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거제도 산양천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에 이른 희귀어류 남방동사리의 모습이다. ⓒ 임희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기 공사로 판명 나고 있는 4대강사업은 22조나 되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탕진한 채 이 땅의 젖줄과도 같은 4대강의 수질과 수생태계를 깡그리 망쳐놓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4대강사업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중앙정부가 벌인 4대강사업은 지방정부에서 제2의 4대강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자는 지방하천에 일어나고 있는, 지방정부에 의한 제2의 4대강사업을 연속해서 취재합니다. 그 첫 순서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인 남방동사리의 유일한 서식처인 경남 거제도 산양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고발해봅니다.

남방동사리란 물고기를 아시나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종인 이 귀한 물고기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제도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거제도 중에서도 '산양천'이란 하천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친구입니다. 그만큼 이 친구들이 살고 있는 산양천은 특별합니다.

그런데 이 귀한 친구의 서식처가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고 합니다. 경상남도에서 이 산양천에 하천정비사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산양천에서 발견된 희귀어류인 남방동사리. 이들의 유일한 서식처인 산양천이 하천공사로 파괴된다면 이들은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다. ⓒ 채병수

 

경상남도는 거제시 동부면 일원에 있는 산양천을 중심으로 하천시설물 보강과 하도개선공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공사가 착공되면 남방동사리의 서식처의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하천정비사업이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자연제방을 허물고 인공제방을 쌓고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강 생태계를 깡그리 괴멸시켜 놓은 것입니다. 강에 사는 생물들에겐 테러와도 같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 남방동사리가 발견된 아름다운 하천인 산양천의 전경. 하천공사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하천이다. ⓒ 채병수

 

무분별한 하천정비사업, 멸종위기종 어류들의 멸종 앞당겨

특히 멸종위기종들에게 서식처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들이 멸종위기에 이른 것도 상당히 까다로운 서식환경이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서식처가 사라지면 이들도 자연히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만약 산양천에 하천정비사업이 그대로 강행된다면 우리나라에서 남방동사리를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 파괴되고, 그러면 남방동사리는 우리나라에서 멸종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남방동사리를 오래 전부터 연구해온 '담수생태연구소'의 채병수 박사는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환경부는 남방동사리의 분포 영역과 서식처의 불안정성 때문에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남방동사리가 서식하는 곳은 거제도 동부면을 흐르는 산양천뿐으로 거제도 내의 다른 하천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산양천에서는 상류의 삼거리에서부터 하류의 산양리에 이르는 8km 정도의 본류 구간과 중류의 작은 지류들로서, 한 종의 분포범위로는 극단적으로 좁다. 또 하천의 중류에 구천저수지와 동부저수지가 있어 서식처가 더욱 축소되어 있다. 더욱이 동부저수지 아래의 하류지역은 남방동사리가 처음 발견된(1988년) 이후에 하천정비사업에 의해 이미 한 차례 생태계의 파괴가 일어나 남방동사리의 개체수가 급감하였으며, 약 1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생태계가 회복되어 소수의 남방동사리가 서식하게 되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 대하여 또 다시 하천정비사업을 계획하고 실행단계에 와있어서 남방동사리 서식처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

 

▲ 산양천의 중류에 들어선 구천저수지. 이러한 저수지로 인해 물길이 말라 남방동사리와 같은 멸종위기종은 더욱 살기 어려워진다. 이미 이와 같은 하천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종 꺽저기와 쉬리는 이곳에서 절멸됐다. ⓒ 채병수

 

그동안 멸종위기종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한 지자체의 무분별한 토건공사로 얼마나 많은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들이 파괴되어 왔나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특히 천편일률적인 토건공사인 하천정비사업으로 수생태 환경의 파괴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하천정비 사업뿐 아니라 산양천 상류지역의 산지에는 풍력발전소 건립이라든가 케이블카 설치 등과 같은 남방동사리의 서식처 주변 지역에 대한 개발 압력이 매우 커서 지역민들이나 환경단체에서 남방동사리의 서식처 파괴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큰 실정이다. 남방동사리가 서식하고 있는 산양천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인 꺽저기와 한반도 고유종인 쉬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이 두 어종은 현재는 전혀 관찰되지 않아 거제도에서는 절멸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절멸 이유는 수질오염과 저수지 축조에 따른 서식처의 소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채병수 박사의 추가 설명입니다. 역시 멸종위기종인 꺽저기와 쉬리는 이미 이곳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적어도 산양천에서는 꺽저기와 쉬리가 멸종에 이른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개발행위가 계속된다면 한반도의 유일한 남방동사리의 서식처도 파괴되고, 남방동사리는 우리나라에서 전멸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하천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상남도 하천과 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현재 행정적인 착공은 한 상황이다. 사업자까지 선정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 중 보완 요청을 받아 그에 맞춰 보안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이 사업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보존대책을 수립한 후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

