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사태’, 사이비과학이 만들어낸 대국민 음이온 사기극”
“‘라돈침대 사태’, 사이비과학이 만들어낸 대국민 음이온 사기극”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6.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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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라돈 침대’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 문제가 됐던 대진침대가 그동안 몸에 좋은 음이온이라고 강조하면서 건강침대라고 홍보를 해왔다.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친환경 침대로 선전해 비싸게 팔았다. 침대의 대명사 대진침대는 60년 역사의 기업이다. 한때 에이스침대와 쌍벽을 이루는 굴지의 회사였다. 지금은 직원이 30명 정도로 소기업으로 축소됐다. 대진침대 창업주가 아들이 29세 됐을 때 갑자기 세상을 떴다. 젊은 나이로 졸지에 가업을 이어받은 아들은 에이스침대와 버거운 경쟁을 해야 했다. 거기다 회사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 이 문제로 10년 동안 국세청과 소송을 벌였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백화점에 납품하던 침대거래마저 끊겨버렸다. 이것이 동시에 겹치면서 경영에 타격을 받았다.

 

- 결국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판명됐다.

▲ 10년 전 대진침대도 ‘모나자이트’가 방사성물질인 라돈일 줄은 전혀 몰랐을 것으로 본다. 측근들이 그런 원료를 권유했을 것이고, 하청을 통해 납품받았을 것이다. 잘 나가던 백화점 납품이 끊기고 침대매출도 줄었다. 가구들마저 매출이 저조해지자 신제품 모델개발에 눈을 돌렸다. 특히 당시 유행하던 음이온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그때는 음이온이라 하면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겼다. 마치 만병통치 효과라도 있는 듯 신비한 물질로 보았다. 팔찌나 속옷, 세안제 등 수십 가지 제품에 음이온이 쓰였다. 대진측도 음이온이 몸에 좋은 것으로 알았지 방사성 물질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어쨌든 2010년부터 모든 제품모델에 음이온을 적용했고 특화된 침대를 만들어 판매했다.

 

- 정부도 몰랐을까.

▲ 얼마 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자리에서 과학전문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다. 사이비과학이 만들어낸 일종의 음이온 사기극에 국민들이 모두 놀아난 것이라고 했다. 인체에 문제가 없었다면 몰라도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문제가 됐다. 침대회사나 원료를 팔아온 회사들도 문제다. 어찌됐든 그동안 버젓이 침대를 팔아왔고, 정부도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았다. 당국은 음이온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2007년에도 온열매트가 유행했다. 세라믹을 깐 매트에 전기를 통하게 해 열을 발생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매트 속 재료로 모나자이트를 썼다. 이것이 고발되면서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자 환경부가 2012년 생활방사선법을 만들어 제품관리에 들어갔다.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외국산 제품을 수입 판매하려면 반드시 원안위에 신고하고 등록하도록 했다. 어떤 제품이 얼마나 수입됐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중도에 손을 놓아버렸다.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이 어디서 팔리고 어떤 용도로 쓰는지 관리하지 않았다.

 

- 오락가락한 원안위, 문제가 무엇인가.

▲ 2007년 흙침대와 돌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판매가 금지됐다. 그런데 일반침대는 규제하지 않았다. 대진침대에서도 모나자이트가 나왔다. 그런 광물질에는 우라늄과 토륨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상당량 들어있다. 미세한 분말가루인 모나자이트는 침대용 스펀지를 만드는데 쓰인다. 하청업체에 발주할 때마다 50~100kg의 모나자이트 분말가루를 넘겨주었다. 이것이 스펀지 발포제다. 또 침대 매트리스를 덮는 커버 속도 모나자이트 가루로 코팅을 했다. 그러니까 방사성 물질이 두 군데서 나온 것이다. 스펀지와 원단 커버다. 원안위 발표도 문제였다. 드러난 침대모델은 모두 21개다. 그런데 원안위는 단 1개 모델만 조사했다. 그것도 매트리스는 빼버리고 속 커버만 조사해 발표했다. 기초부터 엉터리였다. 처음 발표에서 국민들이 잘 나가는 기업만 잡는다고 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5일 뒤엔 7개 모델에서 방사성물질이 9.4배까지 검출됐다고 번복했다. 또 다시 여론이 악화되자 5월 20일 이번엔 14개 모델에서 나왔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불신은 극에 달했다.

