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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럴럴럴 상사디야∼ 짐대님 세워 보세

<전라도닷컴> 산골마을 이야기 - 화순 동복면 가수리 상가마을 심홍섭 화순군 문화재전문위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5.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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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리 마을사람들이 2018년 무술년에 세운 짐대 앞에 한데 모였다.

 

봄 기운이 완연한 토요일 아침 일찍 화순 동복면 가수리 상가마을을 찾아간다.

국도 15번을 타고 북면 백아산 방면으로 가다가 맑은 가수천을 끼고 우회전하여 가수리 산속으로 들어간다.

가수리 초입의 하가마을 법석들을 지나니 가수천변으로 빨래 나온 주민들 서넛이 보인다. 봄이로구나.

오늘은 무술년 음력으로 이월 초하루다. 이 날은 가수리 상가마을에서 짐대를 세우는 날이다. 대부분 정월 대보름 때면 민속행위를 하는데 상가마을은 봄 기운이 있는 이때 짐대를 세우는 민속행위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치른다.

 

▲ 저마다의 재주와 기량으로 짐대를 세우는 과정에 아낌없이 힘을 쏟는다.

 

가수리(佳水里)는 글자 그대로 물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백아산 줄기를 타고 내려온 가수리 끝자락인 이개골, 갈갱이골에서 시작되는 맑은 물방울이 상가마을 앞으로 흘러가는데 가수천변의 버들나무가 봄을 부른다.

가수리는 원래 ‘가무래’라 불렀고 이것이 와전된 ‘검은내’를 한자화하여 현천리(玄川里)라고 했다. 그런데 1759년 <여지도서>에서는 동복현 현내면(縣內面)으로 나와 혼란스럽기도 하다.

또한 1914년 행정구역 개편시 동복면 가수리로 편입된다. 가무래의 윗마을에 있다하여 윗가무래라 했고 한자로 상가(上佳), 아랫 마을에 있다하여 아랫가무래라 했고 한자로 하가(下佳)라 했는데 가(佳)자와 가장 윗마을인 상수(上水 혹은 萬壽)의 수(水)자를 취하여 가수리라 하였던 것이다.

 

‘우리 마을 짐대님’으로 모실 나무를 찾고

마을 앞 동쪽으로는 밤실산등이 뻗어 내려가고 있는데 그 산위로 봄 해가 솟아오른다.

마을 앞 당산거리에는 벌써 주민들이 모여 줄을 꼬고있다. 산에서 자른 나무를 끌어 내리고 짐대를 세울 때 쓸 줄이다. 이장님을 비롯하여 남자 분 몇이 마을 뒤 초봉골로 가서 짐대로 쓸 나무를 찾는다.

“우리 마을 짐대님으로 모실 쓸만흔 나무로다 잘 찾아봐.”

“하믄, 우리 마을을 지켜줄 짐댄디.”

“여긴 없는갑네. 저기 새팽(평)이골로 가 보세.”

이장님이 징을 치면서 다시 새평이골로 가서 짐대로 쓸 나무를 찾는다.

“아따 이 나무가 쓸 만헌디 어쩐가?”

“좋네. 잘 한번 모셔보세.”

 

▲ “당겨주소 당겨주소 나무는 크고 사람은 적네.”

 

이장님이 다시 징을 급하게 친다. 징징징징∼. 김길열(61)씨가 전기톱으로 나무 자를 준비를 한다. 그때 징을 치던 이장님이 노래 첫소리를 맥인다.

“어럴럴럴 상사디야/ 이 나무를 찾으려고/ 어럴럴럴 상사디야/ 이산저산 돌고돌아/ 어럴럴럴 상사디야/ 어렵사리 찾았구나/ 어럴럴럴 상사디야/ 이 나무를 촌전 앞으로/ 어럴럴럴 상사디야/ 조심조심 모셔가세/ 어럴럴럴 상사디야.”

밑둥이 어른 한 품은 될 육송에 톱을 들이대자마자 천천히 기울기 시작한다.

“넘어간다!!”

이장님은 징징징징∼ 더욱 급하게 징을 친다. 징소리가 새평이골을 가득 매운다.

마을에서 꽈 놨던 새끼줄로 나무를 묶어 주민들이 끌어내린다. 이장님이 다시 징을 치면서 앞소리를 맥인다.

“당겨주소 당겨주소/ 나무는 크고 사람은 적네/ 당겨주소 당겨주소/ 일심으로 당겨주소/ 당겨주소 당겨주소/ 이 나무는 팔자가 좋아/ 당겨주소 당겨주소/ 촌전 앞으로 모셔가세/ 당겨주소 당겨주소.”

큰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을 주민들이 모두 달려들어 줄을 잡고 짐대로 쓸 육송을 끌어내린다.

 

▲ 마을의 안녕과 평화는 이렇게 함께 힘을 모으는 과정 속에서 절로 얻어지는 것일 터.

