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안녕하신가요, 청춘!’- 어린이집 교사 하승미씨

실업자 100만 시대란다. 특히나 청년실업률은 날이 갈수록 최고치를 찍는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를 하며 취업될 날만을 꿈꾼다. 그들이 원하는 건 더 이상 ‘꿈꾸던’ 직장이 아닌 ‘받아주는’ 직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청춘들도 많다. 그들은 어떻게 실업자 100만 시대에 일자리를 찾았는지, 또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꿈꾸던 일인지 등등이 궁금해졌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또 이 시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리즈로 기획해봤다.

 

 

지난 번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오다혜 씨에 이어 광화문에 있는 한 대기업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하승미(25세) 씨를 만났다. 일단 그의 하루 일정을 좇아보자.

만 2세반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그. 하루 일과는 학부모들이 작성한 알림장(하원 시간, 하원 양육자, 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이들 등원 전 교실 안에 위험한 물건은 없는지 파손된 장난감이나 교재는 없는지 살펴보고 미세먼지가 좋은 날엔 창문을 열거나 아니면 공기청정기를 이용해 실내를 환기시킨다. 어린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인 만큼 청결이 생명이다.

아이들이 등원을 하면 개개인별로 컨디션은 어떠한지, 아침밥은 먹고 왔는지, 입고 온 옷은 어떤지, 좋아하는 장난감 등으로 관심을 유도하며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오전 간식 시간 전 손을 깨끗이 씻기고 배변훈련을 한다. 변기에서 대소변을 볼 수 있도록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기도 하며 기분 좋고 안정감 있게 일과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오전 간식 시간엔 아침에 본 꽃이나 날씨, 친구가 입고 온 옷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한다. 개개인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눈높이에 맞춰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간식을 먹은 뒤엔 학부모님이 보내준 투약의뢰서에 따라 약을 먹이고 체온도 확인한다. 아이들이 등원을 하고 난 뒤엔 교사들이 철저한 보호자가 된다.

 

 

오전 간식을 마친 뒤엔 체조를 하거나 실내놀이, 실외놀이를 한다. 여러 가지 영역에서 즐겁고 다양한 놀이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사이좋게 놀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임무다.

점심시간엔 식당으로 이동, 아이들과 함께 앉아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때론 교사가 직접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게 한다.

그 뒤엔 낮잠시간이다. 양치와 세수를 하고 스스로 로션을 바를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이 안정감이 들도록 영상을 틀어주고 이불 매트도 깔아준다. 약까지 먹이고 나면 잠이 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낮잠을 자는 동안 마사지를 해준다. 잠에서 깨어나면 또 손을 씻기고, 오후 간식시간을 갖는다. 무엇보다 청결이 중요하다. 자주 손을 씻겨주는 이유다.

이후엔 자유로운 놀이시간이다. 그리고 희망하는 아이들은 저녁 식사를 한다. 저녁 식사 후엔 세수를 시킨 뒤 하원할 준비를 한다. 통합 보육교실에서 자유롭게 놀이를 하며 아이들 개개인의 하루 일과표를 작성한 뒤 하원을 도우면 하루가 마무리된다. 때로 운동회 등 행사가 있으면 야근을 하며 준비를 한다. 여기까지가 하승미씨의 유치원 교사로서의 하루 일과다.

처음부터 어린이집 교사를 꿈꾼 건 아니었다. 미대 디자인학과에 진학해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가족들의 걱정, 직종에 대한 불안함 등이 발목을 잡았다. 그녀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만들기나 그리기 등은 자신이 있었고 거기다 아이들을 좋아해, 그들과 함께 하는 교사야말로 본인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유아교육과로 전과를 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은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제 날짜에 맞춰 과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디자인과도 마찬가지였지만 유아교육과 역시 밤을 꼬박 세어가며 과제를 해야 했다. 그는 그렇게 제출했던 과제들을 파일에 모아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그걸 취업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었다. 교수님들께서 추천해주시는 자격증(종이접기, pop, 클레이아트 등)까지 취득하며 취업준비를 탄탄히 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지만 이 또한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단순히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같이 놀아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잇감이나 만들어주면 되는 직업이겠구나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하고 나서 보니 신경써야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손재주가 좋아야 하고 여러 가지 일처리에도 능숙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직업이랄까.

그래도 지칠 때마다 사랑스럽고 해맑고 예쁜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났다. 작년 만 1세 반 담임을 맡았고, 올해 아이들이 만 2세가 되어 같은 반이 되었는데 아이들의 신체적 비율이나 언어가 확실히 많이 발달한 것에 놀라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선생님 뭐 먹고 싶어요? 내가 해줄게요!”라고 말하며 소꿉장난 요리를 해주거나 자동차 놀이를 하다가 “내가 조금만 더 있다가 검은색 자동차 사줄게요”라고 하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가끔 어떤 게 더 나은 교사의 모습일까, 고민을 한다. 그럴 땐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한다. 어린이집 교사는 ‘감정노동자’라고도 한다. 나의 아이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아이를, 게다가 한꺼번에 전부 돌보고 가르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힘이 들 때마다 그는 책을 읽거나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하며 마음을 다 잡는다.

같은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교육을 받을 당시 감명 깊게 들었던 말이 있었단다.

“교사는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은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화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길을 인도해준다. 교사도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이 시대를 어렵게 살아내고 있는 청춘들에게도 덕담도 잊지 않았다.

“‘실업자 100만 시대’라는 단어 대신 ‘원석 100만 시대’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원석이 보석이 되기까지 발견하고, 다듬고, 깨지고, 다시 반복하는 등 여러 시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각자의 개성에 맞는 보석이 돼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힘들고 지치는 슬럼프 시기는 있다. 꿈을 이룬 행복한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힘을 내보자. 삶에서 몇 번이고 넘어가야 하는 고비다. 어차피 넘어야 될 고비들이라면 즐기며 헤쳐 나가는 위너가 되자.”

앞으로도 그는 교사로서의 단계를 꾸준히 그리고 차근차근히 밟아나갈 것이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좋았던 선생님, 동료들에게도 존경받을 수 있고 배울 점이 있는 교사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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