 

- 침대 규제만 쏙 빠진 것 아닌가.

▲ 원안위는 지난 2014~2016년 생활제품에서 라돈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조사했다. 간간이 침대 등 생활제품의 라돈 규제를 하는 듯 했다. 원안위가 정한 생활제품 피폭량 기준이 연간 1밀리 시버트다. 그 이하는 ‘안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석면이나 라돈 등은 발암물질 또는 방사성 발암물질이므로 안전기준 즉, 제로기준이 없다고 지적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제로기준 적용을 하기가 어렵다. 적용이 어려우면 이를 막는 철저한 관리와 규제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기준치인 1밀리 시버트 이하 제품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방사성 음이온 팔찌나 목걸이만 조사했고, 결정적으로 침대만 빼놓았다. 피라미만 잡고 대어는 놓아주었다. 잡범만 잡고 살인범은 놓친 꼴이다.

 

- 이런 식이라면 다른 부분에서도 신뢰를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 위험이나 위기는 항상 초기에 아주 투명하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초기에 실패하니까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졌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 원안위는 대한민국 최고의 핵 전문기관이다. 이번 문제는 생활 방사성 제품이었지만 앞으로 원자력발전소라든지 핵폐기물 처분과정에서 안전문제가 생겼을 때가 더 문제다. 핵 물질 규제와 감시를 통해 국민을 핵으로부터 막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일선에서 막중한 일을 하는 핵심기관이 국민 불신을 산다면 국가차원에서 매우 불행한 일이다.

 

- 공정위도 ‘강 건너 불’이었다.

▲ 앞으로 감사원에서 법의 허술한 점이 무엇이고, 왜 법이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또 어떻게 해서 침대 특허가 나올 수 있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허위과장광고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규제나 벌금을 매기지 않았다. 허위광고 금지조치도 없었다. 이런 부분들을 감사원이 철저히 파악해내야 한다. 국회도 국정감사를 통해 숨겨진 사실들을 하나씩 밝혀내고 국민들에게 알려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정부 스스로 그런 진상들을 밝히지 않고 있다.

 

- 2016년 경주지진 당시 라돈수치가 높았다는데.

▲ 라돈은 방사성 물질이다. 라돈 뿐 아니라, 땅속 지각 안에는 우라늄이라든지 방사성 광물들이 많이 있다. 그런 광물들은 반감기가 수 백 억년이나 된다. 우라늄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10년, 100년 정도가 아니라 1000년, 만년, 수 십 억년 계속해서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이 있는 동안 라돈도 나온다. 평소에는 라돈이 서서히 나오지만, 지진 율동이 시작되면 지각 틈이 벌어지면서 일시적으로 대량 분출될 수 있다. 지각의 압력을 받아 억류돼 있던 라돈기체들이 틈새를 뚫고 빠져 나온다. 외국의 지진전문가들은 지진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진예측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라돈농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면 지진발생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 지진예측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인데.

▲ 전국 곳곳에 지진측정기가 설치돼 있는데, 여기에 라돈 자동측정센서를 같이 만들어 놓으면 지진예측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라돈수치와 진도규모를 종합적으로 사전에 분석해서 지진위험을 미리 알아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돈이 든다. 결국 비용의 문제다. 전국에 라돈측정기를 세우려면 국가예산이 필요하다. 경주와 포항지진 때도 평소보다 라돈이 더 많이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로 본다. 이것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 전국의 라돈농도 지도를 국민들은 잘 모른다.

▲ 전문가들은 강원도와 충청지역이 상대적으로 라돈수치가 높다고 본다. 그렇다고 나머지 지역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라돈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라돈수치를 너무 구체적으로 밝히면 지역별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들은 정부가 모든 지역의 라돈수치를 측정한다. 부동산업자들은 이런 정보를 통해 집을 팔고 살 때 구매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라돈정보를 모르고 집을 샀다면 라돈 정화비용을 별도로 써야한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라돈수치를 알고사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라돈수치만큼 감가상각을 한 다음 집을 사기도 하고 서로 정보공개를 하도록 하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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