“어럴럴럴 상사디야 화재 예방해 주시고”

마을 앞 당산거리에 당도하여 주민들은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씩 나눠 마시고 육송 껍질을 벗긴다. 껍질을 벗기지 않으면 나무가 일찍 썩어 버리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히 큰 나무를 골랐는지 작년에 세운 짐대와 비교하던 이장님이 “허허, 너무 크네 좀 자르세” 하자 “뭔 소리요? 올해는 운수대통 할라고 큰 것으로 골랐는디 그대로 세와 붑시다”라는 답이 나온다.

주민들이 모두 모여 짐대를 세우려고 하는데 워낙 큰 나무라 움직이질 않는다. 트랙터를 이용해서 짐대를 세우고 주민들이 두 갈래에서 줄을 잡아당긴다. 이장님이 또 징을 친다. 징징징징~

 

▲ 매나무골 대판골을 바라보고 짐대가 하늘 높이 세워졌다. 그 앞에 머리 조아린다.

 

“어럴럴럴 상사디야/ 이 나무을 오늘부로/ 어럴럴럴 상사디야/ 짐대님으로 모셔보세/ 어럴럴럴 상사디야/ 우리 마을 짐대님은/ 어럴럴럴 상사디야/ 화재 예방해 주시고/ 어럴럴럴 상사디야/ 우리 마을 짐대님은/ 어럴럴럴 상사디야/ 질병 예방해 주시고/ 어럴럴럴 상사디야/ 우리 마을 짐대님은/ 어럴럴럴 상사디야/ 풍년 농사를 지어 주네/ 어럴럴럴 상사디야/ 짐대님을 세워놓고/ 어럴럴럴 상사디야/ 기원하세 기원하세/ 어럴럴럴 상사디야/ 마을 소원 기원하세”

몇 차례 트랙터가 짐대를 받쳐 올리고 주민들이 줄을 잡아당기자 짐대가 움직이더니 세워졌다.

“짐대님 세웠다.!!”

매나무골 대판골을 바라보고 짐대가 하늘 높이 세워졌다.

“아따 올해 짐대님은 크기도 크고 우람흐고 잘 생겨부렀네.”

대나무 조각 몇 가닥을 입에 물고 있는 오리를 올린 짐대는 투박하지만 주변 산세와 마을 앞 당산거리와 어울리게 당당하게 서 있다.

 

▲ 한바탕 힘과 땀을 쏟은 백전노장들이 한데 어울려 웃음꽃을 피우는 중.

“오랜만에 모탔는디 윷이나 한판 던져보세”

이장님은 간단하게 제상을 준비해 막걸리를 한잔 붓고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큰절을 올린다.

한바탕 농악에 신명나게 놀고 주민들은 2018년 무술년에 세운 짐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아따 한번 다들 웃어보랑께.”

짐대를 세운 주민들은 당산거리에 마련된 점심을 먹는다. 지나가던 군내버스 기사도 불러내려 같이 식사를 한다.

 

▲ 올해의 할 바를 마치고 나니 발걸음도 가풋하다.

 

언제부터 상사마을에서 짐대를 세웠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언제부터 세웠는지 그건 모르고 다만 어르신들이 그래. 우리 마을이 예부터 불이 자주 났다는 거여. 여기가 화기(火氣)가 센 곳이라고 그랴. 그래서 화기를 제압흘라고 물에 사는 오리를 만들어 짐대 끝에다 올린 것이여. 긍께 우리 조상 조상 대대로부터 세와 왔다고 보믄 되야.”

“아야. 뭐흐냐. 오랜만에 모탔는디 윷이나 한판 던져보게 덕석 깔아라잉!!”

“그래 한번 놀아보세.”

 

▲ “아야. 뭐흐냐. 오랜만에 모탔는디 윷이나 한판.

 

윷놀이하는 한쪽에서는 마을 최고 연장자인 이진수(90) 할배가 마을 북쪽 가수리 끝에 있는 이개골, 갈갱이골을 넘어 곡성 석곡장으로 가서 삼베를 팔러 갔던 옛시절을 이야기하신다.

“말도 말어.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복 어디든지 가믄 삼밭이 흔했제. 어딜가나 삼베 덕이 마을마다 깽본에 있었어. 주암장이나 동복장으로 간 거보다 석곡장으로 가믄 값을 더 쳐줬거든. 그래서 갈갱이골을 넘어서는 석곡장으로 걸어 댕갰제. 돈 버는 재미에 힘든지도 모르고 댕갰제. 지금은 못해. 어디 삼이나 키우간디. 없어, 인자는. 옛날 말이제.”

마을 앞 당산거리로 나오니 바람이 한결 보드랍다. 이제 곧 당산나무마다 푸른 잎을 피워 올릴게다. 그리고 무성하게 당산숲이 이루어지겠지.

글·사진 심홍섭 화순군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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