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복 칼럼> 다가오는 통일, 쓰레기부터 치워야

엊그제는 뱀과 동침을 했다. 무슨 뱀인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해서 뱀이 내 옆으로 왔는지도 모른다. 꿈이었다. 꿈인데도 옆구리 쪽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확, 왔다. 손을 내밀어서 그 느낌을 만지는 순간 파충류 계통이라는 것을 알았다. 깔깔하게 딱딱하면서도 미끄러운 그것은 분명 기분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마 벌떡 일어났었을 것이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서는 순간 그것은 이불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것의 색깔이 고동색 계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께가 내 몸통만이나 했다. 길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고동색의 거대한 뱀이 이불 속을 빠져나가고 있는데 나는 우두커니 선 채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서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태몽을 꾸자는 것도 아니겠고 이게 뭔 일이냐, 어리둥절한 기분인 채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노라니 야 이건 길상이다, 하는 답이 나왔다.

 

▲ 배경사진=청와대

 

그래, 나는 좋은 꿈을 꾼 것이다. 세상에, 뱀과 동침을 하다니, 보는 것만으로도 징그럽다고 오만상을 찌그리는 내가 뱀을 옆에 끼고 주무시기까지 했다니 이 얼마나 배 터지게 상서로운 조짐이란 말이냐. 웃어도 좋을 것 같았다. 어쩔 것인가. 절로 키득키득 터져 나오는 웃음을 원도 한도 없이 실컷 웃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웃을 일이 너무 막 생긴다.

웃을 일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 막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통일이 마치 봄날의 꽃소식처럼 저 앞에서 아른거리는 오늘날의 현상은 일언이 폐지하고 웃고, 웃고, 또 웃어도 웃을 일이 아직 산처럼 많이 남아 있다는 예고편에 다름 아니다.

큰 거 하나가 잘 풀리거나 잘 풀릴 조짐이 보이면 작은 일은 모두가 저절로 다 잘 되어가기 마련이다. 최소한 잘 되어갈 것 같다는 느낌 정도는 있다. 좋은 생각이 좋은 결과를 낳더라고, 느낌이 좋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그 일의 성공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예뻐 보이기만 하는 것, 그게 보편적인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인 거 아닐까?

좋은 일이 다발로 막 생기기 시작하면 나쁜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들은 기가 죽어서 흐느적거리기 마련이다. 세상이 온통 나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 좋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사람들은 정의를 외치며 죽음도 불사하지만, 나쁜 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품고 다니며 오직 하나 자기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해 온 사람들은 좋은 일이 여름날의 수풀처럼 왕성해기기 시작하면 설 자리를 잃고 휘청거리다가 스스로 소멸돼 간다. 이것을 우리는 ‘위대한 자연계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무슨 비행기 회사의 회장 마누라라든가 단독으로 무슨 회장 노릇을 해 왔다던가, 하여튼 넓은 세상을 엄청나게 좁게 살아온 사람으로 밝혀진 한 아줌마의 경우는 너무나 극단적으로 못나빠져서 훗날 자연계의 법칙을 교육현장 같은 데서 응용하고자 할 때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온 나라를 동서남북으로 두루 떠들썩하게 만들어놓고 있는 그 아줌마의 언행을 놓고 어떤 사람은 분노조절장애라는 고상한 명칭으로 포장해 주고 있기도 하지만, 내 보기에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 아줌마는 일단 세상이 얼마나 넓고 깊은가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다. 깊은 우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개구리의 삶을 줄기차게 살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 자의 눈에 사람이 보일 까닭이 없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를 않으니 사람을 마치 자신이 싸질러놓은 똥덩어리 취급을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 아줌마는 나는 쓰레기랍니다, 하는 고백을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었던 것일 뿐이다.

그 아줌마 쓰레기의 남편은 더욱 가관이다. 비행기 회사의 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그가 딸내미 둘을 데리고 평창 동계 올림픽 성화 봉송에 나섰던가 보다. 아비와 두 딸이 깡충깡충 토끼처럼 뛰는 모습을 뉴스에서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막 터진다.

회장 자신이야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다. 문제는 딸내미 둘을 왜 무슨 자격으로 끌어 들였느냐 하는 것이다. 보도되는 내용을 따라가자면 이 사람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나쁜 짓을 골고루 다 해 왔던 것 같다. 그것도 아비나 어미가 자식들 몰래 한 것이 아니라 자식들까지 통째로 마치 무슨 ‘악행주식회사’라도 차려놓은 것처럼 해 왔다.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자기 고유의 특징을 드러냄으로써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장하는 법이다. 쓰레기는 쓰레기서로서의 고유한 특징이 있기 마련이다. 쓰레기가 사람 탈을 쓰고 사람 행세를 하고 있었으니 그 속임수가 영원할 리 만무하다. 통일이 코앞으로 바싹 다가왔다고 여겨지는 이 시점에서 이런 쓰레기들의 정체가 낱낱이 밝혀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박수나 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진짜 큰 문제가 있다. 그런 쓰레기들을 그동안 줄기차게 보호해주고 그 대가로 배를 채워온 온 또 하나의 쓰레기 집단이 각급 수사기관이며 감독기관 내에 숨어서 현재도 암약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들을 어찌 할 것인가. 통일한국 시대에 이런 쓰레기들도 동참을 시켜야 하는가?

그러고 보면 쓰레기는 그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다. 김경수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주문했다가 거절당하자 복수를 시작했다는 ‘드루킹’이란 자의 쓰레기 행태는 뭐 특별히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언급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목숨을 걸고 덤비는 ‘정치 쓰레기’들의 작태는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도박회사 강원랜드에 오백여 명이나 불법적으로 취업을 시킨 국회의원이 이 땅에 엄존하고 있다는 뉴스는 오래 전부터 나왔었다. 수사 당국이 자신의 고유한 업무인 수사를 대충 덮으라고 지시했다는 뉴스조차도 나와 버렸다. 이만하면 특검을 투입해도 열 번은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도 특검은 특자조차도 국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너무 많은 쓰레기가 쌓여서 교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검을 투입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도 콧방귀조차 안 뀌는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자유한국당이라고, 이름도 고상한 이 집단 사람들은 정작 해야 할 특검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드루킹’은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악에 악을 써댄다. 쥐꼬리 하나 붙잡고 흔들어대며 공룡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겨대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못 먹는 감 일단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덤비고 설치는 이런 국회의원들을 통일 대한민국에서도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이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 무슨 일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이 사람들은 통일과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반대를 외칠 게 명약관화하다. 자기들이 약속한 개헌논의마저 수장시켜버린 사람들인데 무슨 짓을 못할까.

우리는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일하라고 뽑아놓은 국회의원들이 나라의 미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나 열심을 판다면 그런 국회의원들을 대체 어디에 쓸 것인가.

돈이 남아돌아서 거지 적선하듯 세비를 축내자는 것이 아닌 바에야 일도 안 하는 국회의원들은 이제 축출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국회 해산과 관련한 안건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국무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주어져 있다.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를 청소하듯이,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국회를 해산하는 문제도 우리 대통령은 이제 고민해볼 때가 되었다.

<김수복 님은 중편소설 ‘한줌의 도덕’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하던 일을 접고 낙향, 뭇 생명들의 경이로운 파동을 관찰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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