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장흥 갯길 따라-수문 앞바다에서 반지락 파기
물새처럼 엎드려 있다. 시방 물이 나고 있는 수문리(안양면) 앞바다.
“지달리는 중이여. 물이 더디 나그만. 인자 질이 쪼옥 날것이여.”
물때를 모를 리 없건만 늘 물이 나기 전에 일찌거니 바닥에 도착해 있다. 반지락을 캐러 온 김영례(80) 할매.
“시방이 여물 때여. 벚꽃 필 때가 반지락이 맛나. 앞으로 5월까지는 한하고 맛나.”
잠겨 있던 갯길이 시나브로 드러나자 할매는 그 길을 쭈욱 걸어 반지락밭으로 간다.
“나, 낼모레 허리 수실허러 벵원 가.”
수술날짜를 잡아놓고도 며칠째 할매는 반지락밭으로 출근이다.
“나배끼 팔 사람이 없어. 수술날 받아놓고 난께 맘이 급해. 내 머릿 속에는 이것이 숙제여. 한나라도 없앨라고(팔라고) 날마다 왔어. 사흘에 100키로를 팠어. 많은 것도 아녀. 전에는 하래 100키로도 팠어.”
갯것을 잘하는 할매는 ‘놉’ 섭외대상 1위.
“모다 나를 데꼬갈라고 해싸. 내가 몸을 안애끼고 일을 해. 놈의 일일수록 두 목시(몫)는 해야겄다는 맘으로 허제.”
당장 닥친 수술보다 할매 맘에 자리한 그늘은 며느리가 떠난 자리.
“우리 메느리가 징허게도 맘씨가 좋아. 모진 병이 들어서 작년에 가뿔었어. 맘이 후떡후떡해. 오늘도 갯바닥에서 한바탕 울었어.”
마을에서 먼 이 갯바닥에 와 홀로 울음을 내어놓는 할매의 아린 속내가 짚어진다.
“이라고 엎져서 반지락이라도 파고 있으문 잊어져.”
할매는 그러니까 이 갯바닥의 위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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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희·남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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