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창에 사는 실지렁이가 득실, 이게 생태하천이라고?
시궁창에 사는 실지렁이가 득실, 이게 생태하천이라고?
  • 정수근
  • 승인 2018.06.2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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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장화를 신은 발이 푹푹 빠졌다. 악취가 코끝을 찔러왔다. 뒤돌아 밟은 발자국을 보니 그 안에 이상한 것들이 꿈틀대고 있다. 아주 작은 붉은 색 실 같은 생물체다. 가늘고 붉은 실 같은 것들이 일제히 춤을 춘다. 오 마이 갓, 바로 실지렁이 무리였다.

국가하천인 금호강의 한 지류인 팔거천의 하천바닥은 악취 풍기는 썩은 펄로 뒤덮여 있었고, 그곳에서 수질 최악의 지표종 실지렁이가 무더기로 목격된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거대한 4대강 보로 막혀 죽어가는 낙동강의 썩은 펄에서 본 것을 도심하천 한가운데에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에서 목격하리라곤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팔거천 강바닥에 바글바글한 실지렁이. 실지렁이는 환경부 지정 수질 최악의 지표종이다.

도심하천에 수질 최악의 지표종 실지렁이

얼마 전 대구환경운동연합 그리고 대구 북구의 마을주민들이 모여 결성된 '팔거천지킴이'의 공동하천조사에서 실지렁이가 목격됐다.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니라, 바글바글 실지렁이 구덩이였다.

실지렁이는 환경부 지정 수질 최악의 지표종이다. 수질을 1~4등급으로 나누었을 때 4급수에 해당하는 지표종이다. 이러한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도심의 하천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도심하천 바닥의 한 숟가락 정도의 강바닥 흙에서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실지렁이가 나왔다. 이 일대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실지렁이가 무더기로 증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악취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가히 시궁창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이 대구 북구청에서 이른바 '생태하천조성사업'이란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한 구간이란 것이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생태하천조성사업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 강바닥에 쌓인 펄은 썩어있고 악취가 풍겼다. 그 속에서 수질 최악의 지표종 실지렁이가 바글바글 댔다.

 

“예산을 투입해 생태하천조성사업을 벌였는데, 이곳에서 실지렁이가 무더기로 나와 충격이다. 도심하수가 팔거천으로 그대로 유입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놔두고, 수로 정비와 산책길, 징검다리, 공원조성과 같은 토건공사 위주의 사업을 벌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전시행정 위주의 무책임한 지방행정의 현주소다. 대구판 4대강사업과 같다."

팔거천지킴이인 부국여성회 장지은 대표의 말이다. 장 대표의 말대로 생태하천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징검다리 바로 위엔 오수관로가 있고, 거기에선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도심하수가 팔거천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는 심각한 장면도 목격된다.

도심하수가 그대로 유입되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산책길이나, 공원, 징검다리와 같은 시민들 눈에 보기 좋은 전시행정 위주의 공사가 하천정비사업의 현주소다.

하천 전 구간이 모두 하천의 영역이다. 그곳에는 물길과 둠벙과 같은 여울과 소가 있고 습지가 있으며 자갈과 모래층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그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 다양한 생명들이 살면서 하천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바로 에코시스템이다.

이런 에코시스템이 수질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하천정비사업은 하천을 단순히 수로로만 인식해 좁은 물길을 만들어주고 나머지는 둔치로 만들어 그곳에 각종 인간의 편의시설을 집어넣고 있다. 에코시스템을 완전히 망쳐버리고 하천을 단순한 인공 수로로 만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 이 더러운 오수들이 팔거천으로 그대로 넘쳐 흘러들어오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하천을 공원으로 만드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다.

하천이 단순한 수로?

문제는 이런 사업들에 국토교통부의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하천정비사업은 대부분 국토부가 절반 가까이 사업비를 지원하는 매칭사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상 국토부 사업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국토부에 의한 이른바 지방판 4대강사업이 도처에서 난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의 얘기다.

“지금의 하천공사는 치수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문제가 많다. 치수의 기본은 물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인데, 물길을 극도로 좁히고 나머지엔 둔치를 만들어 그곳에 인공의 시설들을 집어넣는 것은 집중호우 시 물 흐름을 오히려 막는 꼴이다. 또한 하천엔 다양하고 건강한 수생태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하천공사는 수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원처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천의 공원화 사업으로 불러야 할 지경이다. 청계천과 4대강사업이 하나의 전형으로 굳어진 것 같다. 근본 문제는 국토부의 하천정책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지방판 4대강사업은 계속해서 벌어질 뿐이다."

 

▲ 수로는 극단적으로 좁히고 둔치를 활용한 산책길과 공원으로 꾸며놓은 팔거천. 하천의 생태성은 사라지고 보기에만 그럴듯한 전시행정의 표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하천계획과 지방하천 정비계획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하천공사는 하천법상 하천기본계획 하에 공사 방식 등을 수립하게 된다. 하천의 홍수량과 홍수위 등을 고려해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하천에 시설물이 들어오는 경우라도 홍수의 위험이 없다고 본다. 통상 지방하천은 80~100년 빈도의 홍수에 견디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는 홍수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홍수만을 고려한 하천, 결국 이는 철학과 비전의 문제다. 하천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하천을 살아있는 존재로 혹은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생태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천을 단순한 수로로만 보는 시각이 근본적인 문제다.

 

▲ 지방하천정비사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경북 군위군 소보면 곡정천의 모습. 하천을 인공의 수로로 만들어버렸다.

강은 단순한 수로가 아니다

“강은, 특히 도심하천은 도시에서 마지막 남은 생태 공간이다. 자연은 인간에 의해서 밀리고 밀려서 겨우 그만큼의 생태공간만 남겨두었다. 그런데 그 공간마저 빼앗고 있다. 물길을 극도로 좁히고 그 안에 각종 시설들을 넣어서 결국 인간의 편의시설로 하천을 이용하고 있는 것, 이것이 도심하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하천사업들의 현주소다."

환경운동연합 신재은 생태보존국장은 “이런 식의 하천관리라면 더 이상 하천관리를 국토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또 “국토부는 4대강사업을 강행한 주무부서다. 국토부는 먼저 4대강사업의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또한 4대강사업 방식의 하천관리 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정책의 변화는 조직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국토부는 하천관리에서 손을 떼야 한다. 대규모 SOC 개발의 시대는 끝났다. 국토부는 수자원뿐만 아니라 하천관리를 환경부에 이양해야 한다. 현재의 기형적인 구조는 국토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 전국의 모든 지방하천들이 지금 거의 똑같은 방식의 하천정비사업으로 인공의 수로로 변해간다. 4대강사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다.

 

비단 팔거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자가 관찰해온 동화천, 구미천, 곡정천 등 무수한 지방하천들이 지금 인공의 수로로 바뀐 채 죽어가고 있다. 하천만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도 죽어가고 있다. 이 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도심하천은 도시에 마지막 남은 생태 공간이다.

“지방하천사업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커다란 이권이 걸려 있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하천사업에 달려든다. 엉터리 하천사업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런 엉터리 하천사업 때문에 우리하천이 죽어가고 있다. 도심의 마지막 남은 생태 공간을 제대로 지켜내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어른들의 사회적 의무다. 4대강사업식의 지방하천사업들은 이제 그만 종식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하천정책을 연구해온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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