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장흥 갯길 따라- 해창리 ‘고양이집’

▲ 시방 해창리 좁은 고샅에 매향이 진동하니, 향기의 진원은 김금례 할매 댁

 

고샅이 좁으니 이웃집 꽃나무 향기도 나눠 갖는다.

향기의 진원은 김금례(89·안양면 해창리) 할매 댁. 담장 너머로 홍매화가 가지를 내밀고 무장무장 환하게 피어나는 꽃웃음을 건네며 멀리 매향을 퍼뜨리는 중이다.

밭에 가서 봄 열무 심고 온다는 할매 얼굴에도 웃음이 새겨져 있다.

“들와. 들와. 기양 가문 서운허제. 내한테 못씰 일이여. 내 앞으로 지내간디 커피 한 그륵이라도 대접해야제.”

 

▲ 어떤 이들에겐 무용지물. 갯바닥을 가차이 두고 사는 삶에 는 필수품. 노력도 김정일 할아버지 댁
▲ “써 싼께 닳아져.” 함께 닳아지고 있는 김금례 할매의 일동무들

매향을 무상으로 내어준 할매한테 ‘못씰 일’을 할 수는 없다. 대문 안으로 발을 딜이니 마당에 폭삭하게 앉아 있던 고양이들이 일어나 줄줄이 뒤안으로 사라진다.

뒤따라 온 강이남(60) 부녀회장이 할매 공을 칭송한다.

“요 집서 밥 묵는 고양이들이여. 쩌그 솥단지도 있잖애. 솥에다 밥을 한나씩 낄애갖고 믹애. 쌀 농사 지어서 저것들이 다 묵어.”

어찌어찌해서 시방 할매가 거두는 길냥이들이 아홉마리.

“옛날에는 바닥에서 꿀 까고 논 있고 소 있고 돼야지 있고 닭 있고 영감 있고 자석들 있고 다 수발해야 할 것들이여. 시방은 나하고 저것들만 살린께 개풋허요.”

 

▲ “팽야 내 식구여. 내 집으로 묵으러 온께.” 김금례 할매한테 식구로 대접받는 아홉 마리 고양이 중 1묘
▲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제 머리통만한 숭어 대가리 물고 가는 고양이. 장환도

 

짐짓 생색도 없는 할매인 것이다.

“일년이문 쌀을 몇 가마니썩 묵을 것이요. 우리 아짐은 째까 자신디.”

“주는 재미제. 팽야 내 식구여. 내 집으로 묵으러 온께.”

“저것들이 은혜를 알란가 몰겄소.”

부녀회장님은 뒤안에다 대고 “니그들 은혜 갚아라 잉” 당부하시고 할매는 “뭐슬! 내비 둬!” 사양하시고.

봄볕 내리는 마당에 꽃 향기 사람 향기 가득하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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