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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 밑그림만 그리지 말고 원산까지 고속철부터 연결해야”

<심층인터뷰>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3회 한성욱 선임기자lse3399@weeklyseoul.netl승인2018.06.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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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에서 이어집니다.> 

▲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북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자금과 관련 대안은 있을까.

▲ 북한은 그동안 외국자본으로 도로와 항만을 건설하려 했지만 꺼려했다. 주변에 군사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향후 북핵문제와 경제제재가 풀리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돈은 중국의 AIIB(Asia Infra Investment Bank) 자금을 쓰게 된다. AIIB는 원래 아시아 인프라를 위해 만든 것인데 돈도 많다. 지금 북한은 서방 세계의 어떤 국제기구에도 가입할 수 없다. 가입조건과 자격미달 때문이다. 그런데 AIIB는 중국과 한국의 입김이 세다. 의사결정권도 갖고 있다. 잘하면 북한을 가입시킬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AIIB의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제금융을 쓰면 조건도 까다롭고 이자도 비싸다. 미국 달러는 불안하다. 미국의회가 언제 돌변해 북한을 다시 압박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중국 돈을 가져다 쓰면 이자도 싸다.

 

- 결국 AIIB가 자금 수혈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

▲ 한국은 남북 경협 자금이 별도로 있지만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의 AIIB 자금을 활용하면 정치적 부담도 줄어든다. 토목기술이 좋은 중국과 한국기업의 숙련된 노동자들이 북한에 들어가면 급속도로 인프라 구축이 진전될 수 있다. 북한에는 지금 유휴노동력이 워낙 많다. 30%가 일하고 70%는 쉬고 있다. 북한이 가장 필요한 건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다. 국제제재가 풀리면 에너지수급도 이뤄질 것이다. 에너지는 돈이 필요하다. AIIB를 통해 발전소 등을 세우게 되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고도성장을 했다. 처음에 일본이 했고 한국, 대만, 싱가포르가 뒤를 이었다. 현재는 중국이 과거 ‘네 마리 용’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북한도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고도성장할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

 

- 한반도 신경제정책에 대한 생각은.

▲ 신경제지도를 보면 깊은 고민 없이 그린 청사진 같다.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북한자원만을 끌어다 쓰겠다는 발상만 보인다. 경제발전에 공을 들이는 북한입장에 맞춰 그렸어야 했다. 또 북한이 어떤 경제정책을 추진하는지, 북한의 산업기반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을 먼저 연구했어야 했고, ‘북한맞춤형’으로 갔어야 한다. 장차 북한의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군사적 저항을 줄일 수 있는 첩경이다. 북한경제가 살아나는 게 남한경제에도 이익이다. 단순히 북한의 지하자원 빼먹기로만 가면 북한경제는 도중에 주저앉는다. 남북경협 동력도 떨어지고 북한의 개혁개방도 원점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물심양면으로 북한을 도와야 할 때다. 조심스럽게 북한의 경제계획에 맞춰 도울 부분을 찾아가야 한다. 무작정 만들어낸 ‘경제지도’ 한 장 들이댄다고 북한이 쉽게 받아먹지 않는다는 것을 절대 명심해야 한다.

 

- 남북철도 연결 문제가 뜨겁다.

▲ 남북철도 연결의 밑그림만 그려놓아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원산까지 고속철을 먼저 연결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1세대 김일성의 유훈이 동해선 연결이었다. 현재는 동해선 철로가 끊겨 있다. 부산에서 원산까지 가려면 거진을 거쳐야 하지만 막혀 있는 것이다. 동해선이 연결되면 강릉에서 원산까지 가는 도중에 금강산을 볼 수 있다. 원산은 지금 북한이 대대적인 휴양관광지로 조성하는 중이다. 마식령스키장도 여기에 있고, 비행장도 건설했다. 원산까지 고속철을 먼저 깔면 교류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일단 상징적으로라도 추진하면 좋다.

 

- 경의선이나 경원선은 어떤가.

