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분주한 ‘한반도 정세’

한반도를 둘러싼 6월의 국제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흘러가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많은 기대속에서 끝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를 찾았다. 북한 또한 중국과의 관계에 신경쓰며 계속해서 돌파구 마련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를 19년만에 국빈방문해 러 하원에서 첫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시베리아 철도 등을 언급하며 새로운 평화시대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지금 한반도엔 역사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9년만에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하원의회 연설에서 현 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제 남·북·미는 전쟁과 적대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적극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면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표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3국 간의 철도, 에너지, 전력협력이 이뤄지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남북 간의 공고한 평화체제는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문 대통령이 자란 부산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한다는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그는 “한국과 북한이 유라시아의 새로운 가능성에 동참하고 유라시아의 공동번영을 이뤄내는 데 함께하게 되길 바란다”며 “남북과 러시아가 함께 한다면 유라시아 시대의 꿈은 대륙의 크기만큼 크게 펼쳐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구체적인 몇 가지 사안들도 추진됐다. 문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만나 철도·에너지·전력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 공동연구 추진에 합의한데 이어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중 “한반도에 전쟁은 다시 없을 것”이라며 “역사적 평화의 기회가 열린 만큼 이번 방문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협력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미∙중 ‘힘겨루기’

한국이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마련하는 동안 북한은 중국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한 때 최악으로까지 치닫던 북중관계는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김정은 위원장의 세차례 중국 방문 이후 북중관계는 한층 끈끈해졌다.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에 신경을 쓰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위원장을 배웅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는 등 북중 밀월관계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북중관계에 있어 새 역사를 썼다는 얘기를 할 만큼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때 중국 배제론이 일면서 소원해진 듯 했던 북중관계는 다시 온풍으로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방중으로 중국의 불안감을 해소한데 이어 2차 다렌 방문 때는 ‘혈맹’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마음잡기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에도 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에 확신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후원자를 자처하며 대규모 경제협력을 약속하는 등 선물꾸러미를 제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경제발전과 민생개선, 자국 상황에 맞게 발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미국에선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미 간 후속 협상과 관련 “길게 늘어지고 지연되는 회담은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빨리 움직이고 싶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볼턴 보좌관은 한 인터뷰에서 “북한도 진지하다면 마찬가지로 빨리 움직이길 원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북미간 후속 고위급 회담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미국측을 자극했을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북미정상회담은 일단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본격적인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평화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연착륙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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