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아트갤러리는 지필묵이 선사하는 시각언어를 폭넓게 섭렵하여 자신만의 해법을 개척한 이철주 작가의 개인전 ‘꽃보다 아름다워라’를 25일(수)부터 다음달 7일(월)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새까만 ‘먹그림’이 화려한 꽃보다 찬연하고 눈부시다는 작가의 주술적 되뇜이자, 동양화에 바치는 그의 숭고한 헌사로 마련됐다. 

지필묵이 전하는 시각 언어를 다양하게 해석해 보며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개인전에서 이철주 작가는 문자 추상 30여점을 선보이게 된다. 전시는 큰 화면에 담묵과 농묵의 획과 점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같은 크기로 잘라 언어 고유의 의미망을 깨뜨린 다음 유닛의 위치를 바꾸어 다시 조합하는 방식으로 배열됐다. 그동안은 파자(破字)의 문구로 ‘꽃보다 아름다워라’를 사용해 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박인환 시인이 지은 <세월>의 시구인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를 도입했다. 

관람객들은 어긋난 퍼즐처럼 셀이 재조합되면서 획의 연속성과 질서가 깨졌지만 이 과정에서 생성된 제3의 문자들을 문맥이 전혀 다른 심상(心像)의 언어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사각형 작품을 45도 회전하여 마름모 형태로 설치하거나 정육면체의 큐빅을 만들어 천장에 매다는 등 공간을 활용한 진열은 독립된 개체들이 여타 작품과 입체적으로 어울리는 일획의 유닛을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전시인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잘라내고 떼고 붙이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창출한, 끊임없는 노동의 결실과도 같다. 삼라만상을 함축한 현색(玄色)이 창출하는 수묵 추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철주의 작업은 작가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온 ‘획’이라는 동양 전통의 방법론과 양식이 21세기 회화의 뛰어난 요소로 재해석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한편 이철주 작가가 50년 화업의 결과물을 시대별로 정리한 100여점의 작품을 동덕여자대학교 미술관에 기증한다고 밝힘에 따라 동덕여자대학교 미술관은 앞으로도 이철주 작가의 모든 작품 경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작가 작품기증에 대한 약정식은 이번 전시의 오픈식에서 체결되며, 30일(월)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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