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사라지면 막대한 비용 들여가며 미군 주둔시킬 필요 없어져”
“북핵 위협 사라지면 막대한 비용 들여가며 미군 주둔시킬 필요 없어져”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5.1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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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사이에 어떤 말이 오고갔다고 보는가.

▲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의 일괄폐기 압박에 대해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군사적 긴장 해소와 체제보장이 완료되면 핵 포기를 하겠다고 이미 천명한 상태다.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을 알고 있는 미국이 계속해서 핵 이외의 다른 무기까지 폐기압박 일변도로 간다면, 북한도 핵 포기 재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결단을 되돌릴 의도는 아니겠지만 북‧미 회담을 앞두고 나오는 ‘잡음’을 없애려 중국에 미국 설득을 요청했을 것으로 본다. 그런 메시지를 중국이 미국에 전달했고, 폼페이오가 서둘러 다시 방북했다. 중국은 김정은-시진핑 회담결과를 곧 바로 미국과 공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가 북한의 입장을 듣고 접점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듣고 북한으로 달려간 것으로 판단한다.

 

- 김 위원장의 외교술이 뛰어난 것 아닌가.

▲ 작년까지만 해도 외교은둔자였던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외교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는데, 그의 외교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중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2000년 김정일 총비서도 그랬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는 시 주석의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분명한 입장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 포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대북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보장이 된다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천명했다. 시 주석은 미소를 지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이 성사되면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 이번 회담의 꽃은 ‘평화협정’이다. 북한의 핵 폐기가 완료된 시점에서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전에 협정서 안에 들어갈 내용들을 토대로 미국과 북한, 남한, 중국 등 4개국이 긴밀하게 물밑협상을 벌이게 된다.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바뀌게 될 회담에서 한국은 정전협정 당사자는 아니지만, 평화협정이 성사되도록 이끄는 게 바람직하다. 평화협정은 곧 비핵화와 직결돼 있다. 비핵화가 완료된 시점에서 협정이 체결되고, 그 전에 북한의 안보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도 종전선언을 올해 안에 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의지다. ‘전쟁은 이제 끝났다’는 선언을 채택할 경우, 한반도 긴장은 완화될 것이다.

 

-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어떤가.

▲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다면, 비핵화와 동시에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동시에 북‧미 수교도 진행될 것이다. 이울러 대북제재도 완전 해제될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문제도 자연히 거론될 것인데 이는 별개문제다. 북한으로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좋겠지만 미국은 철수할 생각은 없다. 한국도 철수를 권하지 못한다.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면 회담의 판을 깨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가 된다. 따라서 북한도 회담 도중에 미군철수 얘기는 못한다. 오히려 몸이 달아있는 쪽은 중국이다. 평화협정이 이뤄지면 북한을 겨냥했던 주한미군은 자연히 중국을 겨냥하는 군대로 남게 된다. 중국은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비핵화가 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강도도 낮아질 것이고, 주한미군 감축론도 나오게 될 것이다. 트럼프도 주한미군 유지비용에 대해 언급한 바 있었고, 북핵 위협이 사라지면 미국은 한반도에 막대한 군사비용을 들여가며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 미군 감축 가능성은 높다. 그렇다고 한국이 모든 군사비용을 부담하기도 껄끄러운데다 비용분담에 대한 국민적 반대여론이 형성되리라 본다. 그러면서 미군병력의 감축이 이뤄질 수도 있다.

 

- 사드(THAAD)는.

▲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에서 성공한 이후, 핵과 ICBM 폐기를 잘 수행한다면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이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개발언을 하지 않을 뿐이다. 협상 도중 미국에 ‘사드 철수’를 꺼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표정관리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 그렇다. 문 대통령의 역할이 매우 컸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데, 그중 하나가 김정은 위원장의 지나친 핵 개발 과욕이었다. 제3차 ICBM 발사까지 가지 않았다면 미국의 제재가 있었어도 웬만큼 견딜 수 있었다. 미국의 금융제재는 북한 대외교역의 90%를 차단시켰다. 준 국가봉쇄 상태였다. 과도한 욕심이 심각한 고립을 자초한 것이다. 트럼프의 최대 압박정책이 먹혔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적극 동참한 것도 고립을 심화시켰다. 북한은 전대미문의 고립상황을 맞았고, 문 대통령은 끈질기게 설득했다. 대북화해와 관계개선을 위한 간곡한 메시지가 북한으로 하여금 180도로 정책전환을 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북한은 경제파탄을 무릅쓰고 핵개발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핵 카드’를 통한 ‘북‧미 빅딜’을 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문 대통령이 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어갔다고 봐야 한다.

 

- 북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올 가을 평양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남북관계 개선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남북관계가 가시적으로 개선되려면 반드시 북‧미 관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미 수교를 위한 대화만 나눴다면, 북한이 지금과 같은 큰 변화의 발걸음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타이밍을 맞춰 북‧미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이 약발이 먹혔다. 이 제안에 김 위원장은 매우 솔깃했을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을 하려 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북‧미 정상회담이 잘 끝나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하지 못했던 최초의 평화적 업적을 남기게 된다. 여기서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국제사회의 초강도 제재가 전면적으로 해제된다. 그동안 끝없는 제재가 북한경제를 붕괴직전까지 몰아갔다. 제재가 풀리면 북한경제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핵 때문에 국가산업특구에 대한 해외투자도 끊겼었는데, 제재가 풀리면 김 위원장이 지정한 산업특구에 해외자본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향후 중단됐던 개성공단도 재개될 것이고 금강산관광 길도 다시 열리게 될 것이다.

 

- 지금 시국에서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 과거에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중국 포용정책과 미‧중 관계 정상화가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나오도록 하려면 미국의 대북 포용정책과 북‧미 수교가 필수적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핵과 ICBM 폐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은 빠르면 2019년 여름이나 늦어도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2020년 여름까지 핵무기와 ICBM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 미국과 국제 사회도 대북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한편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이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핵 질주를 계속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태도를 180도 바꾸며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인물임을 보여주었다. 향후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북한 경제개발특구에 대한 해외투자가 이어지고 김 위원장이 중국의 등소평과 같은 개혁개방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군사분계선에서 확성기가 철거됐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는데.

▲ 남북정상은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군사분계선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적대행위도 중지했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했다. 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방지와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이 필요하다. 판문점선언에 서해 북방한계선 언급이 들어간 것은 큰 의미가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서해 평화수역 공동어로에 합의했지만, 당시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방한계선 아래쪽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할 것을 주장했다. 북방한계선 근방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하자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대치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하자는데 합의해 공동어로 성사가능성이 높아졌다.

 

- 중국과 일본의 북핵 폐기에 대한 입장은.

▲ 중국의 북한 핵 폐기 입장은 명확하다. 단, 단계적 폐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도 단계적 폐기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미‧중, 북‧미 간에는 보이지 않는 입장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부분에서 접점을 찾는 일이 중요한데, 문제는 폐기시한을 정하는 일이다. 1년 또는 2년 안에 핵 폐기절차로 들어갈 때, 단계적 폐기나 일괄폐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핵 폐기 시한을 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본도 핵 문제에 강경한 입장이다.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폐기까지 바란다. 북한에게 거의 무장해제 수준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는 강경파인 존 볼튼 안보보좌관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일본이 명확한 입장을 대변했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일본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도 낮지만 그렇게 되면 회담은 어렵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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