▲ 현재는 동해선 연결만 가능하다. 서울~신의주 간 경의선과 서울∼원산 간 경원선이 어려운 이유는 군사요충지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 문제도 향후 체제안전보장이 이뤄지면 풀리게 된다. 문제는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이다. 동해선은 천혜의 풍광과 경관 덕분에 관광지로 더 없이 좋다. 연결만 되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 동해선은 한국과 해외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달러루트’다. 인천공항에서 강릉을 거쳐 원산까지 연결하면 1일 생활권에 들어간다.

 

-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 일단 트럼프가 리비아 식을 반대했고, 트럼프 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고 트럼프 식 방안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비워진 내용을 채워가겠다는 식이다. 북·미 간 사전협상내용들이 그것이다. 정상회담 뒤엔 대외선언을 하게 된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선언을 하겠지만, 이것도 시간이 걸린다. 6월 12일 단 하루 만에 모든 상황이 종결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와 체제 안전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다. 그러나 두 나라만 가지고 끝날 일이 아니다. 체제 안전은 집단 안전 보장이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다. 여기에 중국 입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과 너무 가까워지면 중국에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극단적으로 압록강과 두만강에 미군이 주둔하면, 중국은 엄청난 안보문제를 안게 된다. 중국-미국 사이의 균형도 체제 안전에 포함되어야 한다.

 

-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텐데.

▲ 비핵화라는 목표가 출구다. 모든 협상의 끝은 비핵화와 체제안전이다. 핵 완전 해체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핵 개발에 부역한 핵 기술자들을 모두 이전시키는 문제가 남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핵을 해체할 당시에도 모든 핵 기술자들을 NASA(미 항공우주국)에 취업시켜 해결했다. 그런 방식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언제든지 다시 핵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 기술자들을 한국의 대덕연구단지로 옮기는 방안 등이 나올 수도 있다. 핵 해체는 단순히 폭탄만 해체한 뒤 다른 곳으로 실어 나르는 일이 아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미국의 역대 정권들이 북한의 핵 개발을 방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김정은 위원장이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이렇게 핵 완성을 빨리 해낼 줄 몰랐다. 그리고 급속하게 경제 우선으로 갈아탈 것도 예상 못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핵 개발을 해왔다. 중국 모택동이 핵 개발을 하면서 김일성도 하기 시작했다. 모택동은 6.25때 맥아더에게 한번 당한 역사가 있다. 맥아더가 만주지역에 핵을 50개 투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이는 중국 본토의 핵 투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절감했다. 그때부터 원자탄 개발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 최소한 100기정도 보유했고 인공위성도 세계 수준급이다. 인공위성은 대륙간탄도탄 기술이다. 미국본토까지 핵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렇게 되면 ‘레드 얼러트’(Red Alert, 적색경보)가 되기 때문에 서로 핵 공격을 하지 못한다. 북한도 그런 단계에 왔다. 미국은 중국이 핵을 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에 핵을 쏘면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다르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가겠다는 거다. 미국은 이것이 겁난다. 북한과 협상에 나선 것도 ‘언제든 쏠 수 있다’는 강경함 때문이다. 그것이 북한의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다.

 

- 마지막으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자신감이 중요하다. 부동산 문제도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증세를 두려워 말라. 물론 부동산은 곧 세금과 연결되기 때문에 증세를 하면 정치적 역풍을 맞을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증세는 문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내 386 국회의원들이 자신들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일은 절대 하려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과거에 종부세 문제로 고생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몸을 사린다. 정치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부분이 부동산 문제다. 서민들은 임대료와 전세금이 올라가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봐야 길이 안 보인다. 최저임금을 16.4% 올렸다지만, 월 10만원 늘어난 꼴이다. 그 돈 10만원 건물주한테 그대로 빠져나간다. 임금 인상을 해도 내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아이들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말하고 다니고 금수저 집안에 태어나는 게 소원이라 할 정도겠는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우리 사회의 근로의욕은 점점 저하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불로소득이라 하면 뭔가 ‘정의롭지 못한 소득’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부러운 소득’이 되었다. 자본주의에서도 아주 위험한 현상이다. 향후 경제적 불평등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적어도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 부분이 문재인 정부의 장기적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오히려 부동산정책은 지금이 적기다. 문 대통령의 인기가 높을 때, 노동복지와 부동산 문제를 확실히 해결해놓아야 지지율도 공고해질 수 있다. 좀 더 과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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