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돌곶이시장

 

‘돌곶이’는 이 곳 지형이 돌을 꼬지에 꿰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산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오패산의 한 지맥이 높이 141m의 천장산을 이루는데, 지맥에 검정돌들이 박혀있고 그 모양이 마치 수수팥떡이나 경단을 꼬지에 꿰어 놓은 형국이라 이 지역을 ‘돌곶이마을’이라 부르게 됐다. 이것이 한자로 바뀌어 석관동이 되면서 ‘석관황금시장’으로 불리다 2017년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계기로 ‘돌곶이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뒤쪽 입구로 들어간 탓에 처음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펼쳐지는 수많은 점포들. 좁은 골목 시장이었지만 새 단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하다. 통일된 간판 덕에 잘 정돈된 느낌이다.

 

 

꽤 더워진 날씨, 반가운 음식이 보인다. 콩국물이다. 소면만 삶아 얼음 동동 띄워 먹으면 또 그만한 별미가 없다. 즉석 두부집에서 만든 콩국물이라니 입안에 고소함이 느껴진다.

여느 시장과 다름없이 정육점도 있고, 신발가게, 옷가게 등이 쭉 이어진다. 킁킁 어디서 기름 자글자글, 맛있는 냄새가 난다. 분식집이다. 철판 만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철판에 만두를 튀기듯 굽는 것이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만두의 자태가 아름답다. 만두는 가계에서 직접 빚는 것이다. 그런 다음 1차로 찌고, 2차로 굽는 방식이다. 만두가 메인인 듯하지만 그 옆에 꽈배기와 어묵, 옛날식 햄버거도 침을 삼키게 한다.

 

 

평일 낮인데도 장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 단골들인지 상인과 자연스럽게 수다를 떠는 모습이 정겹다. 흔한 시장 분위기. 시장이 마치 쉼터인 듯 곳곳에서 뜨거운 햇살을 피해 쉬고 계시는 할머니들도 자주 보인다. 시장 안에 ‘돌곶이 사랑방 카페’가 조성돼있지만 중간중간 자리를 잡고 앉아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분들이 더 많다. 덕분에 분위기가 더 훈훈하다.

‘돌곶이 사랑방 카페’는 시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물론 초·중·고생 및 대학생들을 위해 음료를 제공한다. 다양한 책들이 구비돼있고, 회의 공간, 노래방 기기 및 빔 프로젝터까지 설치,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맥집(가게맥주집)이 보인다. 나무판자에 귀엽게 쓰인 ‘석관동 가맥집’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열린 모습도 보고 싶었다. 닫혀있는 가게 문에 쪽지가 있다. ‘맥주 안주 주문 포장해드립니다. 당신은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 반드시 좋은날 꼭 올 것입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문구다.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모습이 꼭 다시 들르고 싶게 만든다. 매주 금요일마다 야시장을 연다니 그때 방문해야겠다.

10곳의 점포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야시장. 가맥집도 포함돼있다. 베이컨새우, 새우꼬치, 닭강정, 삼겹꼬치, 국물닭발, 닭산적, 불족발, 곱창볶음, 순대볶음, 과일 주스, 과일 퐁듀, 롱 소시지, 크림 와플 등 메뉴도 다양하다. 2500~6000원 정도 가격대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다시 시장 구경에 들어간다. 수산물 가게에는 반들반들한 꽃게들이 싱싱하다. 홍게철이 지나고 바야흐로 꽃게철이다. 게 중에서도 살이 달달해서 좋아한다. 놀랍도록 저렴해진 전복도 보인다. 주인은 끊임없이 오고가며 싱싱한 해산물을 수족관에 채워 넣는다.

과일, 채소도 싱싱하다. 요즘 한창 맛있는 오렌지는 4개 5000원, 9개에 1만원, 토마토 한바구니 3000원, 참외 한바구니 4000원씩 한다. 채소가게엔 햇마늘이 많이 보인다. 햇마늘 한 무더기에 2000원, 오이 4개 2000원, 동두천 열무 2500원, 얼갈이배추 2000원, 대파 2000원 등. 야채가게에선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마늘, 생강, 고추는 갈아주기도 한단다.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하림 닭만 사용하는 치킨집. 옛날통닭 1마리 6000원, 2마리 9900원, 윙봉 10개 6000원, 17개 10000원. 소스와 무도 따로 500원씩 판매한다. 이제 시장 치킨집도 여느 치킨집처럼 부위도 골라 구매할 수 있다.

분식집도 많고, 족발집, 만두집, 빵집, 떡집 등 다양하다. 전부 신뢰가 갔다. 좋은 재료로 양심 있게 만든다는 문구들이 당당히 적혀있다. 자부심이 대단했다. 음식점뿐만 아니다. 시장 중간쯤엔 저울도 설치돼있다. 저울엔 시장의 마스코트 ‘슈퍼돌 장복이’ 그림과 함께 ‘365일! 돌곶이시장은 중량과 원산지표기를 속이지 않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산 물건의 무게를 직접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반찬을 왠만하면 집에서 직접 해먹는 주부들도 이곳의 반찬가게는 많이 찾는 모습들이다. 시장 중간중간엔 ‘고객 소리함’도 설치돼있다.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찾아 재빠르게 보완하겠다는 상인들의 의지가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석관황금시장에서 돌곶이시장으로 다시 태어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엔 이런 노력들이 있다. 정감 가는 분위기, 깔끔히 정돈된 내부, 신뢰감, 야시장시스템, 고객과의 소통, 자신감 덕분이다. 사소한 것까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신경 쓰는 모습이 참 멋져 보인다. 더 적극적으로 홍보가 이뤄져서 먼 곳에서도 찾는 발길이 이어지는 시장이 됐으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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