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힌다, 처음부터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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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7.05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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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보기> ‘베리드’(2010년 개봉)
▲ 영화 ‘베리드’ 포스터

여러 가지 생존 영화를 봤지만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건 ‘127시간(2011년 개봉)’이었다. 미국 유타주의 블루 존 캐넌이 배경이다. 홀로 등반에 나선 남자가 떨어진 바윗덩어리에 팔이 짓눌려 고립된다. 산악용 로프와 칼 그리고 500ml짜리 물 한 병으로 127시간 동안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 혼자 이 영화를 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 뒤를 이을 작품 한편을 가져왔다. ‘127시간’보다 먼저 나왔지만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최근에서야 보게 됐다. 땅 속 6피트 깊이에 있는 관 안에 생매장 당한 남자의 탈출과정을 그린 ‘베리드(2010년 개봉)’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 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 테러리스트에게 갑작스런 습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어딘가에 묻혀있다. 바로 사막 아래 관 속. 그에게 주어진 것이라곤 라이터와 칼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핸드폰뿐이다. 자신의 회사, CSI, 경찰 등 필사적으로 전화를 해보지만 속수무책. 돌아오는 대답은 ‘침착하라’ ‘노력중이다’라는 일방적인 통보뿐이다. 땅속에 묻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담당부서로 전화를 돌리라고만 한다. 상황도 반복해서 설명해야만 하고…. 도대체 어떻게 연락을 해서 구조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대처는 삶은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데드풀’ 시리즈로 인기몰이 중인 라이언 레이놀즈. ‘킬러의 보디가드’ ‘크리미널’ 등 주로 코미디, 액션을 찍어온 그. 이 영화에선 웃음기 싹 뺀 연기를 선보였다. 95분 동안 관객들도 함께 관속에 갇힌 느낌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보고 난 이들은 하나같이 폐쇄공포증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한정된 공간, 그것도 ‘관’이라는 비좁은 곳에서 그가 펼친 연기는 지나칠 정도로 실감이 났다. 영화는 오로지 그 혼자만으로 이끌어졌다. 나오는 것이라곤 그와 전화기 너머 목소리들뿐. 괜히 할리우드에서 주목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 영화 ‘베리드’ 스틸컷

 

이 영화로 2010년 43회 시체스영화제 골드메리스에서 유럽최우수작품상을 탄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이머고’ ‘레드라이트’ ‘그랜드 피아노’등 주로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어왔다. ‘베리드’ 역시 최소 제작비로 엄청난 스릴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대부분은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식의 전개다. 굳이 장면에 담지 않아도 관객들 머릿속에 그려지기에 필요 없는 상황들은 과감히 생략했다. 그 선택이 매우 훌륭했다. 짧고 굵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해 개봉 예정중인 ‘다운 어 다크 홀’도 기대가 되는 이유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감 없이 전달된다. 업무 중 테러를 당했지만 회사는 이미지를 망치기 싫어 등을 돌린다. 개인을 위한 국가도 없었다. 유튜브에 올려 세상 사람들이 주목했을 때에서야 움직인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은 늦었다. 앞서 소개한 ‘127시간’과의 차이다. ‘127시간’은 주인공에게 주어진 물품이 로프와 칼, 물이다. 홀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베리드’는 라이터, 칼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핸드폰이 주어진다. 핸드폰은 유일하게 탈출을 위해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매개체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소통하지 못한다. 그가 거는 대부분의 전화는 ‘부재중’을 알리는 무미건조한 소리 뿐. 그 소리는 밝고 평화적이지만 동시에 그의 살려달라는 외침을 수용해내진 못한다. 우리 사회가 가지는 소통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상징한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그들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사막 한가운데 땅 밑 관속에 갇힌 주인공이 95분 동안 세상에 전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외침.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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