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보다 잿밥에 눈멀면 모두 허사, 한순간도 긴장의 끈 늦춰선 안돼”
“염불보다 잿밥에 눈멀면 모두 허사, 한순간도 긴장의 끈 늦춰선 안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5.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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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올 들어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 가까워진 것처럼 보인다.

▲ 중국과 북한의 사이가 아주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을 상대로 상당한 경제적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이나 한국으로선 중국의 대북제재에 만족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북한으로서는 이전에 비해 아주 강력한 압박으로 느꼈을 법하다. 그것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 불만이 상당히 많았다.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다가 근래 들어 북핵문제 해결기미가 보이고, 북한이 미국과 점점 가까워질 조짐이 보이자 중국이 다급해졌다. 혹시라도 북한이 미국 쪽에 붙어버리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안보적으로 봤을 때,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급해진 것이다. 그런 약점을 간파한 김 위원장이 그것을 역이용하는 영리한 외교를 했다. 북한은 중국을 이용해 강경일변도로 치닫는 미국의 압박을 완화시키는 한편, 미국과의 ‘핵 빅딜’을 앞두고 ‘보험’을 들어둔 것이다. 아직까지 북·중 관계가 완전히 회복이 되거나, 우호적 관계로 급선회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지금은 북한이 중국을 외교안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단계다. 

 

- 김 의장은 얼마 전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싱가포르 경제모델’을 추천하기도 했다.

▲ ‘싱가포르 경제모델’을 당장 추진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는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우리가 아는 싱가포르는 북한과는 하늘과 땅 차이의 전혀 다른 나라로 느껴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 나라도 북한처럼 아버지가 아들에게 정권을 세습해온 나라다. 자유선거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민행동당’이 일당 독재를 하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베트남 모델’ 정도로 갈 가능성이 있다. 길게 봐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꾸준히 한다면 싱가포르 같은 국가체제를 만들 수도 있다.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버리고 경제가 번영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장기 집권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목표를 높이 가지라는 의미라고 보면 맞다. 싱가포르도 북한처럼 사회의 모든 부분을 정부가 통제한다. 그럼에도 서방에서 관심 갖고 싱가포르를 비판하는 나라는 없다. 일당독재지만 국민들은 비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김 위원장도 개방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 북한의 개방경제, 전망은.

▲ 김 위원장이 북한의 낙후된 철도상황을 밝혔지만, 북한이 인프라를 구축할 돈이 나올 곳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국제사회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인프라 구축자금이 없지는 않다. 자원이 많은 북한 지역에 도로나 항만, 철도 등 기본 인프라만 구축되면 향후 급속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그야말로 두 자리 수 급성장이다. 여기에 경제성 높은 광산개발이 이뤄지면 자원개발 사업가들이 몰려오게 되어 있다. 이익이 있으면 지옥이라도 가는 게 사업가들이다. 큰 자본에 장기적 투자를 하는 큰 손들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광산을 발견하면, 하지 말라 해도 자신의 돈을 들여가며 도로도 깔고 산업인프라를 구축한다. 그런 예를 몽골에서도 이미 목격했다. 

 

-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틀을 다졌다는 평가다. 향후 동아시아 안보정세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 아직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비핵화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가정을 한다면 남북관계에 아주 획기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 특히 육로인 철도를 통해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이 갖고 있던 의식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하지만 안보 면에서 미묘한 부분들은 남는다. 종전선언이 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했을 때, 지금까지는 오로지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는 프레임이 우리의 기본정책이었다. 향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북·미간에 군사적 갈등이 사라진다 해도, 장차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군사적 갈등이 생겼을 때가 문제다. 그때 우리는 어떤 ‘스탠스’(Stands, 입장)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 향후 남북경협과 민간교류에서 민화협의 역할과 계획이 있다면.

▲ 북한도 지금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전면적으로 개방을 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교류보다 두세 배 이상의 교류를 하기에는 북한의 준비가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조심스런 부분이 많다. 따라서 공신력이 있는 저희 민화협 등에서 북한이 안심하고 민간교류 사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시를 하고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많이 변했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지금 단정적으로 명확하게 말을 할 수는 없다. 한번 빠른 시일 내에 방북을 해서 북측과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서 의견교환을 하고 그분들의 뜻을 파악한 다음에 교류를 할 생각이다. 지난 10년 동안 간헐적으로 교류를 진행한 분들도 있지만, 규모가 있고 제대로 된 교류는 많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지금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골든타임’임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 어떤 자세로 임해야한다고 보나.

▲ 앞으로도 넘어야 할 어려운 고비들이 산적해있다. 정부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결국 열릴 것이다. 향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열매’를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멀면 모두 허사가 된다. 정부차원에서 바짝 긴장하고, 외교적으로 풀어가야 할 ‘난제’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여야정치권도 한 몸이 되어야 한다. 우리 한민족은 지금 처음으로 하나로 뭉쳐 세계로 웅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종래의 정치싸움만 하다가 하늘이 준 기회를 날려버리는 건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우리의 운명을 바꿀 중차대한 문제다. 초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정치권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야당은 여전히 부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 우리는 지금 한반도의 운명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그런 지점에 서있다.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대적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 정치권과 국민들 의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현 야당세력의 경우, 미·소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남과 북의 군사적 대치상황을 이용한 ‘안보’를 담보로 70여 년 동안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이제 남북화해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이 사라질 상황에 처해있다. 과거처럼 ‘사상’과 ‘색깔론’을 통한 정치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됐고, 이런 상황을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대는 야당이 어떻게 되던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넘어가고 있다. 대세는 역행하지 않는다. 야당도 냉전적 틀을 벗어 던지고 평화와 화합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이를 거역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 끝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 냉전시대는 이미 끝났다. 국민들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북한을 ‘악의 축’이니 ‘악마집단’ 같은 두려운 존재로만 여겼다. 북의 군사적 위협을 두려워해 대립하는데 골몰했다. 이제는 화해의 시대다. 한민족인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에 집중할 때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을 너무 몰랐고 너무 떨어져 있었다. 북한도 우리를 너무 모른다. 서로를 잘 알려면 결국은 교류다. 문화교류와 인적교류, 역사교류 등 모든 부문의 물꼬를 넓게 터서 한 핏줄로서의 동질성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통일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동질성 회복과 함께 남북이 서로 협력해서 하나로 같이 갈 상황이 오면, 그때 통일을 얘기할 수 있다. 교류만이 서로를 알아가는 길이다. 남한은 북한을 북한은 남한을 올바로 알아가는 노력을 하루 빨리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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