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 가장 힘든 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취업 준비 가장 힘든 점? 처음부터 끝까지 다!”
  • 김혜영 기자
  • 승인 2018.06.1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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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청춘, 취업준비생을 만나다-간호사 지망생 정민이 2회

‘취준생’은 한 단어로 요약되는 사람이다. 사회문제나 특정 계층으로 치환되어 개개인의 존재는 지워지고, 어떤 사람인지, 인생관이 무엇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 일단 취업준비를 시작하면 주변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취준생A’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와 삶은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없는 것이기에 직접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청춘의 현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뭐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으로 이해하고 하나만 꼽아보라고 했지만 정민은 정말 모든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취업 준비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막막함을 이야기할 때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느 순간 자신은 취업준비생이 되어있었다.

“겨우 하나씩 알아봤는데, 알아보면서 더 막막하고 당황스러웠어. 나는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거지. 해야 하는 일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늘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정민은 주변이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늘 그랬듯 당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필자의 세대는 자기주도 학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실제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기르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오직 시스템에 적응하여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뿐이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퀘스트를 하나씩 해오던 청춘들에게 취업 준비는 그동안의 삶과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제 와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공허하다.

정민은 우선 학업과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물론 다른 학과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보통 취업 준비의 현실을 알기 때문에 졸업을 앞둔 학생에 대한 은근한 배려가 존재한다. 상대평가인 경우 고학년에게 좋은 학점이나 우선적인 수강권을 주고, 학생들 스스로 저학년일 때 많은 학점을 듣고 고학년이 될수록 적은 학점을 들으며 취업을 준비한다. 그러나 간호학과는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하기 때문에 의무교육 때처럼 학년과 반의 개념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휴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기들과 졸업 때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민은 학업과 취업 준비를 두고 저울질을 하며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늘 고민했다.

“졸업을 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 안 되는 거야?”

“간호학과 시스템이 원래 그래. 먼저 상반기에 경쟁이 센 병원의 공고가 뜨고 하반기에는 나머지 병원이 떠. 그리고 그 다음 해 1월에 국가고시를 봐.”

시험을 먼저 보고 합격 여부에 따라 병원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지원한 다음에 시험을 본다. 그래서 병원에 합격을 해도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에서 떨어지면 취업을 하지 못한다. 그 탓에 간호사 지망생들은 시험 준비와 지원 준비를 늘 동시에 해야 한다. 인력난 때문에 병원이 간호사를 빨리 모집하는 관행이 생긴 듯한데, 취업준비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시험은 혼자 어떻게든 공부를 하면 되지만 병원에 지원하는 게 더 힘들어.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책을 사서 연구해보고 교수님이랑 선배들한테 첨삭도 받았는데 정답이 없더라.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혼자 계속 헤매게 되는 거지.”

“책까지 샀으면 전반적으로 비용도 많이 들었겠네.”

“일단 토익은 한 번에 4만 8000원이야. 시험 특성상 점수를 올리려면 계속 봐야 해서 한 달에 두 번, 10만원씩 들었어. 부모님과 함께 부담하면서 죄송하기도 하고 나도 너무 힘들었지.”

정민은 언젠가 유럽여행을 하기 위해 1학년 때부터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된 학기가 끝나면 휴식이 간절할 법한데 늘 열심히 돈을 모으면서 여행을 기대했다. 그러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없어 일을 그만두고 모아둔 돈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학과 특성상 다양한 지방에 있는 병원으로 실습을 발령받기 때문에 중간에 면접이 잡히면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간호학과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곳과 면접을 보는 지역이 다르거나, 취업 인프라가 몰린 도시로 상경해야 하는 사람들은 근처 목욕탕이나 저렴한 모텔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을 준비하려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모두 부담이 되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취업 문제에 관심이 많고 대학도 취업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는 홍보를 제일 많이 하잖아. 둘 중 어디에서 도움을 받은 적은 없어?”

“학교에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나는 자기소개서 강의를 들은 적은 있는데 별로 도움이 되진 않더라. 자기 자신을 알아라, 자신감을 가져라 같은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설명만 반복적으로 하던걸.”

뒤늦게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지만 전혀 실질적이지 않은 강의를 보며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시간에 선배 한 명이라도 더 붙잡고 물어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또 국가에서는 어떠한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취업의 기본은 설명회인데, 간호학과의 취업시즌과는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아 분야별로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취업준비에 있어 개선되어야 하는 제도나 분위기는 뭐가 있을까?”

“일단 토익부터 없애야 해. 간호학을 배우고 실습을 하면서 토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어. 영어를 써도 의학용어나 외국인과의 소통 정도인데, 이건 리스닝이나 스피킹이지. 영어 점수가 필요하다면 소통 능력을 중시하는 토플(TOEFL)을 보는 게 맞아.”

정민에 말에 의하면 토익은 보여주기 식이다. 평가할 기준이 부족하니까 대중적인 기준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취업 시장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전문지식이나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올바른 채용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우선시되어야 취업준비생들의 에너지와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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