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윤종수의 히말라야에서 보내온 편지

 

밑 빠진 독, 
터진 웅덩이.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공허와 허무가 내려왔다.

그것은 채워야 할 것이 아니라 
버려야 할 것이었다. 
전혀 다른 것을 찾는 
하늘의 세계가 필요했다. 

육으로 난 존재는 
채워야 하는 것이지만 
영으로 난 존재는 
버려야 했다. 

방향이 틀리면 
걸을수록 멀어지고 
목적이 틀리면 
열심이 재앙이었다. 

죽으면 죽고 
밟으면 밟히며 
죽어서 다시 사는 
영원한 생명을 찾아야 했다. 

무릎을 꿇고 순복하는 
거룩한 삶이 있어야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사는 것이 무엇이며 
생존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시 눈을 떠야 했다. 
세상에 눈을 감고 하늘에 눈을 떠서 
날마다 나는 
무덤에 들어가야 했다. 

이제 그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그만 손을 허우적대고 
욕망의 기도를 그쳐야 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