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계파갈등 ‘경보음’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내 당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8월 말 치러질 이번 전당대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반영하듯 ‘친문’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일찌감치 친문계 의원들의 모임인 일명 ‘부엉이 모임’이 이슈의 중심으로 떠 올랐다. 당 안팎에선 이 논란이 계파 갈등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줄서기에 몰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서히 달궈지고 있는 민주당 내 권력 경쟁을 살펴봤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때아닌 ‘부엉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친문 의원들이 소속된 부엉이 모임 회원들은 모임의 실체는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며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특정한 계파를 대변하기보다 그냥 편하게 식사하는 느슨한 형태의 자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모임은 19대 국회 때도 존재했다. 노영민 현 주중대사를 중심으로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모임)’라는 이름의 모임이 결성된바 있다. 당시는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친문과 비문으로 갈려 갈등이 컸던 때였다.

하지만 현재는 당이 친문 위주로 재편된 상황이어서 ‘부엉이 모임’은 또 다른 오해를 낳기 쉽다는게 정치권의 평가다. 더구나 최근 이 모임에서 당대표 후보 단일화 후보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를 통해 전당대회가 내부 권력투쟁으로 비쳐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이종걸 의원은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며 “우물가에 온 우리들에게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있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표창원 의원도 “특정 국회의원, 판검사, 고위직 공무원들끼리 모이는 모든 사적 모임 해체를 촉구한다”면서 “필연적으로 인사나 청탁이 우려되고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의 빌미가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드루킹 사건에서 그대로 나타났듯 모든 로비는 권력의 핵심을 향할 수 밖에 없다”면서 “친문의 핵심이라 생각한다면 더욱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산’ 선언

부엉이 모임 소속이라고 밝힌 박범계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부엉이 모임은 패권이나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 사적 이해와도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우려한다면 적어도 전당대회까지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비문 등의 단어가 표출되면서 당내에선 겨우 지지층을 만들었는데 다시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신친문’ ‘범친문’에 이어 최근엔 ‘진문(진짜진문)’, ‘뼈문(뼛속까지 친문)’ 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를 향한 출사표도 한결 뜨거워지고 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쪽에선 전해철, 최재성, 김진표 의원 등이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친노 그룹의 좌장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범친문에서는 김두관 송영길 설훈 이인영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도 아직까지는 오르내리고 있다.

지나치게 과열된 계파주의에 대해선 계속해서 경고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의원은 “촛불로 정권을 만든 상황에서 유한한 재원을 소수가 나눠 먹겠다는 것이 계파주의"라며 "나만이 문재인정부를 성공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후진적 정치행태이며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황희 의원은 “부엉이 모임 관련해서 많은 억측과 오해들이 언론에 거론돼 한 말씀 드린다"며 "결론적으로 뭔가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사실상 부엉이 모임 해산 소식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대선 경선에 고생했던 의원들이 서로 밥 먹는 자리였는데, 그마저도 그만두려고 한다"며 ”전당대회 대표 후보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면,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엉이는 부와 함께 지혜의 상징이다.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다. ‘부엉이 논란’에 휩싸임 민주당 내 전당대회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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