리는 ‘복지’라는 말을 쉽게 접한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장애인 등급제 폐지와 ‘Me too 운동’, 청년정책 등은 모두 복지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복지에 대한 의미를 분명히 한 사용 또한 드문 것 같다. 앞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기고를 통해 일반적인 오해와 편견을 깨고 사회복지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따라서 사회복지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의 첫 걸음으로 사회복지의 학문적 개념을 빌려 논의의 장을 열어보고자 한다.

 

 

좁은 의미로서 사회복지는 ‘개인과 가족단위의 힘만으로는 물질적 안정이나 건강 유지가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대상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서비스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시각을 ‘잔여적’ ‘선별적’ 복지라고 부르는데 저소득·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자선적 성격을 띤 복지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잔여적 복지는 대상자를 병리적으로 간주하며 그들이 겪는 사회문제를 개인적인 무능력,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때 사회복지가 보장하는 서비스는 최저수준의 보장이 된다.

한편 오늘날 점차 확대되고 있는 의미로서 사회복지는 국민의 복리와 사회적 욕구충족을 위해 사회적 노력을 강화하거나 보장하는 서비스체계를 말하며, 이는 ‘제도적’, ‘보편적’ 사회복지로 불린다. 제도적 사회복지는 거대한 사회에 대응하는 개인의 한계를 인정하며 개인이나 사회의 문제 원인을 불합리한 사회구조에서 찾는다. 이때 사회복지는 최저가 아닌 최적 수준의 보장이 된다.

복지국가의 문화권일수록 잔여적 복지보다는 제도적 복지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판란드 등 주로 주주의 형태의 북유럽국가들이 그렇다. 이들은 공공부문을 통해 노령, 의료, 가족, 실업, 교육 등 영역에서 모든 국민이 높은 혜택을 누리게끔 하고 있다. 한국의 복지체제 역시 서구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의 공적 지출에 머무르고 있지만 근래 들어 특히 정권이 교체된 이후 복지에 대한 수요와 공공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난 역시 끊이질 않는다. 특히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보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는 보수주의 정치권에서 복지는 무임승차(사회적 협력에 드는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그 혜택을 누리려는 것)를 낳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무임승차를 하고 싶어 구태여 어려운 삶은 택하는 사람은 없다. 치매를 예로 생각해보자, 그 누가 치매를 예상하고 회피할 수 있을까. 또 갑작스러운 장애와 질병,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완벽히 동떨어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누구나 무임승차자가 될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협력으로써 삶을 지켜낼 수 있다. 또 오히려 제도적 복지국가화 될수록 무임승차에 대한 문제도 낮아질 수 있다. ‘권리’로서의 사회복지는 특정 약자가 아닌 모든 국민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복지정책의 적극적 실행, 그리고 보편주의적 복지 프로그램의 확대가 한국사회가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 뿐 아니라 모든 계급의 걱정과 긴장을 덜어주는 것이 정부의 기능이다.” _ Titmuss, R

이와 같은 시각차이로 인해 사회복지에 대한 정의는 상이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잔여적 복지나 제도적 복지는 하나의 연결선상에 놓여있는 것이다. 사회복지가 지향하는 바는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사회제도이자 전문직이자 학문분야로서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로 볼 때 사회복지는 사회문제의 예방이나 해결을 통해 개인, 가족, 집단, 지역의 복리를 위한 민간과 정부의 광범위하고도 조직적인 노력 체계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에서는 ‘환경 속의 인간(PIE person in environment)’을 대상으로 중시한다.

그렇다면 사회복지가 다루어야 할 ‘사회문제’는 어느 범주까지 볼 수 있는가. 과거에는 의식주에 기반한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욕구를 그 대상으로 다루었다. 하지만 산업화를 거친 현대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생존과 삶에 관한 필요조건의 형태가 달라졌고 복지국가화의 경향으로 생존에 부차적인 영역까지 복지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사회적 욕구’가 변동하기 때문인데, 그 예로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복지 확대 등이 있다.
 

