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로 몸살 앓는 대한민국, 대대적인 수리해야 할 때”
“부실공사로 몸살 앓는 대한민국, 대대적인 수리해야 할 때”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4.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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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하승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하승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 다당제와 함께 연립정부를 주장했다.

▲ 우리나라 국민들은 하나의 정당에 50% 이상의 표를 몰아주지 않는다. 제일 많이 받은 당이 33% 정도다. 선거제도가 비례성이 보장되면 국민 요구대로 되는데, 국민들은 다당제를 선호한다는 것이 투표성향에서 나타난다.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제보다는 다당제를 바란다는 게 드러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당제로 갈 수 있다. 다당제가 되면 한 정당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독점하지 못한다. 정당들은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든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다당제가 되면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해도 국회의 동의를 받으려면 자신의 정당 지지만으로 안 되기 때문에 다른 당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국회가 추천하려해도 한 당에서 추천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당이 연합해서 추천을 해야만 가능해진다. 양당제에서는 두 개의 기득권 정당이 모든 정치를 장악하기 때문에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단점이 크다.

 

- 6.13 지방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 낡은 정치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이하 비례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다당제 구조로 전환해야 할 때다. 비례제가 도입되더라도 특정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도 막을 수 있다. 물론 대통령제에서도 연립정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남미 우루과이에서 보듯이 대통령제하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선거연합+대통령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연립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브라질도 대통령제 국가지만 다당제를 하고 있다. 때문에 실제로는 연립정부 형태다. 이런 식의 정치시스템으로 바뀌어야 정치에서 제외된 국민의 목소리들이 정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면 정당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 기득권은 반발할 텐데.

▲ ‘소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바꾸려면 제대로 바꿔야 한다. 현재의 ‘사이비 비례대표제’에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절충하는 방식은 안 된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헌법을 바꾸는 것만큼 어렵다. 기득권 정치세력들도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 할 것이다. 1987년에 한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야당과 민주화운동 세력 간의 근시안적인 태도로 때를 놓쳤다.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기회가 왔다. 정치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했고, 제3당을 만들려는 시도가 커지면서 유권자들이 호응하고 있다. 시민공감대가 형성되고 국회 안팎을 아우르는 범시민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오는 2020년 총선 전까지 공론화를 통해 전면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을 이뤄내려면 공감대가 같은 정당과 단체, 개인들과의 광범위한 연대가 필수적이다.

 

- 자유당은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에 반대하고 있다.

▲ 지역기반의 정치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특히 자유당은 작은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보수정당으로서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독일의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당의 메르켈 총리가 계속 집권할 수 있는 것도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 덕분이다. 유럽의 보수정당들처럼 정당개혁도 과감하게 하고, 시류에 맞는 정책개발에 공을 들여야 한다. 그 길만이 보수가 사는 길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자유당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자신들의 입지가 불리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개헌 동시투표에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자유당이 주장하는 것은 공약사항이 아니라 당리당략적인 것이다. 처음부터 홍준표 대표가 이원집정부제를 하겠다고 공약을 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발뺌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 말고는 다른 이유를 들기가 어렵다.

 

-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행태는 여전하다.

▲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자유당의 목표이자 생존전략이다. 이는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적인 정치행위다. 그럴수록 약화 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보수정당이라면 젊은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영국 보수당이나 미국 공화당은 그렇게 가고 있다. 반면에 자유당은 젊은 층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오로지 자신들의 지역구에만 기댄 채 기득권만 챙기겠다는 거다. 영국처럼 청년 세대들을 끌어들이고 선거제도 개혁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기득권 유지에만 매달리면 실패한다. 지금 청년들은 다당제를 선호하고 있는데,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확고한 정책을 기반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 녹색당 대표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정치참여를 해왔다. 정치에 뜻이 있는 건가.

▲ 국민의 한 사람이고 주권자로서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다. 정치가 잘 되기를 바란다. 지금 정치현장에 들어간다기보다 먼저 잘못된 정치시스템 개혁이 1차적인 목표다. 정치제도나 선거제도 등이 왜곡된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정치일선에 들어가도 정치를 바꾸기는 어렵다. 거대 여야 정당을 보면, 과거에 노동운동을 했던 분들이 많다. 그분들도 처음에는 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현실과 부딪히다 보면 정치가 바뀐 게 아니라 자신이 바뀌어 버린다. 그것을 ‘변절’이라 욕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변절이라 꼬집어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분들도 거기서 부단히 노력하고 적응하려 했을 것이다.

 

- 시스템이 걸림돌이라는 뜻인가.

▲ 지금의 정치시스템에서 오랫동안 가다 보면 사람이 시스템에 의해 잘못될 가능성이 많다. 자유당의 김문수 씨나 이재오 씨를 보더라도 예전에는 열정적으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분들이다. 더불어민주당에도 학생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했던 분들이 많다. 지금 이들은 상당히 기득권화 되어 있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변치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이 변한 이유는 잘못된 시스템 때문이다. 잘못된 선거제도와 비민주적인 정당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 정당에 들어가 봤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도리어 자신이 바뀌게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개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게 되면 정치참여는 자연스레 이뤄질 수도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2016년 촛불혁명에 의해 국정농단이 밝혀지고,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새로운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조기에 선출하는 등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엄청난 과정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 교체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문제는 잠복해있다. 집으로 치면 비가 많이 새는 지붕을 임시로 막아 놓은 것뿐이다. 지붕이 새면 결국 폐가가 된다. 통째로 집을 수선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큰집 곳곳이 부실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고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 할 때다. 그것이 국가개혁이고 선거제도개혁이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문제는 누가 시장이 되고 단체장이 되던 국민들은 당선자가 양심적으로 정치를 잘해주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선거도 중요하고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가 많은 집을 대수선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선거에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제대로 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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