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은 한반도 지정학적 운명 바꿀 ‘햇볕정책’의 완결판”
“‘평화협정’은 한반도 지정학적 운명 바꿀 ‘햇볕정책’의 완결판”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5.2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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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1회

세계의 눈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 쏠리고 있다. 한동안 북-미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며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일단 회담은 정상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2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시각차를 조율하는 중재자로서 일정부분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워싱턴 정가의 온갖 회의론과 회담 연기 언급 등에도 불구하고 결국 6월 12일의 북․미 정상회담은 성사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도 정상회담을 위한 불특정 조건들을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과거 수십년동안 누구도 이뤄낼 수 없었던 역사적인 큰 공적을 세울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가 달려있다”고도 했다. 회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의 차질 없는 진행 ▲비핵화에 따른 북한 체제보장 방안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회담을 통한 평화협정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이)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오는 6월 15일은 남북정상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분단 이후 최초로 만나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지 18년이 되는 날이다. 전 민족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6.15 공동선언은 통일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6.15공동선언은 ‘우리민족끼리’라는 통일의 원칙을 밝혔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 안의 공통성을 인정하는 통일의 방식을 합의했다.아울러 대화와 협력, 평화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공동선언 이후 남북 간에는 수많은 장관급회담과 군사부문회담 등이 열렸고 민간에서도 수많은 교류사업이 펼쳐졌고 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10.4 남북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랬던 한반도에 다시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이번엔 뭔가 꼭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극한으로 고조된 상태다.

“트럼프는 뭔가 뚜렷한 정치적 업적이 필요하다. 이번 북⋅미 ‘핵 합의’가 그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이미 한 배에 탔고, 그 배를 뒤집으면 같이 죽는다. 쉽게 판을 깰 수 없는 상황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얘기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고, 2년 후엔 대선이 치러진다.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 향후 정치적 행보가 순탄할 것이다. 김 의장은 “트럼프는 외교안보전문가는 아니지만, ‘흥정’에는 능한 사람”이라며 “그동안 볼튼이 초강도 조건을 들이댔지만 시간만 허비했고, 트럼프는 지금 당장 코앞의 성과가 절실한 입장”이라고 봤다.

민화협은 1998년 9월, 우리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200여 개의 정당, 종교, 시민사회단체 협의체로 출범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 중도를 망라해 민족화해와 통일준비를 위해 만들어진 정당, 종교, 시민사회의 협의체다. 그동안 통일문제에 대한 견해차이로 함께하지 못했던 각계각층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28일 민화협 10기 대표상임의장에 선출된 김 의장은 취임사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소중한 정신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들과 함께 분단의 아픔을 겪는 어르신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며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의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앞으로 민화협이 민간차원에서 남북대화와 협력의 길을 새롭게 열어 나갈 것”이라며 “사회문화 분야, 개발협력 분야, 인도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중대한 시기, 아버지 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6.15남북공동선언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김 의장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 의장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과 평화협정, 향후 남북관계, 사드문제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모친 이희호 여사님의 건강과 근황은 어떠신가.

▲ 올해 96세이신 모친께서 아무래도 이제 연세가 많으시고 기력도 약하시지만, 많이 편찮으시지는 않다. 다행히 큰 병환도 없으시고 거동하시는데도 큰 불편은 없다.

 

- 지난번 남북정상회담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셨다면 뭐라 하셨을까.

▲ 부친은 햇볕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하셨고 남북,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셨다. 하지만 그런 업적들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많이 훼손됐다가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다시 꽃을 피운 것에 대해 무척 기뻐하실 것이다. 지금의 ‘한반도 운전자론’이라는 것도 결국 ‘햇볕정책’ 시대에 나왔던 정책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진행된 과정들을 봤을 때, 이제 남북한이 서로 협력하는 시대가 열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했고,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햇볕정책의 기본정신이고 철학이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 요즘 한반도를 둘러싸고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무척 바쁠 것 같다.

▲ 그동안 민화협을 맡아 오면서 대북교류에 많은 준비를 해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교류가능성이 열리고 있고, 그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방북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아무래도 미국과 북한과의 회담에서 원칙적인 합의가 도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때를 기다리고 있다.

 

- 그동안 북⋅미 간 불협화음이 여러 차례 있었다.

▲ 북⋅미간에 마찰음이 있었지만, 그 정도 어려움은 예전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다.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별 문제없이 진행돼왔기 때문에, 그 정도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다. 북측이 무조건 백기를 들고 투항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사람들이 지금의 안보상황을 정밀하게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북측도 ‘핵과 경제’라는 두개의 노선에서 ‘경제’를 선택했고,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어쩔 수 없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경제건설로 갈 수밖에 없다. 이제 퇴로는 열려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도 뭔가 화끈한 정치적 업적(Establishment)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북⋅미 간 ‘핵 합의’가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한 배를 탔다. 그 배를 뒤집는 것은 같이 죽자는 뜻이다. 쉽게 판을 깨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긴가.

▲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정상회담을 이미 발표해 버렸기 때문에 그것을 취소하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회담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심 문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하든 이번에 성공작으로 만들어야 할 입장에 처해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 벌려 놓은 일은 많고, 제대로 수습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단 하나라도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 11월 중간선거와 2년 후 미국대선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로서는 어떻게 하든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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