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우선’, ‘회사인간’ 만들어 노예화하는 낡은 가치관 수정해야”
“‘회사우선’, ‘회사인간’ 만들어 노예화하는 낡은 가치관 수정해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7.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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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외수 작가-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이외수 작가

 

- 남북한 ‘문화·경제의 DMZ’를 강조하기도 했는데.

▲ 1950년 휴전 이후 버려진 땅 같은 비무장지대(DMZ)는 어떤 면에서 보면 거의 맹지(盲地)다. 땅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던 죽은 땅이다. 남북교류가 원활해지게 되면, 남북한 상생을 위한 ‘공동의 장’으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특히 문화와 예술, 경제 교육 시도와 함께 ‘DMZ 문화특구’, ‘DMZ 경제특구’를 만들고 싶다. 남북한 초등학생들이 손수 만든 창작물건을 ‘DMZ 시장’에 내다 파는 자본주의 교육을 위한 ‘소년장터’도 필요하다. 여기에 북한과 문화 상호교류를 하고, 또 어릴 때부터 경제 문화를 이해하도록 교육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장차 밑거름이 되어 경제적, 문화적, 과학적, 학술적으로 특출한 결과물들을 세계에 알리고 보급하게 된다면 한민족은 금방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영국의 한 연구기관은 장차 한국이 통일이 되면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 강국이 될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 결코 허황된 분석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을 깬 저력을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 교육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어떻게 보나.

▲ 모든 종교의 중심사상이 사랑이듯이 전교조가 주창했던 근본정책이 참교육이다. 나 역시도 참교육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건국이념인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도 참교육과 맥을 같이 한다. 이것이 정치적 색깔을 띤다든지 그런 식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교육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든, 그 밖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분들이든, 이제는 서로가 정치적 색채를 빼고 논의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한때 그런 정치적인 색채를 가졌던 때가 있었다. 저항이나 이데올로기적인 것에 지나치게 함몰되기도 했다. 이 시대는 색깔을 뺀 화합과 균형을 원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해빙무드가 왔다. 정치적, 문화적 대변화가 도래한 상황에서 미래를 향해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 갈수록 ‘사람 중심’의 가치관이 사라지고 있다.

▲ 70년 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잘못된 가치관들을 수정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가치관의 수정이다. 이것을 빨리 이뤄내는데 교육이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수정된다면 그동안 한국사회가 안고 있었던 수많은 적폐문제와 사회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예를 들면 고령화문제라든가 사회양극화, 자살, 저출산, 비정규직, 범죄문제 등이 현격하게 개선될 수 있다. 물질만능과 생명경시가 만연된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와 함께 정신문화를 일깨우는 문화예술 교육에도 앞장서야한다. <18면으로 이어집니다.>

 

- ‘노동존중’을 말하는 정부지만, 노동계와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는 않다.

▲ 얼마 전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30번째로 자살했다. 민주노총도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철폐를 놓고 총궐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문제도 앞서 말한 가치관 수정과 불가분의 연관성이 있다. 정부가 말한 ‘노동존중사회’도 좋지만, 노동에 대한 가치가 재정립돼야 한다. 노동이란 단순히 얼마만큼 일하면 얼마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런 노동의 정당성을 갖고는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너무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다. 중도타협이 없다. 사측은 회사가 가정보다 우선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사실 가장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회사에 나갈 뿐이지 회사가 좋아서 나가는 것이 아니다. 회사라는 조직을 가족보다 더 소중한 곳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회사들은 ‘회사우선’을 강요해 왔다. 아예 ‘회사인간’을 만들어 완전히 노예화한다. 이제 그런 낡은 가치관을 수정해야 한다.

 

- 노사관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나.

▲ 무엇보다 사측의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을 강조하는 운영방식이 문제다. 그것은 서로 물어뜯고 죽이는 정글의 법칙이다. 동물에게나 통용되는 것들을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드시 피나는 경쟁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약자가 쓰러졌을 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야 한다.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함께 가야 인간다운 것이다. 그것이 가치 있는 참다운 삶 아닌가. 약자가 쓰러졌다고 강자가 짓밟는 것은 동물사회에서나 하는 짓이다. 지금까지 인간답지 못한 노사관계가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이제는 회사 가치관은 물론이고 노동자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금전적 보상만 바라서도 안 된다. 제도개선과 노동환경개선도 그에 상응한 보상이 될 수 있다.

 

- 제주도 예멘 집단 난민 사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다.

▲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무비자 입국했다. 아랍계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교분쟁으로 19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일부는 말레이시아로 갔고, 한국에선 현재 500여 명이 난민 신청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매우 이례적이다. 개별면접을 통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해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발등의 불이 됐다.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유럽의 독일 등 각국들은 난민문제와 관련 경험이 많다. 우리도 난민문제를 다루는 전문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난민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인권차원에서 예민한 사안이다. 국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전문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났지만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외국의 난민 외교정책 사례들을 수집해서 학습하고 배워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들어야 한다. 한국인이 외국인을 배척하는 풍토가 다소 있지만, 본래 정이 많은 민족이다. 난민과 같이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정서가 있다. 측은지심이 어떤 민족보다 깊다.

 

- 반대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 한국은 국제난민협약국가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고, 마무리하는데도 8개월이 소요된다. 지난달 30일엔 서울 광화문에서 예멘 난민 반대 운동이 있었고, 제주여행을 취소하는 등 예민한 반응이다. 외국인 거주 지역의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려는 단체와 사람들도 있다. 6.25 전쟁 당시 우리도 전쟁 난민을 배출했던 경험이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6.25 전쟁 난민의 후손이지 않은가. 난민 문제는 국가적 문제다. 인도적 차원에서 지혜롭게 풀어가기를 바란다.

 

- 현 정부의 문화정책은 어떻다고 보는가.

▲ 아직까지 이렇다 할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을 세 번 만났다. 지금 내가 기대하고 있고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굉장히 다각적으로 의견수렴을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얘기하면 심도 있게 귀담아 듣는 좋은 자세를 가진 분으로 안다. 측근을 내정할 때도 합리성을 가지고 용의주도하게 추진한다. 다른 대통령들과 마인드가 상당히 다르다. 지난번 문 대통령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리셉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 초청된 인사들을 보면 각계각층의 폭 넓은 분야에서 선별했고 테이블 배정도 아주 지혜롭게 했다. 이것만 봐도 향후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결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 일단은 끊임없이 예술에 대한 관심을 요구할 것이다. 과거부터 역대 대통령후보들이 화천 감성마을을 방문했었다.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한명숙 전 장관도 왔었고 어지간한 장관들은 모두 다녀갔다. 이분들이 올 때마다 공히 당부했던 말이 있다. ‘아무리 경제가 발달하고 군사력이 막강하다해도 문화예술이 낙후되면 만년 후진국’이라는 얘기다. ‘대한민국을 문화선진국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렇게 되려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꼭 이 점을 지켜달라’고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내 말을 듣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옆에 있던 조윤선 당시 대변인도 수첩에 적어 넣었다. 그 후 대변인이 공약사항에 명기했다고 문자까지 왔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정권은 나에게 ‘블랙리스트’라는 올가미를 씌웠다. 그때부터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정치인의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 어쨌든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문화예술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K-POP과 드라마 등 전 세계에 ‘한류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은 문화강국으로서 선진문화의 DNA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북한과의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 남북한 문화교류는 우리 민족이 살 수 있는 가장 부작용이 없는 길이다. 그것이 정치적이 됐든 경제적이 됐든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문화예술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제는 문화와 예술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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