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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드라이빙 미스 노마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흐름출판 이주리 기자ljuyu22@weeklyseoul.netl승인2018.05.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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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노마 할머니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죽음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암 투병 대신 여행을 선택한다. 이 책은 노마 할머니가 인생의 마지막 1년 동안 아들 내외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여행한 미국 일주 기록을 엮어 탄생했다.

2015년 8월부터 1년간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페이스북 페이지 ‘Driving Miss Norma’로 전 세계 50만 팔로워에게 메시지를 전한 노마 할머니는 여행 중 91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인생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그녀의 선택과 용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희망을 불러 일으켰고 CBS, GNN 등 전 세계 주요 매체에 소개됐다.

아흔 살 노마 할머니는 여행을 통해서 진정한 ‘미스 노마’로 거듭난다. 삶의 모든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 노마는 더 이상 멋진 순간을 살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진짜 삶을 살아낸다.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진정한 노마의 모습으로 말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들소 떼와 마주치기도 하고, 러시모어산에서 거대한 화강암 조각상을 감상하기도 하고, 헤메스푸에블로에서 인디언들의 축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낯선 장소와 예상치 못한 순간들은 노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동안 아들 팀은 몰랐던 유쾌한 유머와 환한 미소는 주위 사람들까지 웃게 만드는 존재감을 발산하며 독자들까지 여행 한복판으로 끌어다 놓는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이 책은 노마의 마지막 1년을 따스하고 경쾌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죽음이 꼭 피할 수 없는 고통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노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독립심을 견지하며 늘 침실로 갈 때 했던 의식처럼 춤과 노래로 평온히 눈을 감는다.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가 공유한 그녀의 삶은 닥쳐오는 불행 속에서도 주체적인 의지를 가지고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힘과 용기를 선사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나이 든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의 시선으로 쓰였다. 당황스럽고 분주한 상황 속에서 여행을 결정하고 준비하기까지의 과정과 노마가 여행 중에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타인의 시선으로 관찰한 노마의 표정과 삶의 자세는 독자들에게 꾸며내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노마의 삶을 전한다. 누구나 당명하게 될 ‘삶의 마무리’에 대해 화두를 제시하며 여행의 즐거움과 활기도 놓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여행의 달콤한 순간들만을 담지는 않았다. 결코 평범치 않은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현실에서 우리가 책임져야 할 문제, 아흔 살 어머니와 함께할 때 마주하는 선택과 기회비용, 가족을 잃은 슬픔 등을 피하지 않고 솔직한 시선으로 적어내려 간다.

나이 든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팀과 라미도 처음에는 아흔 살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팀과 라미는 은퇴하고 캠핑카를 타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사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아흔 살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더더욱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팀과 라미는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캠핑카 내부에 독립적인 공간을 설계하고, 적절한 예산을 짜고, 어머니를 잘 모시기 위해 먹고, 씻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등의 역할을 분담한다. 여기에 노마의 독립심이 더해져 이들 가족은 그 어떤 가족보다도 서로를 배려하며 즐거운 여행을 한다.

나이 듦과 이에 따르는 병마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그러나 많은 가족들은 결코 피할 수 없지만 답이 없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만 할 뿐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노마의 가족은 우리가 부모님의 여생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노마의 가족은 조금 특별하다. 젊어서 불임 판정을 받은 노마는 아들 팀과 딸 스테이시를 입양한다. 생물학적 연대가 없음에도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스테이시는 설암에 걸려 41세의 일기로 가족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노마와 노마의 남편 레오는 스테이시의 죽음을 절대 입에 올리지 않는다. 어느 가족이나 그렇듯이 겉으로 괜찮은 이야기만 나눈 것이다. 슬픔이라는 상자에 자신의 감정을 가둬놓는 것이 이들 가족이 슬픔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여행은 이것을 바꾸어놓는다. 플로리다 주 포트바이어스비치에서 릭과 조라는 부부를 만났을 때 릭 부부는 먼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세 명의 아들 중 첫째가 먼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가 자살을 했다. 이들은 제트보트를 타고 막내아들과 함께 재를 뿌리는 의식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고, 노마 가족은 이에 응하며 비로소 슬픔을 제대로 다루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이들 부부와 함께 먼 바다에서 부서지는 파도에 재를 뿌리며 슬픔을 목도한 노마 가족은 괜찮은 척하지 않고 날것의 감정 그대로 서로에게 안기는 소통의 과정을 경험한다. 노마 가족은 이 경험을 통해 곁에서 함께하는 소중함과 슬픔을 함께 견뎌내는 방식을 깨닫는다.

노마의 일기장에는 TV 방송 출연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봤던 순간에 대해서는 전혀 쓰여 있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질병의 고통과 같은 내용도 없었다. 대신 삶에 대해, 그리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소한 일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튼튼한 휠체어와 그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 엄마 염소와 아기 염소의 모습, 쿠키와 페퍼민트 패티, 아주 멋진 파마를 한 날, 비누를 선물로 준 산타 이야기, 여러 친구들, 가족, 또 반려견 링고와 같이 즐겼던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 기록했다.

노마 할머니의 일기장은 적힌 것보다 적히지 않은 것을 통해서 우리에게 인생의 지혜를 선물한다.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려면 우리는 어떤 순간을 선택하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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