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골 같은 시절에도 언제나 아랫목처럼 다수운 방
냉골 같은 시절에도 언제나 아랫목처럼 다수운 방
  • 남인희·남신희 기자
  • 승인 2018.06.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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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세 할머니의 집
▲ 심계순 할머니 집의 정지문

 

더 넓은 곳, 더 높은 곳, 더 값나가는 곳에 이르고자 하지 않았다.

껍데기의 무늬를 탐하여 떠돌기보다, 그 속내에 견결한 항상심을 지켜온 이들의 거처엔 켜켜이 첩첩이 쌓이고 쌓인 시간의 무늬가 빛난다.

오로지 심겨진 자리에서 피할 수 없는 비와 바람을 꿋꿋하게 견뎌낸 위대한 생애의 집들이 여기 있다.

 

▲ 박길님 할머니의 방
▲ 박길님 할머니 집의 안방 옆 점방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인들 피워내지 못하랴. 애오라지 무너지지 말자는 다짐으로 그리기를 거듭하여 스스로 꽃대궐을 지어낸 방이 있다.

‘안분와(安分窩)’라고, ‘수졸당(守拙堂)’이라고 편액을 내어걸진 않았지만 더할 것도 더 뺄 것도 없이 고요한 방이 있다.

 

▲ 이상노 할머니의 방
▲ 심계순 할머니의 방

 

자식들의 결혼식이나 손주들의 돌사진과 같이 가족의 대소사와 통과의례가 담긴 기념사진들이 소중한 유물처럼 온 벽에 전시된 박물관 같은 방이 있다.

그 벽에 간명하게 압축된 한 사람의 연대기. 소박하고 장엄하다.

이 곳은 어머니의 방. 시리디 시린 냉골 같은 시절에도 노상 땔나무를 그러모아 아랫목을 뎁히고, 캄캄한 밤 같은 세상길을 걸어 집에 당도한 식구를 뎁혀줘온 그 사람, 어머니의 남은 날들이 쌓여가는 곳이다.

* 이상노, 심계순 할머니의 고요한 일상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아 주소지를 밝히지 않습니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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