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장흥 갯길 따라-수문 앞바다에서 반지락 파기

▲ “물 나문 출근이고 물 들문 퇴근이여.” 물때 따라 사는 바닷가. 안양 수문리 앞바다

물새처럼 엎드려 있다. 시방 물이 나고 있는 수문리(안양면) 앞바다.

“지달리는 중이여. 물이 더디 나그만. 인자 질이 쪼옥 날것이여.”

물때를 모를 리 없건만 늘 물이 나기 전에 일찌거니 바닥에 도착해 있다. 반지락을 캐러 온 김영례(80) 할매.

“시방이 여물 때여. 벚꽃 필 때가 반지락이 맛나. 앞으로 5월까지는 한하고 맛나.”

 

▲ 오늘 갯바닥에 나온 할매의 점심은 두유 한 봉지

 

잠겨 있던 갯길이 시나브로 드러나자 할매는 그 길을 쭈욱 걸어 반지락밭으로 간다.

“나, 낼모레 허리 수실허러 벵원 가.”

수술날짜를 잡아놓고도 며칠째 할매는 반지락밭으로 출근이다.

“나배끼 팔 사람이 없어. 수술날 받아놓고 난께 맘이 급해. 내 머릿 속에는 이것이 숙제여. 한나라도 없앨라고(팔라고) 날마다 왔어. 사흘에 100키로를 팠어. 많은 것도 아녀. 전에는 하래 100키로도 팠어.”

 

▲ “존 것이 아무리 많애도 눈으로는 못 주서. 손을 써야 써야 내것이 되야.” 신옥진 할매
▲ “내가 몸을 안애끼고 일을 해. 두 목시는 해야겄다는 맘으로 허제.” 김영례 할매

 

갯것을 잘하는 할매는 ‘놉’ 섭외대상 1위.

“모다 나를 데꼬갈라고 해싸. 내가 몸을 안애끼고 일을 해. 놈의 일일수록 두 목시(몫)는 해야겄다는 맘으로 허제.”

당장 닥친 수술보다 할매 맘에 자리한 그늘은 며느리가 떠난 자리.

“우리 메느리가 징허게도 맘씨가 좋아. 모진 병이 들어서 작년에 가뿔었어. 맘이 후떡후떡해. 오늘도 갯바닥에서 한바탕 울었어.”

마을에서 먼 이 갯바닥에 와 홀로 울음을 내어놓는 할매의 아린 속내가 짚어진다.

“이라고 엎져서 반지락이라도 파고 있으문 잊어져.”

할매는 그러니까 이 갯바닥의 위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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