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세 할머니의 집
더 넓은 곳, 더 높은 곳, 더 값나가는 곳에 이르고자 하지 않았다.
껍데기의 무늬를 탐하여 떠돌기보다, 그 속내에 견결한 항상심을 지켜온 이들의 거처엔 켜켜이 첩첩이 쌓이고 쌓인 시간의 무늬가 빛난다.
오로지 심겨진 자리에서 피할 수 없는 비와 바람을 꿋꿋하게 견뎌낸 위대한 생애의 집들이 여기 있다.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인들 피워내지 못하랴. 애오라지 무너지지 말자는 다짐으로 그리기를 거듭하여 스스로 꽃대궐을 지어낸 방이 있다.
‘안분와(安分窩)’라고, ‘수졸당(守拙堂)’이라고 편액을 내어걸진 않았지만 더할 것도 더 뺄 것도 없이 고요한 방이 있다.
자식들의 결혼식이나 손주들의 돌사진과 같이 가족의 대소사와 통과의례가 담긴 기념사진들이 소중한 유물처럼 온 벽에 전시된 박물관 같은 방이 있다.
그 벽에 간명하게 압축된 한 사람의 연대기. 소박하고 장엄하다.
이 곳은 어머니의 방. 시리디 시린 냉골 같은 시절에도 노상 땔나무를 그러모아 아랫목을 뎁히고, 캄캄한 밤 같은 세상길을 걸어 집에 당도한 식구를 뎁혀줘온 그 사람, 어머니의 남은 날들이 쌓여가는 곳이다.
* 이상노, 심계순 할머니의 고요한 일상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아 주소지를 밝히지 않습니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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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희·남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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