 

▲ 무분별한 하천공사로 산양천에서 사라진 멸종위기종 꺽저기의 아름다운 모습. 이들도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 ⓒ 성무성

 

이에 대해 채병수 박사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며 이 나라 하천공사 전반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사업을 벌이는 구간은 동부저수지 아래쪽인데 이곳도 남방동사리의 서식처다. 그런데 이곳은 이미 하천공사를 한 곳이다. 이런 곳에 또다시 하천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공사를 하더라도 하폭을 넓히고 제방을 좀 더 높이 쌓으면 홍수방어도 되는데 강바닥을 건드리고 보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이로 인해서 교량을 다시 건설하고 필요 없는 보를 만들면서 남방동사리를 비롯한 많은 물고기들이 죽어나가게 할 뿐이다. 그리고 공사를 할 때도 생태계가 회복될 시점까지는 재공사를 절대 해서는 안 되고, 구간을 정해서 생태적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지 지금처럼 전 하천구간을 일거에 밀어버리는 식의 하천공사는 강 생태계를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리게 된다. 이런 공사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전국을 다녀보면 이런 식의 하천공사가 난무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정부와 환경부 차원에서 이런 식의 반생태적인 하천공사는 엄격히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남방동사리의 유일한 서식처로서 산양천의 가치를 잘 아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역할이 큰 이유입니다. 남방동사리의 보존대책이란 게 대체 서식처를 마련하고 공사를 하는 식인데 이 경우에는 산양천이 유일한 서식처이기 때문에 보존대책이란 게 사실상 허울 좋은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질적인 대안이 없다면 이 사업은 철회되는 게 맞겠지요.

 

▲ 산양천에서 일어난 무분별한 하천공사로 인해 절멸된 쉬리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 성무성

 

어류의 분포로 지리학적인 관계 규명

그런데 이 귀한 남방동사리는 드물게 일본에서도 발견된다는데, 이러한 물고기 분포를 통해 지리학적인 관계를 규명해내기도 합니다. 채병수 박사의 설명입니다.

"거제도에는 우리나라의 다른 곳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남방동사리가 서식하고 있다. 남방동사리와 같거나 유사한 어종이 일본의 서남부에 서식하고 있는데 이는 거제도의 하천이 과거에 일본의 서남부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낙동강이나 섬진강 및 남해의 다른 소하천들에도 남방동사리가 서식할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발견된 곳이 없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거제도가 유일하게 남방동사리가 서식하는 곳이 된다."

쉬리와 꺽저기 또한 지리학적 관계를 규명해내는 핵심요소가 된다고 합니다.

 

▲ 멸종위기종인 남방동사리가 고인 물에서 위태롭게 생존하고 있다. 이 희귀물고기의 유일한 서식처 산양천은 개발이 아니라 절대적인 보존이 필요하다. ⓒ 채병수

 

"쉬리가 섬에 서식하는 것은 거제도와 이웃한 섬인 남해도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였는데 거제도에서 사라짐으로서 남해도에만 남게 된 셈이다. 쉬리가 섬에 살고 있다는 것은 과거 남해안의 섬들이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실증적 자료이다. 한편 꺽저기는 현재 전라남도 해남군과 강진군 일대의 하천에서만 서식하고 있는데 거제도에도 있었다는 것은 남방동사리와 같이 남해안의 하천들이 일본의 서남부와 연결되어 있었음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이처럼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을 그 희귀한 종의 존재 자체도 보호해야 하지만, 이들의 존재로 말미암아 지리학적의 관계를 규명해낼 수 있는 존재로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방동사리의 유일한 서식처 거제도 산양천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상남도에서 이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남도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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