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 4개월째 하락

봄기운이 시작됐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미세먼지처럼 뿌옇기만 하다. 아직 한겨울의 냉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4개월째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개선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과 GM사태, 조선업 구조조정 등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계속해서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며 내외적 요인들을 살피고 있다. 한국 경제가 올 봄 넘어야 할 장애물들을 살펴봤다.

 

 

한반도엔 훈풍이 불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8.1로 지난달 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4개월 연속 나빠진 것은 2010년 12월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당시 소비심리는 구제역과 저축은행 사태, 동일본 지진 등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서울에서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남성 K씨는 “경제상황이 몇 년째 바닥”이라며 “이미 휘청한 곳은 재기 불능상태”라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단 전문가들은 지수가 100 이상이라는 점에서 향후 나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소비심리가 하락한 것은 외부적인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와 GM 군산공장 폐쇄 등 경제 이슈가 부정적이다보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데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망설이는 ‘소비자들’

소비자심리지수를 항목별로 보면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95로 1% 상승했고 생활형편전망지수는 102, 가계수입전망지수는 103, 소비지출전망지수는 108로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외부 요인들로 인해 현재경기판단지수는 87, 향후경기전망지수는 97로 전월보다 각각 2%, 1%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7로 한 달 사이 5% 떨어졌다. 이는 작년 8·2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 임대업이자상환비율 등이 도입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후폭풍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앞두고 시작된 주택 공급 과잉 우려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임금수준전망지수는 2% 하락한 121로, 지난 1월 최고인 126을 기록한 이후 조정세가 이어졌다.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인식한 물가 상승률 수준인 물가인식은 2.5%로 전월과 같았다. 앞으로 1년간 물가 상승 전망인 기대 인플레이션율 역시 한 달 전과 같은 2.6%였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봄 이후 소비자심리지수가 올랐다가 올해 들어 다소 조정이 되고 있다”면서 “7년 전에는 소비자심리가 총 15.2%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3.9%로 하락 폭이 적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비자심리지수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주가 상승 등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7월까지 6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북핵 리스크 고조,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악화되면서 8월과 9월 잇따라 하락했다. 이후 대외 여건 개선에 힘입어 두 달 연속 반등해 지난해 11월 112까지 올랐지만 다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따라 수출둔화에 대한 우려가 늘었고 한국GM, 조선업 등 구조조정 이슈 등의 영향으로 경기관련 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취업 관련 지수’ 관심

경기 관련 지수의 경우 과거 100보다 낮은 적도 있었던 만큼 최악은 아니라는 얘기다. 단지 소비자들이 외부 이슈들로 인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취업기회에 대한 기대심리가 소폭 상승한 것도 눈길을 끈다. 3월 취업기회전망 소비자심리지수는 94로 전월대비 1% 올랐다. 정부가 최근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취업 관련 전망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100에 못미쳤다. 6개월 후 취업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도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임금수준전망지수가 2% 하락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지난 1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조정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에 대한 설문조사에선 공업제품(51.5%), 공공요금(45.9%), 농축수산물(33.8%), 집세(26.3%), 개인서비스(28.1%)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달보다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오를 것이란 응답이 많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 중 6개 주요 지수인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을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과거 장기평균치(2003∼2017년)의 기준값을 100으로 한다. 그 이상이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고, 이하면 비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4개월째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점을 웃돌고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분위기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GM사태와 조선업 이슈 등 구조조정 바람도 넘어야 할 산이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해빙무드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외부의 바람은 여전히 어둡다.

정부 관계자는 “GM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조선업 구조조정 이슈가 지속해서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본인에게 당장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우려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요소도 없지는 않았다. 유가와 주택 전세가 하락, 주가 상승 등은 소비자심리지수를 유지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중요 이슈다. 강화한 대출규제 정책이 도입된 이후 투기 열풍이 다소 완화되는 추세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도 시행되기 때문이다.

한반도 훈풍을 이끈 문재인 정부가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