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한국당호’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자유한국당의 ‘미래찾기’가 심상치 않다. 홍준표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 보수진영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계파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부랴부랴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고민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해묵은 감정 싸움은 ‘지방선거 책임론’을 놓고 또 다시 불협화음이다. 일각에서 ‘분당론’이 나올 만큼 추락하고 있는 제1야당의 미래를 점쳐봤다.
심각한 패배 이후에도 한지붕두가족의 내부 싸움은 여전하다.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이 ‘해결사’로 나섰지만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최근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와 비박계는 여전히 벌집 쑤신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친박계 의원들은 “당헌, 당규를 지켜도 새 원내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일주일이면 된다”며 “새롭게 개혁과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자”고 김 대행의 사퇴를 주장했다. 친박계 핵심인 김진태 의원은 “김 대행은 2선으로 물러나 비대위가 굴러가는 걸 좀 봤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성일종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며 “그래야 우리 당이 계파가 없어지고 새로운 몸부림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거들었다. 김태흠 의원도 ”계파의 상징인 김 의원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에서 돌아온 ‘복당파’도 자기 목소리를 내며 맞받아쳤다. 황영철 의원은 “김 대행이 할 일은 훌륭한 비대위원장을 모셔 와서 선거 패배의 원인을 규명하고 당을 쇄신해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복당파인 홍철호 의원은 “김 대행을 사퇴시키면 원 구성 등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친박계에 일침을 날렸다.
감정이 고조되자 결국에는 ‘분당’ 이라는 금기어까지 나왔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통합이 안 되면 분당이라도 해야 한다"며 비박계와의 이별까지 언급했다. 강석호 의원도 ”치열하게 논쟁해서 내부 결론을 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당처럼 갈라질 것인지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분당 가능성도 감추지 않았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이후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으며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복당파인 박성중 의원의 휴대폰에서 친박계를 겨냥한 메모가 발견되자 계파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김 권한대행의 사퇴와 김무성 의원의 탈당이 ‘친박’계의 단골 타깃이 됐고 비박계는 방어에 나섰다.
‘루비콘강 건넜다’
한국당의 미래는 이미 되돌리기 힘들 만큼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다. 당장 2020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현재로는 힘들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김 권한대행에 대한 불신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친박계에선 홍 전 대표가 물러난 만큼 누가 당 대표가 돼도 당 지지율이 10%는 오를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친박계의 상징이었던 서청원 의원이 당을 떠난 만큼 김무성 의원도 결단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친박계는 또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준비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 권한대행의 의지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당은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으로 인천시장을 지낸 3선의 안상수 의원을 선택했다.
위원으로는 재선의원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박덕흠 의원, 초선의원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원 의원, MBC 앵커 출신의 배현진 송파을 원외당협위원장,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허남진 한라대 교수, 장영수 고려대 교수, 장호준 6․13 지방선거 낙선자 청년대표 등 6명이 임명됐다.
하지만 당내 갈등은 여전히 부글부글하다. 여기에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주축이 된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은 정풍대상자 1차 명단 16명을 발표했다. 친박계 최경환 홍문종 김재원 윤상현 의원, 복당파 김무성 김성태 김용태 홍문표 의원을 비롯 박근혜 정부에서 각료 또는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이주영 곽상도 의원 등이 포함됐다.
한편에선 바른미래당 일부와의 합당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총선 승리와 분위기 쇄신을 위해선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벌집’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당이 보수진영의 재편이라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