 

사회복지와 사회사업의 차이

사회복지와 사회사업은 다르다. 불과 며칠 전 미용실에 갔다가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배운다는 말에 “그거 참 힘든 일 하시네요” 라는 대답을 들었다. “친척 중에 아무개도 복지관에서 요양사로 일하는데….” 상대방은 아마도 사회복지를 즉각 복지관에 연상지어 그와 같은 말을 꺼냈으리라. 또 대학원만 해도 사회복지‘전문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은 으레 다른 취급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흔히 하는 오해가 사회복지를 사회사업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우선 사회사업은 사회복지의 실천영역에 속하는 부분집합이다. 사회사업은 개인적 만족과 독립을 목적으로 보다 미시적인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고 원조하는 전문서비스를 말한다. 반면 사회복지는 바람직한 사회환경을 목적으로 보다 보편적인 대상에게 거시적인 제도와 정책으로써 적극적인 접근이다. 따라서 사회복지는 크게 자선과 상호부조, 공공복지와 사회적서비스, 사회보험으로 구성된다.

전통적으로 두레와 향약, 계처럼 자선과 상호부조는 오랜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존재했다. 공동체 사회를 근간으로 자발적인 상호 원조로서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 협동조합 등으로 그 형태를 변화하며 지속되고 있다. 한편 빈곤이 정치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조세를 통해 빈곤층의 최저생계보장을 위한 급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제도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로 1601년 영국 엘리자베스의 Poor law가 있다. 반면 사회보험은 국가가 강제로 보험료를 징수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개인과 가족 스스로 예방하게끔 만든 안정망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서비스는 오늘날 다양해진 사람들의 욕구와 어려움에 사회가 주체가 되어 대응하는 노력이다.
 

 

올바른 사회복지의 길

사회복지의 일반적인 가치로는 평등, 자유, 정의, 연대가 있다. 평등은 사회복지 가치 중 가장 중요한 하나로 사회자원의 재분배를 통해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골고루 향상하고자 하는 가치이다. 평등의 종류에는 욕구와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수량적 평등’, 욕구, 능력, 노력, 기여에 따라 사회 자원을 분배하는 ‘비례적 평등(형평)’, 마지막으로 결과의 평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정상의 기회에 대한 평등이 있다. 자유는 국가가 국민에 간섭하는 영향력에 따라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자유로 구분할 수 있다. 정의에는 절차상 정의, 결과로서 분배의 정의를 의미하는 실질적 정의, 불의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사회과정을 강조하는 능동적 과정으로서의 정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연대는 공통의 이해와 속성에 근거한 개인과 집단의 연대를 의미하는 기계적 연대와, 사회구성원의 상이성과 그로부터의 질서 유지에 근거한 유기적 연대로 구분된다.

한편 사회복지는 다른 학문과 달리 윤리적 원칙을 준수한다. 윤리란 가치가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으로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지켜야 할 약속, 도덕적 원리로 정의된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은 미국에서 1960년 최초로 공포되었고,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윤리강령은 1982년 제정되었다. 이전까지 사회과학분야의 과학적 방법론의 발달로 객관적 설명과 전문지식, 기술개발에 초점을 두었다면, 윤리에 대한 논의를 통해 독립 학문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념적으로 사회복지는 신좌파, 중도주의, 민주적 사회주의, 맑시즘, 페미니즘, 녹색주의를 근간으로 영향을 받아 발전했다. 이념적 차이에서도 사회복지가 지향하는 바는 공통적으로 인권존중과 인권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복지사 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중략)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고 (중략)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로서 헌신한다.” 인권에 기초한 실천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켜 줄 의무로써 명시된 선서를 통해 사회복지사로서 갖춰야할 마음가짐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날이 풀려 새싹이 오르고 꽃봉오리가 올라오는가 싶더니 다시 또 추워졌다. 우리 시대의 복지가 맞이하는 쌀쌀함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무분별하게 붙여지는 ‘복지’를 보면 잠깐 휩쓸다 사라질 유행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추위에 꽃이 지고 쓸쓸한 가지만이 앙상한 겨울날에도 그 뿌리를 단단히 간직한 채 다시 꽃피는 봄이 오길 기대하는 우리들의 ‘복지시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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