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장흥 갯길 따라- ‘수문이발관’

▲ ‘그야말로 옛날식 이발관’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기우뚱한 몸으로 여전히 세월을 버티고 있다. 손글씨 간판의 순정함 때문에라도 절로 발길 이끌리고야 마는 ‘수문이발관’(안양면 수문리).

‘드르륵’보다는 ‘드드륵’ 열리는 미닫이문을 밀고 들어서면 ‘그야말로 옛날식’ 이발관의 자태가 펼쳐진다. 요즘 눈으로 보자면 오히려 ‘신세계’. 모두 어지간히 나이를 자셨다.

이른바 ‘이발관 그림’의 계보에 속하는 액자들이 거울 위에 조르라니 집대성되어 있다. 포효하기에는 왠지 그 역시 늙어버린 것만 같은 호랑이(‘勇氣’라는 제목 아래 ‘희망이/ 달아날지라도/ 용기마저 놓쳐서는 안된다…’는 시가 붙었다), ‘오늘도 무사히’란 기원을 담은 ‘기도하는 소녀’…. 날마다 한 장씩 찢어내는 일력도 액자와 짝을 이룬다.

 

▲ 그 길 위에 변치 않는 풍경으로 자리한 ‘수문이발관’

 

타일로 된 세면대, 거기 얌전하게 올라앉은 물뿌리개, 연탄난로 위 물이 끓고 있는 양동이, 아이들 키를 돋우기 위해 의자 팔걸이를 가로질러 놓던 판자….

그 모두가 오래 가까이 두고 함께 나이들어 가고 있는 사이들. 주인장과 단골들의 사이도 마찬가지다.

1971년 이발 일을 시작한 주인 이수신(68)씨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수문이발관’을 지켜온 세월만 헤아려도 20여 년.

“바닥에 시커마니 멀크락이 많앴던 시절”은 ‘아, 옛날이여’고, 해마다 단골들은 세상을 뜨고, 손님은 줄고.

 

▲ “여그서 깜아야 깜는 맛이 난당께.” 물뿌리개 있는 타일 세면대

 

그래도 여전히 오명가명 들르는 동네 아재들의 사랑방. 부르지 않아도 문 틈 사이로 들랑날랑 하는 바람처럼 머리 깎을 일 없이도 들랑날랑하는 이무로운 공간이다.

시골마을에선 미용실도 귀해져 가는지라 동네 할매들도 간간이 ‘수문이발관’의 고객으로 들어선다.

이발관 한쪽에 쟁여진 연탄, 그 연탄을 때는 난로 위 찜통엔 김이 고요히 날린다. 머리 감으면서 손님들이 꼭 지키는 불문율이 있으니, 자기가 쓴 따뜻한 물의 양 만큼 찜통에 찬 물을 퍼놓는 것. “담 사람 쓸 것은 맨들어 놓는” 마음.

그래서 양동이는 늘 똑같은 수위를 지키며 찰랑찰랑.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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