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외 지음/ 창비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전세계적 관심사가 된 이때, 분단체제 극복과 한국사회 개혁을 위한 담론을 지속적으로 발신해온 창비가 한반도의 체제 분석과 변혁의 실천전략을 연마하는 책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다양한 세대의 교사, 교수, 문인, 연구자, 시민운동가, 편집자 등 총 30명이 7차에 걸쳐 진행한 실험적 공부모임 ‘창비담론 아카데미’의 결과물이다. 창비담론 아카데미는 북미대결이 전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2017년 11월 7일에 시작되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뉴스를 장식하던 2018년 1월 30일까지 3개월간 진행되었다.

공부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내는 작업을 하던 무렵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여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둔 시점이 되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급박한 사건 전개 때문에 당시의 공부모임에서 나온 발언 중에는 지금의 현실과 달라진 점도 있으며, 그와 무관하게 한반도 분단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인식의 충돌로 인한 의견 차이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공부의 과정이자 그 과정 자체가 공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창비담론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석달간의 공부모임에서 한반도의 분단구조와 남한 사회개혁의 문제, 남북관계에 대한 각종 담론들의 문제점 등을 토론했다. 백낙청이 제기한 분단체제론과 변혁적 중도주의는 주된 논의의 대상이었다. 분단체제론과 변혁적 중도주의의 기본적인 개념에서부터 그 이론들이 어떠한 현실성과 실천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점검하였다. 시대적 과제로 제기된 분단체제의 극복은 민족국가의 복원이라는 단순한 분단 극복으로서의 통일과는 다른 개념이며,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성적이고 일면적인 노선을 넘어 우리 상황에 부합하며 가장 광범위한 시민들을 결집할 수 있는 변혁적 중도주의라는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촛불 이전의 한국사회는 분단체제의 질곡 속에서 반공‧반북을 위해서라면 헌법이나 법률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오래된 관행이 지배하는 상황이었다. 백낙청은 이를 성문헌법에는 드러나지 않는 ‘이면헌법’이 작동하는 상황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촛불은 수십년이나 작동하지 않은 헌법을 처음으로 제대로 작동하게 만든 것으로서 한국사회와 남북관계에 혁명적 변화를 이루어냈다.

백낙청은 “문재인정부를 김대중–노무현을 잇는 민주정부 제3기로 보지 말고 촛불시대 1기 정부로, 그 초대 정부”(225면)로 바라보고 제대로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면헌법을 가동시키며 기득권을 유지해온 세력을 일소하기 위해 “적폐청산도 하고 제도개혁도 하고 헌법도 새로 만들고 여러가지 관행을 혁신하면 분단체제 극복과정이 거의 궤도에 오르는” 것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남북관계의 대전환은 촛불 이후 남겨진 과업을 완수하는 데 새로운 동력을 제공해주리라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국사회의 변혁이 긴밀히 맞닿아 있다는 것이 분단체제론의 분명한 인식이며 이것이 촛불혁명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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