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서민들의 고민

주택대출 금리가 또 인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 문제도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말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가장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은 또 다른 강력한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주택대출 금리 인상의 위험성을 진단해 봤다.

 

 

날로 상승하는 주택대출 금리 상승에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서울 관악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40대 중반 남성 A씨는 “한달 월급의 1/3은 이자로 빠져 나간다”며 “이제 초등학생인 아이를 생각하면 앞날이 막막”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3%씩 인상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연 3.36∼4.56%, 신한은행 3.17∼4.52%, NH농협은행은 2.79∼4.41%를 적용할 예정이다. 잔액기준 코픽스와 연동된 주담대 금리도 0.03%씩 올라가면서 대출자들의 속내는 타들어가고 있다.

A씨는 이와 관련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 40대만 되도 퇴직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며 “아직까지는 버틸만 하지만 수입이라도 끊기게 되는 날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산 넘어 산’ 대책 시급

최근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 평균한 값인 코픽스는 일제히 상승했다. 은행연합회는 얼마전 코픽스를 전달보다 각각 0.03% 오른 잔액기준 연 1.83%, 신규취급액 기준 연 1.82%로 공시한 바 있다.

미국이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코픽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주담대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도 지난해 초 연 2% 내외에서 최근에는 2.6∼2.8%로 올라섰다. 조만간 3%대 진입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미 기준금리 인상 시 한국은행이 곧 바로 금리를 연동해 올리지 않더라도 글로벌 시장 금리 상승은 국내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국내 대출금리 상승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라면 주담대 금리가 연말쯤 5%대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상하면서 “주택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기존 대출자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취약계층의 이자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25%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2조 3000억원 가량 증가한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바 있다.

저신용자나 서민들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일찌감치 나왔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올라가면 취약계층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취약계층이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는 축소될 수 밖에 없어 내수 회복은 더욱 멀어지게 되다.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전세자금대출도 가계대출 부실화의 뇌관으로 꼽힌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5월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53조 688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3.4%인 16조 3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런 속도라면 연내 60조원도 돌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 금리 인상’ 후폭풍

최근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계부채 증가폭은 지난해 4분기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빨간불이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4.8%였다. 1년 전에 비해 2.2% 상승한 것이다.

이는 BIS가 자료를 집계하는 세계 43개국 중 중국(5%), 홍콩(3%)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한마디로 경제 성장보다 가계부채 속도가 한층 빠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계의 빚 상환 부담도 적신호다. 한국의 가계부문 총체적상환능력비율은 11.95%로 2012년 12.03% 이후 최고치였다. 이는 대출받은 이의 소득에서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소득에 비해 갚아야 할 빚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취약계층의 고민은 더욱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소득하위 20% 가구의 월 이자비용 증가율은 1년 전보다 32.9%나 급증했다. 전 구간 통틀어 증가율이 가장 컸던 것이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증가는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계부채 연체율이 오르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18년 1분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다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6.7%로 지난해 말보다 0.6% 증가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건전성 지표 역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2%로 지난해 말보다 0.1% 악화됐다.

업계에선 연체율 증가에 대해 금융당국의 대출총량규제 압박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게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출 연장 등이 어려워지면서 취약계층의 금리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전망된다”며 “20% 이상 고금리 대출 자제 등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점도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대출’ 문제가 올 하반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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