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니 바다가 반기더이다
산에 오르니 바다가 반기더이다
  • 전광훈 기자
  • 승인 2018.06.0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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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의 산에갑니다> 정동진 괘방산 편

5월의 산행은 강원도 정동진의 괘방산(높이 339m)이다.

지방산을 가기 전날은 왠지 초조하다. 늦잠자서 차를 놓치면 어쩌나하는 걱정과 왕복 8시간이 넘는 이동거리의 지루함… 버스를 타고 녹번역에 내려서 은평구청을 향해 걷는다.

 

 

구청 앞에 버스가 대기중이다. ‘산수원산악회’ 정동진행이라고 자막이 나온다. 예전에는 종이나 천에 행선지를 쓰서 차량 앞 유리창에 부착을 했는데 이제는 아니올시다. 김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면서 좌석을 배정받는다. 한두 명의 지각생을 기다리다 버스는 7시를 약간 넘겨서 출발한다.

차가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행동식과 간식이 주어진다. 떡 김밥 과일 식수 사탕 등.

옆자리에는 낯이 익은 어르신이 앉으셨다. 이 산악회에서 잔뼈가 굵으신 산행의 베테랑 여성 부위원장이다. 짧은 인사를 나눈다. 산악회 산행대장인 김 고문께서 오늘 산행에 대한 코스와 향후 일정 등을 설명한다. 역시 낯이 익은 분이다. 김 고문은 산악회 회장을 5년간 맡다가 자리를 넘겨주고 산행대장을 맡으면서 계속 봉사를 한다고 한다.

 

 

뒤이어 박 회장의 인사말이 있고 말미에 회장으로부터 기자가 소개를 받는다. 7∼8년 만에 찾은 산악회인지라 서너 명을 제외하곤 모두가 낯설다. 당시의 회장과 지역 국회의원이셨던 모 고문께서는 故人이 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세월의 무상함이 새삼 느껴진다.

며칠 전 지인과 오찬약속이 있어서 고양시 삼송역을 빠져나오다가 우연히 산수원 산악회 사무총장을 만나서 이번 산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흔히들 ‘죄 짓고 못 산다’더니 무슨 죄를 졌는지 꼼짝없이 호출되어 왔다.(모처럼 지방산을 가고 싶어서 왔겠지)

그래도 그 시절에는 거의 매달 참석하다시피 했는데 어쩌다 연락이 끊기면서 지금껏 흘러왔다.

 

 

내부순환도로를 거쳐 계속 달려 온 버스는 양평휴게소에서 중간 기착한다. 담배를 끊지 못한 양반들 힘차게 뛰쳐나간다. 밖에서 힘차게 심호흡을 한다. 머리가 맑아진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역과 안인진역 사이에 있는 괘방산은 서울 경복궁에서 정동(正東)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 정동진의 열차역이 산행들머리다. 우리는 반대편 락가사에서 정동진 역 방면으로 하산한다.

해수욕장이 있는 동명에서 서쪽으로 솟은 산이 괘방산으로 동명과 산 정상 사이에 락가사가 동해바다를 향해 자리 잡고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강릉에서 해안도로로 접어든다. 눈이 부신다. 동해의 푸른 바다가 시선을 고정시킨다.

 

 

해변도로를 시원하게 달려가는데 버스기사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지난 96년 9월 18일 북한 무장공비들이 잠수함으로 침투한 곳이라면서(대포동) 왼쪽을 가리킨다. 침투한 잠수함이 바닷가에 전시되어 있다.

관계당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괘방산에다 ‘안보체험 등산로’를 개설하게 되어 이 산이 유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북한의 잠수함을 발견한 이가 택시기사인데 그날 이곳을 지나가는 중 괴물체가 수면위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여 혹시나 하면서 관계기관에 신고하였다고 한다. 기사의 말에 의하면 ‘그 택시기사는 개인택시면허를 받고 상당한 포상금을 수령했다’고 전해진다.

락가사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괘방산등명락가사’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17명 정도가 산행을 시작하고 나머지 일행은 버스를 타고 정동진역 부근에서 몇 군데를 구경한 후 우리와 합류하여 함께 중식을 하기로 했다.

 

 

괘방산이라는 산 이름은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디엔 가에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라 전해지고 있다.

30여 분을 올라가니 괘방산사거리가 나오고 연이어 2쉼터를 지난다. 그리고 삼거리 갈림길인 ‘당집’에 12시 경에 도달한다. 이곳이 청학산과 정동진역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당집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화비령'이 나온다. 동해고속도로 터널이 화비령 밑을 지난다. 이 령은 흙이 검은데 불게 탄 것 같은 까닭에 검은 것이 아닌가하여 화비령으로 지었다고 한다. ‘火’자를 ‘花’자로 쓴 까닭은 지병에 ‘火’를 사용하면 불길하다는 설에 의해 음이 같은 ‘花’ 를 쓴 것이라 한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면서 오이와 영양갱으로 속을 다진다. 식수는 이동 중에 수시로 마신다. 당집 안을 살펴보니 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다. 이 산행코스에 당집이라고 푯말이 있는걸 보면 꽤나 오래된 곳인가 보다. 배낭 추스르고 다시 출발. 1삼거리를 거쳐 3쉼터-183고지를 점령하는데 끊임없이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한다.

 

 

당집에서 이정표를 따라 183고지까지는 2.6km 정도의 거리다. 이 구간에는 오르막이 무척 많은 구간이다. 당연히 인내심이 동반되어야함은 물론이다. 땅만 보고 걷는다. 지가 언젠가는 도착하겠지. 183고지에서 1.3km 정도를 걸으니 오후 2시 못 미쳐 ‘정동진 1리 해돋이 명소’에 떨어진다. 휴∼우 긴 심호흡을 해본다. 안도의 순간이다.

식당을 찾느라 갈팡질팡하는 사이, 시간이 30분을 훌쩍 넘긴다. 우여곡절 끝에 합류하니 2진 팀들은 1진을 기다리다 먼저들 식사를 했다고 한다. 대충 차려진 메뉴를 마다않고 연거푸 몇 잔 들이킨다. 연이어 매운탕이 입으로 들어간다. 시장이 반찬이랬지. 옆 사람과 대화가 필요 치 않다. 다시 두어 순배… 이 맛없으면 어이 살겠소?

정동진 백사장을 거닌다. 파도가 제법 소리치며 밀려온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낭만’이란 말이 어색하게 떠오른다. 이내 머리 흔든다. 그래 도처춘풍(到處春風)인데 뭐가 그리 아쉬운가.

이르는 곳마다 봄바람이 살랑이고 가는 곳마다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니 ‘두루춘풍’ ‘사시춘풍’ ‘사면춘풍’이 아니던가.

왔던 길 돌아가니 새로운 시작이 기다린다. <본지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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