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 한국 정치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선거 벽보를 본 적이 없었다. (이미지 제공 =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신지예 후보의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그에 대한 비방과 공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강남을 중심으로 신지예 후보의 선거벽보 훼손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정 후보의 선거 벽보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후보자의 선거벽보 훼손 이유가 단순히 신지예 후보의 표정이 시건방지고 오만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정치 포스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후보들의 정치 포스터에서는 차별성과 독창성이 사라진 획일적인 형식의 포스터가 차고 넘치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신지예 후보가 페미니스트를 표방하고, 성 평등과 인권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만으로도 이렇게 공격대상이 된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후진성과 비민주적 시민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에 대해 신지예 후보는 두렵다고 말합니다. 한국 사회의 폭력성에 두렵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신지예 후보는 정치적 폭력을 넘어 꿈을 이야기합니다. 가난해서 아프지 않고, 폭력 때문에 죽지 않고, 차별 때문에 병들지 않는 사회에 대한 꿈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 학대를 넘어 성 평등과 인권을 이야기합니다.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신지예 후보의 공약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신지예 후보의 정치포스터에 대한 혐오와 훼손은 단순 선거법 위반이 아닌 여성혐오 사건입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처럼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가 빚어낸 폭력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내면화된 차별과 혐오에 저항해서 당당하게 일어나 소수자의 인권과 해방을 노래해야 합니다. 그것이 시대적 요구입니다.

페미니스트 서울 시장 후보가 오만하고 시건방지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당당하게 더 오만하고, 더 시건방진 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사진작가>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