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장흥 갯길 따라- 해창리 ‘고양이집’
고샅이 좁으니 이웃집 꽃나무 향기도 나눠 갖는다.
향기의 진원은 김금례(89·안양면 해창리) 할매 댁. 담장 너머로 홍매화가 가지를 내밀고 무장무장 환하게 피어나는 꽃웃음을 건네며 멀리 매향을 퍼뜨리는 중이다.
밭에 가서 봄 열무 심고 온다는 할매 얼굴에도 웃음이 새겨져 있다.
“들와. 들와. 기양 가문 서운허제. 내한테 못씰 일이여. 내 앞으로 지내간디 커피 한 그륵이라도 대접해야제.”
매향을 무상으로 내어준 할매한테 ‘못씰 일’을 할 수는 없다. 대문 안으로 발을 딜이니 마당에 폭삭하게 앉아 있던 고양이들이 일어나 줄줄이 뒤안으로 사라진다.
뒤따라 온 강이남(60) 부녀회장이 할매 공을 칭송한다.
“요 집서 밥 묵는 고양이들이여. 쩌그 솥단지도 있잖애. 솥에다 밥을 한나씩 낄애갖고 믹애. 쌀 농사 지어서 저것들이 다 묵어.”
어찌어찌해서 시방 할매가 거두는 길냥이들이 아홉마리.
“옛날에는 바닥에서 꿀 까고 논 있고 소 있고 돼야지 있고 닭 있고 영감 있고 자석들 있고 다 수발해야 할 것들이여. 시방은 나하고 저것들만 살린께 개풋허요.”
짐짓 생색도 없는 할매인 것이다.
“일년이문 쌀을 몇 가마니썩 묵을 것이요. 우리 아짐은 째까 자신디.”
“주는 재미제. 팽야 내 식구여. 내 집으로 묵으러 온께.”
“저것들이 은혜를 알란가 몰겄소.”
부녀회장님은 뒤안에다 대고 “니그들 은혜 갚아라 잉” 당부하시고 할매는 “뭐슬! 내비 둬!” 사양하시고.
봄볕 내리는 마당에 꽃 향기 사람 향기 가득하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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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희·남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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