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본 후쿠오카 ‘뚜벅이 힐링기’-3회

모모치해변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일몰이 아름답다고 해서 해지는 시간에 맞춰 이동했다. 버스에는 목적지가 같은 한국인들이 꽤 보였다. 버스 안에서 해가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자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들 동영상 찍기에 바빴다.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한 버스. 문제가 생겼다.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지 헷갈린다는 친구. 1년 전에 왔을 때도 헤맸는데 이번에도 그렇단다. 다른 사람들이 내릴 때 같이 내리면 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작년에도 그렇게 했다가 헤맸단다. 일단 후쿠오카타워 정류장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내려 따라 내릴까 고민을 하던 중, 일본어를 좀 하는 한국 남자가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더니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단다. 우리도 그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원래 내려야 될 정류장을 지나치고 말았다.

 

“아, 저번이랑 똑같은 곳에 내렸어. 아까 내렸어야 됐는데… 하하.” 친구가 미안해한다. 그래 이왕 내린 거, 해 떨어지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이자!

한적한 동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일본식 주택이 많았다.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도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이 한적했다. 동네를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해변에 도착했다. 모모치해변은 후쿠오카타워 북쪽에 있는 인공 해수욕장이다.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인생샷’을 건져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날씨도 도와줬다. 하늘은 빨강, 주황, 분홍, 노랑, 파랑, 보라색 석양으로 물들었다. 수채화 물감을 퍼트려놓은 것 같다. 친구와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대충 찍어도 작품이 됐다. 옆에 있던 일본인에게 부탁해 친구와 함께도 찰칵.

 

 

이리저리 열심히 사진을 찍고 눈에도 담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해변공원에서 나와 버스를 타러갔다. 이번엔 한 번에 잘 갈 수 있겠지. 그런데 아뿔사, 또 잘못 탔다. 다른 버스를 탄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숙소행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하카타에서 모모치해변까지 결코 짧지 않은 거리를 걸은 데다 후쿠오카를 탈탈 털자는 생각으로 골목골목을 샅샅이 돌아다녀 지칠 대로 지친 상황. 뚜벅이여행, 결코 쉬운 게 아니구나∼생각이 절로 들었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아직 일정이 남아있다. 전날 봐뒀던 돈키호테에서의 쇼핑이다. 쇼핑몰 내부가 워낙 넓어 역시 많이 걸어야 한다. 사야할 물건들이 많아 손에 들고 돌아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캐리어 하나를 끌고 가기로 했다. 짐을 꺼내 숙소에 둔 뒤 빈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이다. 좀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돌아올 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돈키호테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아차- 싶었다. 일요일 저녁이라서인지 쇼핑몰 안은 인산인해였다. 전날 왔을 땐 이렇지 않았는데, 도깨비시장을 방불케 했다. 캐리어와 쇼핑카트를 끌고 인파 사이를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식품코너에 들렀다. SNS에서 유명한 간식거리와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라멘을 가득 담았다. 일본에 오면 꼭 사야한다는 파스, 자외선 차단제, 화장품 등 몇 가지를 골라 담고 나니 카트가 가득 찼다. 계산대로 향했다. 워낙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런지 직원이 한국말로 계산을 도와줬다. 아참, 돈키호테는 면세가 되고 할인되는 방법도 있으니 인터넷으로 잘 알아보고 방문하면 좋다.

잔뜩 배가 부른 캐리어를 간신히 끌고 숙소 앞에 도착했다. 이번엔 편의점 쇼핑이다. 다음 날 식사할 돈만 빼고 탈탈 털어보자는 심정으로 바구니를 채웠다. 편의점 쇼핑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 기자는 과일 사와를 한 개 골랐다. 오니기리와 삼각김밥에 일본 자취생들에게 인기 많다는 생선조림까지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 수고한 서로를 위해 편의점에서 사온 캔맥주와 주전부리를 펼쳐놓고 수다꽃을 피웠다. 다음 날 오전 11시에 체크아웃을 해야 하고, 첫날 가지 못했던 닭고기덮밥집 역시 오전 11시에 오픈하기 때문에 서둘러 잠을 청했다.

마지막 날 아침. 알람 소리에 먼저 일어난 건 역시 기자. 빈둥거릴 틈이 없다. 부지런히 씻고 나와 준비를 했다. 화장하고 옷까지 갈아입은 뒤 캐리어에 짐을 챙겨 넣었다. 체크아웃을 위해 로비에 키를 반납한 뒤 캐리어를 맡겼다. 비행기가 오후 5시 출발이기 때문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텐진역 주변 가게들을 더 둘러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시간에 여유 있게 맞춰 짐을 찾으러 오기로 하고 일단 배를 채우기 위해 출발.

 

 

다행히 닭고기덮밥집에 빈자리가 있었다. 기본 닭고기덮밥을 시켰다. 바로 앞에서 고기를 구워준다. 센 불에 이리저리 굽는 걸 보고 있자니 입에 침이 고인다. 이내 음식이 나왔다. 깔끔하고 담백했다. 닭고기덮밥을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린 앞에 비치돼있는 양념장을 이것저것 골라 찍어 먹어보기도 하고, 간장이 섞인 날달걀과 섞어 먹어보기도 하고, 따로 나온 닭육수에 말아먹어보기도 했다. 말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텅 빈 그릇들.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햇살이 따가웠다. 그늘로 피해 다니며 전날 돈키호테에서 사지 못한 것들을 샀다. 남은 시간엔 구경도 하고 카페에 가서 더위를 식히며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자 맡긴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갔다. 시간 여유가 없어 점심은 해결하지 못한 채 짐을 맡기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공항 면세점에서 초콜릿과 과자를 사서 비행기에 올랐다. 후쿠오카가 멀어지고 있었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뚜벅이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걸 보고, 먹고, 느낄 수 있었다. 무심코 지나칠 법한 것들을 하나하나 추억해낼 수 있는 소중한 여행이었다. 후쿠오카야, 마음에 여유가 필요할 때 그때 역시 계획 없이 무작정 찾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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