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자화상’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보험사기’가 다시 한 번 재확인됐다. 겉으로는 ‘동방예의지국’과 진실을 말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로 재편되면서 물질만능과 거짓이 판치고 있는 슬픈 자화상이다. 지난해 보험사기를 저지르다 적발된 금액만 7000억 원을 훌쩍 넘기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공식이 보험사기에도 깊게 배어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한민국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보험사기의 실태를 살펴봤다.

 

 

이른바 ‘나일론 환자’는 보험사기를 대표하는 단어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환자행세를 하는 모습은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남이 하면 손가락질의 대상이지만 막상 자신이 그 상황이 되면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면보다 117억원(1.6%) 증가한 73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금액으로 적발 인원은 총 8만 3535명이었다. 한해 전인 2016년보다 523명(0.6%) 증가했고, 1인당 평균 사기 금액은 870만원으로 비슷한 수치였다.

병원과 보험사 직원, 그리고 일반 개인 등 그 유형도 다양했다. J병원은 입원이 필요하지도 않은 환자들에게도 실손의료보험으로 MRI 촬영비 등 고가의 진료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허위 입원확인서를 발급했다. 여기에 하지도 않은 도수치료를 한 것처럼 허위로 확인서를 발급해 보험금 7억 4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양심 속인 ‘물질만능’

보험설계사 K씨는 지인 10여명을 대상으로 모집 수당을 받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다. 여러 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허위 사고를 통해 입원과 수술, 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보험금 5억 7000만원을 챙겼다.

보험사기의 민낯은 이처럼 거짓이 판을 치고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말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마치 일부 저소득층에만 한정된 것으로 그렇지 않다”면서 “그 주인공들 중에는 종교인, 교사 등 양심을 강조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밝힌 사기 유형에 따르면 허위 및 피해과장 보험사기는 늘어난 반면 고의사고는 감소했다.

허위입원 및 보험사고 내용 조작 등 허위·과다사고 유형은 지난해 5345억원이 적발됐다. 총 적발금액의 73.2%를 차지한 셈이다. 자동차보험 피해과장 유형도 542억원을 기록해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에 반해 살인과 자살, 방화, 고의 충돌 등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적극적인 형태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91억원(12.2%)으로 전년보다 26.7%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과다 입원 및 피해를 과장하는 형태의 보험사기는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보험사기 행태는 우리 일상에서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60대 초반 남성 P씨는 지난해 버스가 급출발하면서 넘어지는 상황을 겪었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단순타박상 판정을 받았지만 지인의 병원에 두 달간 입원해 보험금을 쏠쏠히 받았다고 주위에 자랑을 했다. 그는 요 몇 년간 정치권 주변에서 활동을 했지만 지속적인 수입이 없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O씨는 일부 택시 기사들의 행태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운전 실수로 택시를 뒤에서 살짝 받았는데 기사가 목을 움켜잡으며 ‘사람 살리라’고 고함을 쳐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택시 기사는 한두 달은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이라며 상상 이상의 합의금을 불렀다.

O씨가 답답한 마음에 주위에 자문을 청했더니 한결같이 ‘악덕 택시 기사에게 걸리면 방법이 없다’며 합의를 추천해 할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돈을 건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사기 면면을 보면 물질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거짓이 판을 치는지 알 수 있다”며 “보험회사의 도덕성 또한 문제지만 더 큰 것은 내가 하면 괜찮다는 이중잣대”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종목의 경우 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가 전체 적발금액의 90.0%인 6574억원을 차지했다. 생명보험은 10%인 728억원 수준이었다.

허위입원과 과다입원 유형이 크게 증가하면서 장기손해보험의 적발규모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사기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고 생명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전년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금감원 측은 블랙박스와 CCTV 설치 등 사회적 감시망 확대가 보험사기 예방으로 이어진 게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 지연으로 허위·과다입원 및 자살·자해 관련 보험사기 적발실적이 감소한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결국 이웃들에게 피해”

연령별로 보면 30∼50대가 68.5%로 전년보다 1.4% 줄어들었다. 하지만, 20대는 14.4%에서 15.5%로 늘었고 60대 이상도 13.9%에서 14.5%로 비중이 높아졌다. 40대 이하는 자동차 보험사기가 많고 50대 이상은 병원 관련 사기가 많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직업별로는 병원 종사자와 정비업소 종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무직·일용직의 보험사기 비중은 14.1%에서 12.0%로 2.1%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68.7%, 여성은 31.3%를 차지했다.

일부 병원의 경우 재활치료를 받는 운동선수들이 합숙할 수 있는 기숙사를 운영하며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허위로 입원확인서를 발급하는 ‘간 큰’ 행위를 하기도 했다.

개인들의 ‘도덕불감증’도 심각했다. 허위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보험사고 내용을 조작하는 수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다 입원과 피해를 과장하는 형태의 보험사기를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측은 “보험사기가 근절될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겠다”면서 “보험사기는 당장은 이득 같지만 결국 보험료 인상을 초래해 결국은 이웃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기는 거짓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금감원과 수사기관의 노력이 이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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