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논평>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2018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까지 고려해 이번 회담을 ‘제4차 북남수뇌상봉’으로 표현하고 있음)이 5월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4월 27일의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된 것이다.

지난 5월 16일 북한은 한미 공군의 맥스 선더(Max Thunder) 연합공중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국회 강연을 문제 삼아 당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5월 17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남한에 대해 초강경 입장을 보였던 북한이 그로부터 채 10일도 되지 않아 갑자기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 방침 천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 후 약 8시간 30분 만에 25일 오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북미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25일 오후 남측에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해 26일 오후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매우 유연하고도 신속한 대응은 그가 현재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문 대통령의 중재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북한이 한국정부와의 고위급회담 개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미국은 그런 북한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김정은 위원장이 서둘러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5․26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천명했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리고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입장이 청와대를 통해 백악관에 전달되어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재추진하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포기 시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을 신뢰할 수 있는지 우려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그러므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북미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은 6월 1일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도 연이어 갖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향후 남북관계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4․27 및 5․26남북정상회담 합의의 순조로운 이행과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향후 북미 간에는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핵폐기에 대한 검증이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는 그들이 개발한 핵무기와 ICBM을 미국으로 이전하게 되면 그들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미국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이후 협상력 약화를 우려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은 핵무기와 ICBM을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로 이전하는 것을 선호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북한은 자국의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사찰보다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사찰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 비핵화가 사찰과 검증 문제로 난관에 부딪치거나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후 종전선언에는 남․북․미 3국 정상만이 아니라 중국 주석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북한지역에 중국군이 주둔하지 않고 있고 북중군사협력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리고 향후 남북중 3국 경제협력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중국을 종전선언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들어 북한이 남북 및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종전선언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중국을 배제시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이번 5․26 판문점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가 경색되었을 때 남북 정상이 형식을 따지지 않고 곧바로 만나 문제를 푸는 새로운 실용주의적인 대화 방식을 보여주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소통 방식은 향후 남북관계 및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두 차례 방중으로 중국 인민들 속에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크게 바뀌었다.

향후 남북관계의 순조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정 및 2016년 집단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상 한국과 미국도 이제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중단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6년 4월 지방선거 직전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을 데리고 집단 탈북한 지배인 허강일씨는 최근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초 본인과 부인만 귀순하기로 했으나 국정원 직원이 2016년 4월 3일 밤 갑자기 전화해 “종업원까지 다 데리고 들어오라” 지시했고, 여 종업원 12명은 말레시이아 한국대사관 앞에서야 비로소 남한행을 인지했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2016년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탈북이 박근혜 정부의 기획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이제라도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적절한 배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여종업원의 송환 문제는 국제기구를 통해 그들의 의사를 확인해 처리하고 북한도 이 문제를 이산가족상봉 문제와 연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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