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개헌 골든 타임’, ‘네 탓 공방’만 무성
날아간 ‘개헌 골든 타임’, ‘네 탓 공방’만 무성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8.04.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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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의 슬픈 자화상

소리는 요란했지만 역시나였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막상 공이 넘겨지자 이런 저런 이유로 또 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남북정상회담을 비롯 다른 주요 이슈들이 급부상하면서 개헌은 또 다시 연기만 모락모락 피운채 유야무야 될 상황이다. 국민투표법 개정이 불발로 끝나면서 6월 개헌은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개헌 가능성 또한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아직 몇 가지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정치권은 또 다시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헌에 대한 진정성 또한 의심스러울 정도다. 개헌론을 둘러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6월 개헌이 결국 무산됐다. 지금까지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정치권의 의도는 또 한 번의 파열음만 남긴채 사라졌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권의 개헌이라는 큰 틀을 논의하기엔 역량 미달임을 또 다시 보여준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정쟁에만 몰두해 개헌 기회를 날려 버렸다”면서 일침을 날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입으로는 개헌을 하자고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대선불복까지 거론하며 특검을 주장하고 방송법까지 붙잡은 채 국민투표법의 발목을 잡으면서 더 이상 개헌 논의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과 여당 탓으로 돌렸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쇼는 끝났지만 개헌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맞받아쳤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시간표를 짜놓고 개헌 장사를 한 문 대통령의 개헌쇼는 이제 막을 내렸다”면서 “이번에 무산된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개헌 꼼수이고, 개헌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그 동안 여당의 6월 동시투표에 맞서 9월 개헌론을 주장해왔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이 적지 않게 고려됐다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을 갖고 장난을 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며 “개헌을 정쟁으로 몰아가 무산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 국회에서 국민 개헌을 완성하겠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개헌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3당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촛불 혁명을 완성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시작된 개헌 기회가 거대 양당의 정쟁에 가로막혀 좌초 위기에 처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국회 주도의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어려운 ‘2020년 로드맵’

하지만 정치권의 개헌론 지속 움직임이 다시 힘을 얻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들이 무르익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9월 개헌 추진, 2020년 총선과 동시 개헌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을 위해선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데 또 다시 날을 잡는다는게 쉽지 않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주판알을 튕겼던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정치권에 산적한 과제들도 적지 않다.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 개헌안은 여야의 개헌 논의와 무관하게 5월 24일까지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심사숙고해 판단하겠다고 한 만큼 국회와 국민여론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9월 개헌을 여전히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의 당 지지율과 민심을 고려할 때 단독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설이 나오는 것도 불안정한 정치지형도를 보여준다.

여권 내에서도 경제와 민생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풀어야 하는 집권 2년차에 개헌 논의를 지속하는 것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커지고 있다.

개헌안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하다. 4년 연임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분권형 대통령제. 책임총리제를 내세운 한국당의 이견은 여전히 넓다. 댓글조작 특검이란 또 다른 장애물도 등장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으론 개헌 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개헌안이 국민뜻에 맞는 개헌안인가 아닌가, 개헌안을 붙여서 투표율이 50%를 넘길수 있는가가 판단기준”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안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립이 풀리지 않는 한 개헌은 물건너 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야3당은 개헌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방선거 전에 개헌안을 합의하고 새로 일정을 잡아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당초 합의했던 ‘8인 개헌 협상회의’의 즉각 가동도 요구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6월 개헌이 무산될 지경에 처해있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6월 개헌이 안되면 7월 개헌, 7월 개헌이 안되면 8월 개헌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대적 열망을 담아낸 개헌안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모든 정치인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개헌론’이 또 다른 로드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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